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한나라 때 하간왕(河間王) 유덕(劉德)은 귀한 신분이었음에도 높은 인품과 학문으로 모든 이의 존경을 받았다. 그가 죽자 헌왕(獻王)의 시호가 내렸다. 헌(獻)은 총명예지(聰明叡智)를 갖춘 사람에게 내리는 이름이다. 반고(班固)가 찬문(贊文)에 썼다. "예전 노나라 애공(哀公)이 이런 말을 했다. '과인은 깊은 궁중에서 태어나 아녀자의 손에서 자랐다. 근심을 몰랐고 두려움도 겪어 보지 못했다.' 이 말이 맞다. 비록 망하지 않으려 한들 얻을 수가 있겠는가. 이 때문에 옛 사람은 편안한 것을 짐독(鴪毒)처럼 여겼고, 덕 없이 부귀한 것을 일러 불행이라고 했다(無德而富貴, 謂之不幸). 한나라가 일어나 효평제(孝平帝) 때 이르러 제후왕이 100명을 헤아렸다. 대부분 교만하고 음탕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