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7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97.왜구(倭寇)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97.왜구(倭寇)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4. 8. 16:22 조선의 해안가를 자주 유린했던 일본의 해상 도적, 왜구의 모습을 그린 중국 명나라 때 그림이다. 우리는 오랑캐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변경을 치고 들어와 노략질을 하는 외부 사람들을 그렇게 일컬었던 때가 적지 않다. 그러니 듣기에 썩 좋지 않은 어감의 말이다. 인명을 살상하고 재물을 훔치니 그 대상에게 좋은 말을 붙일 까닭이 없다. 한반도 북부의 적유령(狄踰嶺) 산맥을 순우리말로 풀면 ‘되너미 고개’다. 되놈들이 넘어오는 고개라는 뜻이다. 되놈은 한자 狄(적)으로 옮겼다. ‘넘다’의 뜻은 踰(유), 고개 또는 산을 嶺(령)으로 적었다. 이 ‘되너미 고개’라는 이름을 지닌 장소가..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96.도보(徒步)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96.도보(徒步)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4. 1. 16:49 물의 흐름을 좇고 거스르며 놀다가도 제 돌아갈 곳을 잊지 말라고 했던 전국시대의 사상가 맹자의 초상.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를 가리킬 때 쓰는 글자가 徒(도)다. 우선적으로는 ‘무리’ ‘떼’ 등을 가리키지만 맨몸, 또는 ‘헛되이’라는 새김도 얻은 글자다. 따라서 아무것도 없이 그냥 걷는(步) 행위가 도보(徒步)다. 승용차 등 탈 것을 동원하지 않은 채 길을 걷는 일이다. 도수(徒手)라고 적으면 기계나 기기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도수체조’라고 하면 몸만을 움직여서 하는 체조다. 그런 점 고려하면 도보(徒步)라는 단어의 뜻은 한결 가깝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단어의 원래 출발..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95.횡재(橫財)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95.횡재(橫財)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3. 25. 17:18 전국시대 전략가인 귀곡자의 초상이다. '합종연횡'의 사고를 낳은 종횡가(縱橫家)의 태두로 알려진 인물이다. 세로와 가로, 한자로는 縱橫(종횡)이다. 우리말 쓰임새에서는 ‘가로세로’가 보통이다. 세로 앞에 가로가 먼저 등장한다. 그러나 한자의 세계에서는 세로를 앞세운다. 그러면서 가로는 자꾸 뒷전으로 밀린다. 급기야는 아주 부정적인 새김까지 얻는다. 씨줄과 날줄의 관계도 그렇다. 우리말에서는 보통 씨줄이 먼저, 날줄이 나중이다. 그러나 한자로 적는 경우라면 그 반대다. 옷감을 짤 때 가로로 지나는 날줄, 세로의 씨줄 순서다. 그래서 經緯(경위)라고 적는다. 한 번 따져볼 대목이다. 곡절이 반드시 있었을..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94.백안시(白眼視)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94.백안시(白眼視)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3. 18. 18:12 중국 위진(魏晋)시기에 출현했던 죽림칠현의 상상도. 세속을 멀리하면서 음주와 가무 등으로 생활했던 그룹인 그룹이다. 사람의 눈짓을 이야기하는 한자 단어는 적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 이 칼럼에서 소개했던 추파(秋波)도 그 한 예다. 우리에게 또 잘 알려진 단어가 백안시(白眼視)다. 남을 좋지 않게 보는 눈빛이다. 예전 중앙일보 재직 때에 분수대 칼럼에서 썼던 내용을 다시 고쳐 싣는다. 위진(魏晋) 남북조 때 세속의 번잡함을 경멸했던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 완적(阮籍)은 눈동자 굴림의 명수였다. 눈짓 하나로 좋고 싫음을 명백하게 표시할 수 있었다니 말이다. 모친상 때 조문을 위해 찾아온 혜희(..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93.동맹(同盟)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93.동맹(同盟)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3. 11. 16:16 한미동맹-6.25전쟁 중의 백선엽 당시 육군참모총장, 이승만 대통령 내외, 밴플리트 미 8군 사령관의 모습.(왼쪽부터) 전쟁을 함께 수행하며 한국과 미국은 혈맹의 관계로 발전했다. 테러를 당한 주한 미국 대사의 한 마디, “같이 갑시다(Go together)”가 유명해졌다. 6.25전쟁을 겪으면서 다져진 한국군과 미군의 구호였다. 그 원조(元祖)에 해당하는 백선엽 예비역 대장은 필자가 요즘도 늘 만나는 분이다. 중앙일보 재직 때 그를 오래 인터뷰해 1년 2개월 동안 중앙일보에 ‘내가 겪은 6.25와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다. “같이 갑시다”는 말이 우리에게 새삼 일깨운 것은 미국과의 소중한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92.