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식의 한시한수 198

비가[이준식의 한시 한 수]<118>

風住塵香花已盡 풍주진향화이진 日晩倦梳頭 일만권소두 物是人非事事休물시인비사사휴 欲語淚先流욕어루선류 聞說雙溪春尙好문설쌍계춘상호 也擬泛輕舟 야의범경주 只恐雙溪舴艋舟 지공쌍계책맹주 載不動許多愁재부동허다수 - 武陵春 / 李淸照 바람 멎자 풍겨오는 흙 향기 꽃은 이미 지고 없네요 저물도록 머리 빗질조차 미적대고 있어요 풍경은 그대론데 사람은 가고 없으니 만사가 다 허망할 따름 마음을 털어놓으려니 눈물부터 흐르네요 듣기로 쌍계의 봄 아직도 좋다 하니 그곳에 가벼운 배 하나 띄우고 싶어요 하지만 쌍계의 작은 거룻배 많고 많은 내 수심의 무게는 못 견딜 거에요. 한바탕 바람이 휘몰아치자 봄꽃은 속절없이 스러진다. 바람이 멎자 비로소 감지되는 흙내음, 낙화가 스민 뒷자리에 향긋한 기운이 번진다. 계절은 어김없이 오가고 풍..

소동파의 배려심[이준식의 한시 한 수]<117>

戱足柳公權聯句 / 蘇軾 人皆苦炎熱 인개고염열 我愛夏日長 아애하일장 薰風自南來 훈풍자남래 殿閣生微凉 전각생미량 一爲居所移 일위거소이 苦樂永相忘 고락영상망 願言均此施 원언균차시 淸陰分四方 청음분사방 사람들은 모진 더위 힘들어해도 나는 긴 여름날이 좋기만 하네 훈풍이 남쪽에서 불어와 전각엔 시원한 바람 산들거리지 한번 거처를 옮기고 나면 오래도록 남들의 고락은 잊어버리기 마련 바라노니 이런 베풂 골고루 펼쳐져 그 혜택 온 세상에 나누어지길 - ‘유공권의 시구에 장난삼아 덧붙이다’ (희족유공권연구·戱足柳公權聯句)·소식(蘇軾·1037~1101) 이 시는 3인 합작으로 알려져 있다. 당 문종(文宗)이 앞 2구를 짓고 나서 수행한 신하들에게 이에 어울리는 2구를 덧붙여 시를 완성하라 했다. 신하들이 앞 다투어 올린 ..

거절된 선물[이준식의 한시 한 수]<116>

謝賜珍珠 / 江采萍 柳葉雙眉久不描 유엽쌍미구불묘 殘妝和淚汚紅綃 잔장화루오홍초 長門盡日無梳洗 장문진일무소세 何必珍珠慰寂寥 하필진주위적요 버들잎 같은 두 눈썹 그려본 지 오래 화장 자욱 눈물에 젖어 얼룩지는 비단옷 진종일 내궁에 갇혀 단장할 일 없으니 굳이 진주로 적막감을 달래주실 건 없지요 -진주 하사를 거절하며 謝賜珍珠 / 江采萍 빼어난 문학 소양과 음악적 기예로 당 현종의 총애를 받았던 후궁 강채평. 매화를 사랑한 그녀를 황제는 매비(梅妃)라 불렀다. 한데, 황제의 총애가 양귀비에게로 넘어가면서 그녀는 황제의 시야에서 멀어졌고 내궁에 갇히다시피 한 채 적적한 세월을 보내야 했다. 버림받은 아픔보다 길고 긴 망각의 세월을 견뎌야 하는 게 더 가혹한 시련이었을 터. 하여 여인은 단장도 치장도 마다하고 눈물..

