이준식의 한시한수 198

아내를 향한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128>

贈內子 / 白居易 白髮方興嘆 백발방흥탄 靑娥亦伴愁 청아역반수 寒衣補燈下 한의보등하 小女戱床頭 소녀희상두 闇澹屛幃故 암담병위고 凄凉枕席秋 처량침석추 貧中有等級 빈중유등급 猶勝嫁黔婁 유승가검루 -아내에게(증내자·贈內子) 백거이(白居易·772~846) 내 마침 백발을 한탄하고 있자니 젊은 아내도 덩달아 수심에 잠긴다 겨울옷 등불 아래서 손질하는 사이 어린 딸은 침상머리에서 놀고 있다 오래된 병풍과 휘장은 어두컴컴하고 썰렁한 베개와 자리가 처량하긴 해도 가난에도 등급이 있는 법 그래도 궁핍한 검루(黔婁)에게 시집가는 것보단 낫지 ``````````````````````````````````````````````````````````` 관료 생활의 부침을 겪긴 했어도 백거이가 가난에 시달린 흔적은 없다. 속세로 ..

지음(知音)[이준식의 한시 한 수]<127>

蜀僧抱綠綺 촉승포녹기 西下蛾眉峰 서하아미봉 爲我一揮手 위아일휘수 如聽萬壑松 여청만학송 客心洗流水 객심세유수 餘響入霜鐘 여향입상종 不覺碧山暮 불각벽산모 秋雲暗幾重 추운암기중 촉 땅 스님이 綠綺琴을 안고 서쪽 아미봉을 내려와 날 위해 한 곡조 뜯으니 뭇 골짜기 휘도는 솔바람 소리를 듣는 듯 객지 떠도는 이 마음 씻은 듯 맑아지고 여운은 산사의 종소리에 녹아든다 어느새 푸른 산엔 날이 저물고 가을 구름 어둑어둑 겹겹이 몰려 있다 -‘촉 지방 승려 준의 고금 연주를 듣고(청촉승준탄금·聽蜀僧濬彈琴)’ 이백(李白·701~762) 춘추시대 고금(古琴) 연주의 명인 백아(伯牙)의 음악을 가장 잘 이해한 이는 종자기(鍾子期)였다. 백아가 고산에 오르려는 심정으로 연주하자 종자기는 ‘훌륭하도다! 우뚝 솟은 태산과 같구나’..

달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126>

明月幾時有, 把酒問靑天. 不知天上宮闕, 今夕是何年. 我欲乘風歸去, 又恐瓊樓玉宇, 高處不勝寒. 起舞弄淸影, 何似在人間./ 轉朱閣, 低綺戶, 照無眠. 不應有恨, 何事長向別時圓. 人有悲歡離合, 月有陰晴圓缺, 此事古難全. 但願人長久, 千里共嬋娟.) ―‘수조가두(水調歌頭)’ 소식(蘇軾·1037∼1101) 저 밝은 달은 언제부터 있었나, 술잔 들고 푸른 하늘에 물어본다./ 하늘 위의 궁궐은, 오늘 밤이 어느 해일까./ 바람 타고 돌아가고 싶지만, 아름다운 옥 누각, 저리도 높아 추위 못 견딜까 두렵네./ 일어나 춤을 추며 맑은 내 그림자와 노니, 인간 세상에 머무는 게 차라리 나으리(상편). 붉은 누각을 돌아, 비단 창가로 내려와, 불면의 나를 비추는 달빛./ 원한도 없으련만, 어쩌자고 달은 이별의 시간에만 늘 저..

불운의 시인[이준식의 한시 한 수]<125>

病蟬 / 賈島 病蟬飛不得 병선비부득 向我掌中行 향아장중행 折翼猶能薄 절익유능박 酸吟尙極淸 산음상극청 露華凝在腹 노화응재복 塵點誤侵睛 진점오침정 黃雀幷鳶鳥 황작병연조 俱懷害爾情 구회해이정 ―병든 매미(病蟬) 가도(賈島·779∼843) 병든 매미 날지 못하고 내 손바닥으로 들어온다 날개 찢겨도 아직은 가벼이 날 수 있고 고통스러운 울음이지만 더없이 청아하다 꽃이슬 배 속에 가득하지만 티끌이 잘못하여 눈동자를 찔렀구나 꾀꼬리며 솔개가 한데 어울려 너를 해치려 마음먹고 있네. ````````````````````````````````````````````````` 높은 곳에서 맑은 이슬 먹으며 낭랑한 소리를 뽑기에 매미는 곧잘 세상의 혼탁에서 저 홀로 고결한 존재로 비유된다. 시인의 손바닥에 기어든 병든 매미,..

슬픔의 참맛[이준식의 한시 한 수]<124>

書博山道中壁 / 辛棄疾 少年不識愁滋味 소년불식수자미 愛上層樓 애상층루 愛上層樓 애상층루 爲賦新詞强說愁 위부신사강설수 而今識盡愁滋味 이금식진수자미 欲說還休 욕설환휴 欲說還休 욕설환휴 却道天凉好個秋 각도천량호개추 젊은 시절 슬픔의 참맛을 알지 못한 채 즐겨 높은 누각에 올랐지 즐겨 높은 누각에 올라 새 노래 짓느라 말로만 슬프다 억지부렸지 이제 슬픔의 참맛 다 알고 나서는 말하려다 외려 그만두고 마네. 말하려다 그만두고 내뱉은 한 마디 아! 아 상쾌해서 좋은 가을날이여 -박산 지나는 길의 벽에 쓰다(書博山道中壁). ‘추노아(醜奴兒)’ 신기질(辛棄疾·1140¤1207) ````````````````````````````````````````````````````````` 세상물정 모르던 젊은 날 어찌 슬픔의 ..

