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304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74> 黃髮番番

누른빛 황(黃-0)머리털 발(髟-5)횟수 번(田-7) 그때 晉(진)나라는 文公(문공)이 죽어 喪中(상중)에 있었다. 태자 襄公(양공)은 활이 멸망했다는 소식을 듣자 화를 내며 군사를 일으켰다. 효산에서 진나라 군대를 막으며 공격하여 대파하고 세 장군을 사로잡았다. 이것이 효산 전투다. 맹명시 등은 晉(진)나라 문공의 부인 덕분에 겨우 귀국할 수 있었다. 세 장수가 돌아오자, 목공은 소복을 입고 교외까지 나가 그들을 맞이하면서 통곡했다. “내가 백리혜와 건숙의 말을 듣지 않아 세 사람이 굴욕을 당했다. 세 사람에게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대들은 설욕을 위해 마음을 다하고 게으르지 말라.” 목공은 세 사람에게 본래의 관직을 주었고 더욱 도탑게 대해주었다. 목공은 자신의 허물을 잘 알았고 또 인정했다. 현명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73> 默殺

말없을 묵(黑-4)지울 살(殳-3) 목공이 건숙과 백리혜에게 물으니, 그들이 대답했다. “여러 나라를 거치고 천 리 길을 넘어 습격하는 일은 이로울 것이 거의 없습니다. 더욱이 누군가 정나라를 팔아넘긴 것이라면 우리 쪽 사람도 우리 정세를 정나라에다 알리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안 됩니다!” 이에 목공이 말했다. “그대들이 잘 모르고 하는 말이오. 나는 이미 결정했소.” 목공의 동방 진출 의욕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늘 현명한 신하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던 그가 이번에는 默殺(묵살)한 것이다. 군대를 일으킨 목공은 백리혜의 아들 孟明視(맹명시), 건숙의 아들 西乞術(서기술)과 白乙丙(백을병)에게 군대를 통솔하게 했다. 출병하는 날, 백리혜와 건숙 두 사람이 통곡했다. 목공이 노하..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72> 好人之所惡

- 좋아할 호(女-3)남 인(人-0)의 지(丿-3)바 소(戶-4)싫어할 오(心-8) 목공은 기산 아래 촌사람들이 말을 잡아먹은 것을 용서했을 뿐만 아니라 술까지 내렸으니, 참으로 백성을 아낄 줄 아는 어진 군주였다. 어진 군주였으므로 晉(진)나라에 기근이 들어 혜공이 식량을 요청하자, 혜공이 자신에게 여덟 개 성을 주기로 한 약속을 어긴 것은 제쳐두고 식량을 보내주었던 것이다. 반면에 혜공은 목공과 전혀 다른 마음을 지닌 인물임이 여실하게 드러났다. 그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은혜를 입은 나라에서 기근이 든 틈을 노려 군대를 일으켰다. 이야말로 “好人之所惡, 惡人之所好”(호인지소오, 오인지소호) 곧 “남이 싫어하는 것을 좋아하고 남이 좋아하는 것을 싫어하는” 인물임이 분명하다. 그렇게 사람의 본성을 거..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71> 食駿馬之肉

- 먹을 식(食-0)준마 준(馬-7)말 마(馬-0)의 지(丿-3)고기 육(肉-0) 그런데 목공 14년(기원전 646년)에는 秦(진)나라에서 기근이 들어 晉(진)나라에 식량을 요청했다. 혜공은 신하들과 의논하였다. 혜공의 외삼촌인 대부 虢射(괵석)이 말했다. “기근을 틈타 정벌하면 큰 공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식량을 제공하는 대신에 정벌 전쟁을 벌이자는 제안인데, 그야말로 背恩忘德(배은망덕)을 부추긴 셈이다. 애초에 은혜 따위는 품은 적도 없었던 혜공도 그 말에 따랐다. 이듬해 혜공은 군대를 일으켜 秦(진)나라를 공격했다. 목공도 군대를 동원하여 맞섰다. 목공은 혜공과 韓地(한지)에서 맞붙었다. 혜공은 자신의 군대를 뒤에 남겨둔 채, 목공의 군대와 다투고 돌아오다 말의 발이 묶여 나아가지 못하는 지..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70> 秦穆公

- 나라 진(禾-5)화목할 목(禾-11)제후 공(八-2) 백리혜의 말을 들은 秦穆公(진목공)은 후한 예물을 갖추고 사람을 보내 건숙을 맞아들여서 상대부로 삼았다. “見賢而不能擧, 擧而不能先, 命也”(견현이불능거, 거이불능선, 만야) 곧 “현명한 이를 보고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쓰더라도 앞세우지 못하는 것은 게으름이다”라고 했는데, 목공은 이와 달리 아주 부지런했다. 백리혜가 현명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자 얼른 그를 만나려 했고, 만나서는 그를 기용하려고 했으며, 사흘 동안 이야기를 나눈 뒤에는 그에게 국정을 맡기려 했다. 백리혜 또한 현명한 사람답게 자신보다 현명한 건숙을 추천했고, 목공은 기다렸다는 듯이 건숙을 맞아들여 상대부로 삼았다. 목공이야말로 목마른 자가 물을 찾듯이 현자를 구했다고 할 만하다...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69> 百里傒