청빈한 선비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115>

衡門 / 詩經 陳風 衡門之下 可以棲遲 泌之洋洋 可以樂飢 횡문지하 가이서지 비지양양 가이낙기 豈其食魚 必河之魴 豈其取妻 必齊之姜 기기식어 필하지방 기기취처 필제지강 豈其食魚 必河之鯉 豈其取妻 必宋之子 기기식어 필하지리 기기취처 필송지자 ```````````````````````````````````````````````````````````````````````` 누추한 집이라도 놀며 쉴 수 있고 졸졸 흐르는 샘물 즐기며 기꺼이 주릴 수 있으리 물고기를 먹는데 왜 꼭 황하 방어라야 하나 아내를 얻는데 왜 꼭 제나라 강씨라야 하나 물고기를 먹는데 왜 꼭 황하 잉어라야 하나 아내를 얻는데 왜 꼭 송나라 자씨라야 하나. (衡門之下, 可以棲遲. 泌之洋洋, 可以樂飢. 豈其食魚, 必河之방. 豈其取妻, 必齊之姜. 豈其..

호연지기를 노래하다[이준식의 한시 한 수]<114>

망악·望嶽 / 杜甫·712~770) 岱宗夫如何 齊魯靑未了 造化鍾神秀 陰陽割昏曉 蕩胸生層雲 決眥入歸鳥 會當凌絶頂 一覽衆山小 대종부여하 제로청미료 조화종신수 음양할혼효 탕흉생층운 결자입귀조 회당능절정 일람중산소 태산은 대체 어떤 산이런가 그 푸르름 제나라에서 노나라 땅까지 끝없이 펼쳐지지 조물주가 모아놓은 신령하고 빼어난 경관 밤과 새벽처럼 또렷이 빛깔이 나뉘는 산의 남과 북 겹겹이 피는 구름 보며 확 트이는 가슴 둥지 찾는 새 좇느라 멈추지 못하는 눈길 내 언젠가 저 정상에 올라 뭇 산들이 얼마나 작은지 한번 굽어보리라 태산을 바라보며 / 杜甫·712~770) 태산은 중국 황제가 천신과 지신에게 제를 올리는 봉선(封禪) 의식을 거행할 때 반드시 올랐을 만큼 영산(靈山)으로 예우받았던 산. 이 산을 경계로 ..

친구여, 기억하시게[이준식의 한시 한 수]<113>

贈君一法决狐疑 증군일법결호의 不用鑽龜與祝蓍 불용찬구여축시 試玉要燒三日滿 시옥요소삼일만 辨材須待七年期 변재수대칠년기 周公恐懼流言日 주공공구유언일 王莽謙恭未纂時 왕망겸공미찬시 向使當初身便死 향사당초신편사 一生眞僞復誰知 일생진위부수지 터놓고 하는 말(放言)제3수·백거이(白居易·772∼846)》 의심을 푸는 방법 하나 알려주겠네 거북이나 풀 따위로 점 볼 필요도 없지 옥의 진위를 가리려면 사흘간 불에 태워 보면 되고 재목감을 구별하려면 7년 기다려 보면 되지 충성스러운 주공도 유언비어에 시달렸고 왕망도 왕위 찬탈 전에는 더없이 공손했지 만약 그들이 일찌감치 죽어버렸다면 그 진심과 그 위선을 어느 누가 알았으랴 진심이 통하지 않거나 굴곡진 삶에 허덕일 때 사람들은 때로 점괘를 빌려 마음을 달래려 한다. 하지만 친..

사랑가의 두 모습[이준식의 한시 한 수]<112>

菩薩蠻 枕前發盡千般願 침전발진천반원 要休且待靑山爛 요휴차대청산란 水面上秤錘浮 수면상칭추부 直待黃河徹底枯 직대황하철저고 白日參辰現 백일삼진현 北斗廻南面 북두회남면 休卽未能休 휴즉미능휴 且待三更見日頭 차대삼경견일두 베갯머리에서 온갖 소원 다 비나니 우리 헤어지려면 청산이 닳아 없어지고 물 위에 둥둥 저울추가 떠다니고 황하가 바닥까지 말라야 하리 삼성과 진성이 대낮에 나타나고 북두칠성 남쪽으로 돌아야 하리 헤어지려 하여도 헤어질 수 없으리 삼경에 햇님이 보일 때까진 ```````````````````````````````````````````` 베갯머리에서 두고두고 소원을 빌었지요 절 버리시겠다면 청산이 문드러질 때까지 기다리세요 저울추가 수면 위로 떠오르거나 황하가 깡그리 마를 때까지 기다리세요 대낮에 삼성..