자유를 향한 비상[이준식의 한시 한 수]<123>

感遇 / 張九齡 孤鴻海上來 고온해상래 池潢不敢顧 지황불감고 側見雙翠鳥 측견쌍취조 巢在三珠樹 소재삼주수 矯矯珍木巓 교교진목전 得無金丸懼 득무금환구 美服患人指 미복환인지 高明逼神惡 고명핍신오 今俄遊冥明 금아유명명 弋者何所慕 익자하소모 바다에서 날아온 외로운 기러기 얕은 저수지조차 쳐다보지 못한다 곁을 보니 물총새 한 쌍 화려한 삼주수 나무에 둥지를 틀었다 높디높은 진귀한 나무 꼭대기라도 탄알의 두려움이 없지 않을 터 예쁜 옷은 남의 손가락질을 걱정하고 빼어난 사람은 귀신의 미움을 사기 마련 이제 나는 아득히 하늘을 노니니 화살 쏘는 자 어찌 넘볼 수 있으랴 `````````````````````````````````````````` 홀로 드넓은 바다를 건너온 기러기이지만 성곽을 둘러싼 얕은 저수지조차 쳐다보..

양귀비의 과일[이준식의 한시 한 수]<122>

過華淸宮 / 杜牧 長安回望繡成堆 장안회망수성퇴 山頂千門次第開 산정천문차제개 一騎紅塵妃子笑 일기홍진비자소 無人知是荔枝來 무인지시려지래 장안에서 돌아보면 비단을 쌓은 듯 수려한 여산 산꼭대기 화청궁 겹겹이 닫힌 대문들이 차례차례 열린다 흙먼지 일으키는 단기필마 보며 미소 짓는 양귀비 아무도 여지(荔枝)가 막 도착했다는 걸 알지 못하네 ―‘화청궁을 지나며(과화청궁·過華淸宮)’제1수·두목(杜牧·803∼852) ``````````````````````````````````````````````````````` 비단을 쌓아 놓은 듯 경관이 빼어난 여산(驪山) 꼭대기에 자리한 화청궁. 매년 겨울에서 봄까지 당 현종은 양비귀(楊貴妃)를 대동하고 장안을 떠나 이 별궁에서 휴양을 즐겼다. 쓰촨(四川) 출신 귀비를 위해 황..

조심스러운 초대[이준식의 한시 한 수]<121>

招王質夫 / 白居易 濯足雲水客 탁족운수객 折腰簪笏身 절요잠홀신 喧閑跡相背 훤한적상배 十里別經旬 십리별경순 忽因乘逸興 홀인승일흥 莫惜訪囂塵 막석방효진 窓前故栽竹 창전고재죽 與君爲主人 여군위주인 맑은 물에 발도 담그고 여기저기 맘껏 떠도는 그대 반듯하게 관복 차려입고 굽신거리는구 나 번잡함과 한가로움이 이리 서로 다르니 겨우 십리 길인데 벌써 열흘이나 못 만나고 있구나 내 문득 고상한 흥이 돋아 그댈 초대하니 부디 시끄러운 속세 방문을 꺼리진 말게. 예전에 심은 대나무 창 앞에 있으니 그대와 더불어 주인이 되고 싶다네. -‘왕질부를 초대하며(초왕질부·招王質夫)’ 백거이(白居易·772~846) `````````````````````````````````````````````````````````````````..

정겨운 송별[이준식의 한시 한 수]〈120〉

贈汪倫 / 李白 李白乘舟將欲行 이백승주장욕행 忽聞岸上踏歌聲 홀문안상답가성 桃花潭水深千尺 도화담수심천척 不及汪倫送我情 불급왕륜송아정 나 이백 배 타고 떠나려는데 홀연 강언덕에 발 구르며 부르는 노랫소리 들린다 도화담 물이 깊어 천 자나 된다 해도 날 전송하는 왕륜의 정에는 미치지 못하리 - ‘왕륜에게(증왕륜·贈汪倫)’ 이백(李白·701~762) 도화담(桃花潭) 일대 유람을 마치고 막 떠나려는데 문득 강 언덕에서 들려오는 답가(踏歌). 사람들이 서로 손 잡고 발로 땅을 구르며 합창하는 소리다. 술잔이나 시를 주고받는 여느 전별연과 달리 왕륜은 떼 창이라는 깜짝 이벤트로 이백을 전송한다. 소리껏 노래하는 이런 환송 인사가 이백은 놀라우면서도 유쾌했을 것이다. 천 길 깊은 물속도 이 사람의 온정에는 미치지 못할..

무욕지심[이준식의 한시 한 수]<119>

옛날 어르신 말씀 들을 때면, 듣기 싫어 으레 귀를 막았지. / 어쩌다 보니 내 나이 벌써 오십, 문득 나 자신이 이런 일 겪고 있네. / 내 젊은 날의 즐거움 돌아보지만, 추호도 되돌릴 마음은 들지 않네. / 시간은 흘러 흘러 멀어져가니, 이 생애에 다시는 또 못 만나리. / 가산을 털어서라도 때맞춰 즐기세, 말 달리듯 내달리는 세월이 다할 때까지. / 자식에게 재산은 물려주지 말지니, 뭣 때문에 죽은 후까지 남겨둘 텐가. 昔聞長者言, 掩耳每不喜. 奈何五十年, 忽已親此事. 求我盛年歡, 一毫無復意. 去去轉欲遠, 此生豈再値. 傾家時作樂, 竟此歲月사. 有子不留金, 何用身後置. ―‘잡시(雜詩)’ 제6수·도잠(陶潛·365∼427) 어른 말씀은 귓등으로 흘려보냈던 젊은 날을 추억하는 시인. 되돌릴 수 없는 세월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