- 일백 백(白-1)마을 리(里-0)묶을 혜(人-10) 秦穆公(진목공) 5년(기원전 655년)의 일이다. 晉(진)나라 헌공이 우나라와 괵나라를 멸망시키고 우나라의 군주와 百里傒(백리혜)를 포로로 잡았다. 헌공은 딸을 목공에게 시집보내면서 백리혜를 종으로 딸려 보냈다. 도중에 백리혜는 도망갔으나 초나라 사람에게 붙잡혔다. 백리혜가 현명하다는 말을 들은 목공은 비싼 값을 치르고라도 데려오고 싶었으나, 혹시 초나라 사람이 내주지 않을까 하여 “내 媵臣(잉신)인 백리혜가 거기에 있는데, 검정 숫양 가죽 다섯 장으로 값을 치르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윽고 초나라 사람이 이를 받아들여 백리혜를 내주었다. 이때 백리혜는 이미 일흔이 넘은 노인이었다. 목공은 백리혜를 감옥에서 풀어주고는 그와 함께 국사를 이야기하려 했..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68> 賢而不能擧

- 똑똑할 현(貝-8)말 이을 이(而-0)아닐 불(一-3)잘할 능(肉-6)들 거(手-14) 이제 14-2다. “見賢而不能擧, 擧而不能先, 命也; 見不善而不能退, 退而不能遠, 過也. 好人之所惡, 惡人之所好, 是謂拂人之性, 菑必逮夫身. 是故君子有大道, 必忠信以得之, 驕泰以失之.”(견현이불능거, 거이불능선, 만야; 견불선이불능퇴, 퇴이불능원, 과야. 호인지소오, 오인지소호, 시위불인지성, 재필체부신. 시고군자유대도, 필충신이득지, 교태이실지) “현명한 이를 보고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쓰더라도 앞세우지 못하는 것은 게으름이다. 착하지 못한 자를 보고도 물리치지 못하고, 물리치더라도 멀리하지 못하는 것은 지나침이다. 남이 싫어하는 것을 좋아하고 남이 좋아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 이는 사람의 본성을 거스르는 짓이..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67> 臣不如也

- 신하 신(臣-0)아닐 불(一-3)같을 여(女-3)어조사 야(乙-2) 포숙이 사양하며 한 말은 이렇다. “臣, 君之庸臣也. 君有加惠于其臣, 使臣不凍饑, 則是君之賜也. 若必治國家, 則非臣之所能也, 其唯管夷吾乎. 臣之所不如管夷吾者五. 寬惠愛民, 臣不如也; 治國不失秉, 臣不如也; 忠信可結于諸侯, 臣不如也; 制禮義可法于四方, 臣不如也; 介胄執枹, 立于軍門, 使百姓皆加勇, 臣不如也. 夫管仲, 民之父母也. 將欲治其子, 不可棄其父母.”(신, 군지용신야. 군유가혜우기신, 사신부동기, 즉시군지사야. 약필치국가, 즉비신지소능야, 기유관이오호. 신지소불여관이오자오. 관혜애민, 신불여야; 치국불실병, 신불여야; 충신가결우제후, 신불여야; 제예의가법우사방, 신불여야; 개주집포, 립우군문, 사백성개가용, 신불여야. 부관중, 민..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66> 患不知人

걱정할 환(心-7)아닐 불(一-3)알아볼 지(矢-3)남 인(人-0) 예나 이제나 제 능력만으로 성공하고 위업을 이룬 이는 없었다. 때를 잘 만나야 했고, 특히 앞에서 끌어주거나 뒤에서 밀어주는 이가 있어야만 했다. 관중은 포숙이 밀어주었다. 환공도 앞에서 끌어주었으니, 그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통치를 맡은 군주뿐만 아니라 벼슬살이를 하려는 이라면 누구든지 갖추어야 할 것은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다. 군주는 인재를 얻기 위해서, 벼슬아치는 자신의 길을 떳떳하게 가기 위해서 그런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군주든 관리든 대부분은 남이 알아주기를 바랄뿐, 그 자신이 남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거나 자각하지 못했고 또 여전히 못 하고 있다. 이것이 수많은 군주들과 관리들이 태평성대를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64> 君之僕妾

임금 군(口-4)의 지(丿-3)사내종 복(人-12)계집종 첩(女-5) “군주가 자신을 위해 죽거나 자기를 위하다 망할 때 우리(신하)들이 그를 따라서 죽거나 망한다면, 이는 사사로이 총애를 받는 자가 하는 일이다. 이야말로 참된 신하인지 아닌지를 분별하는 기준이다. 세상에 신하 된 사람들은 이를 잘 모르고서 신하는 군주를 위해 존재한다고 여긴다. … 군주와 신하라는 명칭은 천하와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나에게는 천하에 대한 책임이 없다면, 나와 군주는 길가는 사람이 될 뿐이다. 나아가 군주에게 벼슬을 하면서 천하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면 그는 군주의 노예일 뿐이며, 천하를 위해 일한다면 그는 군주의 스승이요 벗이다.”(263회의 ‘명이대방록’ 인용문 뜻풀이) 황종희는 군주도 그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