귤나무에 부치는 충정[이준식의 한시 한 수]<111>

江南有丹橘 經冬猶綠林 강남유단귤 경동유녹림 豈伊地氣暖 自有歲寒心 기이지기난 자유세한심 可以薦嘉客 奈何阻重深 가이천가객 내하조중심 運命惟所遇 循環不可尋 운명유소우 순환불가심 徒言樹桃李 此木豈無陰 도언수도리 차목기무음 -‘인생 소회’(감우·感遇)제7수·장구령(張九齡·678~740)》 강남 지방 붉은 귤나무 겨울 지나도 여전히 푸른 숲을 이루네 어찌 이곳 기후가 따뜻해서랴 스스로 추위 견디는 본성이 있어서지 귀한 손님께 드릴 수 있으련만 어쩌랴 첩첩이 길 막히고 아득히 먼 것을 운명은 그저 만나기 나름이려니 돌고 도는 세상 이치를 억지로 좇을 순 없지 괜히들 복숭아나 자두를 심으라지만 이 나무라고 어찌 시원한 그늘 없으랴 강남의 귤나무가 겨울을 겪고도 푸름을 간직하는 건 따스한 기후 때문이 아니라 추위를 이기..

여유와 탄식[이준식의 한시 한 수]<110>

閑居 / 司馬光 故人通貴絶相過 고인통귀절상과 門外眞堪置雀羅 문외진감치작라 我已幽慵僮更懶 아이유용동경라 雨來春草一番多 우래춘초일번다 閑居 / 司馬光 옛 친구들 귀인과 통하고 나와는 왕래를 끊으니 문 밖에는 진정 참새그물이라도 설치해도 되겠다 내가 은거하여 의욕을 잃자 하인들은 더 심하니 비 내린 뒤 봄 풀이 한 마당을 뒤덮고 말았구나 `````````````````````````````````````````````````````` 故人通貴絶相過 門外眞堪置雀羅 我已幽용동更懶 雨來春草一番多 ―‘한가한 생활(한거·閑居)’(사마광·司馬光·1019∼1086) 옛 친구들 고관대작과 사귀느라 발길 뚝 끊었으니 문밖은 그야말로 참새 그물을 놓아도 될 지경 내 진작부터 빈둥거렸지만 일하는 아이마저 더 게을러져 비 온 뒤 ..

객지의 봄나들이[이준식의 한시 한 수]<109>

和晉陵陸丞早春遊望 獨有宦游人 독유환유인 偏驚物候新 편경물후신 雲霞出海曙 운하출해서 梅柳渡江春 매류도강춘 淑氣催黃鳥 숙기최황조 晴光轉綠蘋 청광전녹빈 忽聞歌古調 홀문가고조 歸思欲沾巾 귀사욕첨건 홀로 타관에서 벼슬길 떠도는 사람 경물과 기후의 새로움에 놀라노라 구름과 노을이 바다에서 피어나는 아침 매화와 버들꽃잎 강 건너는 봄이로구나 맑은 봄기운 꾀꼬리 울음 재촉하고 개인 햇볕은 푸른 개구리밥으로 옮아가네 홀연히 들리는 노래는 옛 노래 고향 생각에 눈물이 수건을 적시네 ―진릉 현승 육 아무개의 시 <이른 봄나들이>에 화답하다(和晉陵陸丞早春遊望) 두심언(杜審言·약 645∼708)》 `````````````````````````````````````````````````````` 벼슬하느라 객지를 떠도는 자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