뇌동(雷同)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92.뇌동(雷同)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3. 4. 17:23 '뇌동'이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쓰였다. 위아래 사람 사이의 예의범절을 다뤘던 의 한 대목에 먼저 등장한다. 부화뇌동(附和雷同)이라는 말 우리가 자주 쓴다. 남의 입장이나 의견에 빌붙어(附) 그에 따르기(和) 일색이고, 우레(雷) 울릴 때 함께 같은(同) 소리를 낸다는 뜻의 성어다. 제 주견(主見)은 온 데 간 데 없이 남의 뜻만을 그저 좇는 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이런 풀이가 일반적이다. 오래 전에 등장한 말이다. 우선 에 나온다. 윗사람을 상대하는 아랫사람의 자세를 일컫는 대목이다. 두 가지를 경계한다. “남의 말 그저 옮기지 말고, 제 소견 없이 남의 말에 고개만 주억거리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91.금슬 (琴瑟)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91.금슬 (琴瑟)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2. 25. 18:21 고대 중국에서 썼던 25현의 슬(瑟). 그보다 적은 현의 금(琴)과 잘 어울려 '금슬'이라는 단어로 정착했다. 오동(梧桐)으로 만들었다. 가운데가 비어 있다. 금속의 줄을 튕긴다. 오동나무라는 좋은 재질(材質)에 중간을 텅 비우고, 쇠줄이 지나가니 소리가 잘 울린다. 금슬(琴瑟)이라는 악기를 설명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거문고나 가야금을 떠올릴 수 있다. 앞의 琴(금)은 줄이 적다. 울림이 강하고 소리가 분명하다. 뒤의 瑟(슬)은 줄이 그보다 2~3배 정도 많다. 다양한 소리를 낸다. 앞에서 琴(금)을 타고, 뒤에서는 瑟(슬)을 울린다. 크고 강하며 분명한 소리에, 작고 부드러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90.야비 (野鄙)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90.야비 (野鄙)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2. 11. 17:23 외양과 바탕의 조화, 문질(文質)로 인품의 크기와 깊이를 측정코자 했던 공자의 상상도다. 요즘 자주 쓰는 말이 ‘야동’이다. 야한 동영상이라는 뜻의 새 조어(造語)로, 한자로 적으면 ‘야동(野動)’이겠다. 우리는 “야(野)하다”는 말을 많이 쓰는데, 부정적 어감이 퍽 많은 이 글자의 원래 유래는 꼭 그렇지만 않다. 공자(孔子)는 에서 사람의 품격을 따지며 문질(文質)의 두 글자를 병렬했다. 앞의 文(문)은 겉으로 드러나는 무늬라고 보면 좋다. 뒤의 質(질)은 안으로 감춰져 있는 바탕으로 옮길 수 있다. 수양과 학습 등을 통해 사람이 쌓는 외형적 품격이 文(문)이요, 그를 뿜어내는 뿌리 또는 근저가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89.파랑 (波浪)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89.파랑 (波浪)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2. 4. 16:03 조선 후기에 유명한 탕평책을 실시해 당파 사이의 조화를 꾀하려고 했던 영조(英祖)의 초상. “부딪쳐서 깨어지는 물거품만 남기고/ 가버린 그 사람을 못 잊어 웁니다/ 파도는 영원한데 그런 사랑을/ 맺을 수도 있으련만/ 밀리는 파도처럼/ 내 사랑은….” 이 노랫말 기억하는 분 적지 않을 테다. 1971년 일찍 생을 마감한 가수 배호의 노래 ‘파도’ 시작 부분이다. 오늘은 물결 이야기다. 그를 일컫는 한자 단어가 파랑(波浪)이다. 특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보통은 작은 물결이 波(파), 그보다는 큰 물결이 浪(랑)이다. 앞의 波(파)는 물을 가리키는 부수와 겉가죽을 의미하는 皮(피)의 합성이니, 물의 수면이..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88.악양루기(岳陽樓記)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88.악양루기(岳陽樓記)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1. 28. 16:26 공직자의 마음가짐을 아주 유명한 문장으로 남긴 북송의 관료이자 문인 범중엄의 초상. 중국 후난(湖南)성 웨양(岳陽 악양)이라는 도시에 우리에게도 제법 귀에 익은 누각이 하나 있다. 우리말로 읽으면 악양루(岳陽樓)다. 경치가 아주 빼어난 곳에 높이 솟아 있는 누각이라 퍽 유명하다. 그러나 경치로서만이 아니다. 그 누각을 새로 증축할 때 지은 문장이 더 큰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그 문장을 지은 사람은 범중엄(范仲淹 989~1052년)이다. 북송(北宋)의 문인 관료지만, 이족(異族)과의 전쟁을 치르면서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 북방 민족과의 싸움에서 걸출한 전략가의 면모를 드러내 상대로부터 “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