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7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77.면목(面目)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77.면목(面目)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11. 5. 17:29 '진면목'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여산의 경치를 읊었던 북송 최고의 문인 소동파. 이 면목(面目)이라는 단어는 언제 처음 나왔을까. 꽤 오래라고 보인다. 에 등장했고, 이어 유방(劉邦)과 천하의 패권을 다투다 패한 항우(項羽)의 기록에서도 나온다. 얼굴을 가리키는 面(면)이라는 글자에 눈을 지칭하는 目(목)이 합쳐졌다. 우선의 새김은 ‘모습’이다. 얼굴은 그냥 얼굴, 그 가운데 사람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눈이 따라 붙은 점이 조금 흥미롭다. 코와 입, 귀 등 다른 기관에 비해서 눈이 지니는 상징성이 별나기 때문일 테다. 의미를 조금 더 확장해 이 단어는 ‘체면(體面)’과도 통한다. 체면은 행동거지와..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76.소슬(蕭瑟)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76.소슬(蕭瑟)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10. 29. 15:31 10월29일 남산 산책길의 북사면 가을 모습이다. 낙엽을 떨구는 식생에 바람이 불면 그게 바로 '소슬바람'이다.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도 가을을 알린다. 조금씩 앙상해지는 가지에 바람이 닿으면서 서걱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린다. 그런 모습과 소리를 한자로 표현한 게 蕭瑟(소슬)이다. 우리가 흔히 ‘소슬바람’이라고 할 때 등장하는 단어다. 우리는 그런 형용에서 가을이 다가옴, 그 가을의 깊어짐을 다 느낀다. 蕭(소)라는 글자는 원래 대쑥을 가리켰다. 쑥의 일종이다. 다른 쑥에 비해 뒷면에 자라는 수염이 적어 맑은 모습을 지닌다고 한다. 그래서 이 글자를 ‘쓸쓸함’으로 푼다고 보는 사람도 있으나, 분명치..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75.추파(秋波)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75.추파(秋波)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10. 22. 16:51 '추파'라는 말을 '여인의 눈길'이라는 뜻으로 본격 사용토록 만든 후당의 마지막 군주이자 뛰어난 문인 이욱의 초상. 봄물과 가을의 물, 어딘가 대조를 이룰 듯하다. 한자로 적으면 春水(춘수)와 秋水(추수)다. 봄물, 春水(춘수)는 대지에 엉겼던 얼음 등이 녹으면서 불어나는 물이다. 큰 강에서는 그런 봄물의 흐름이 역력하다. 망국(亡國)의 군주였던 이욱(李煜 937~978년)은 북송(北宋)에 포로로 잡혀와 제 조국을 그리면서 그런 봄물을 봤다. 강을 가득 채우면서 동쪽으로 하염없이 흘러가는 봄물을 “一江春水向東流(일강춘수향동류)”라고 적었다. ‘강 가득’ ‘온 강’을 한자어 ‘一江(일강)’으로 표시해..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74.목적(目的)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74.목적(目的)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10. 7. 19:26 활을 잘 쏴서 공작의 눈알을 맞혔다는 당 고조 이연의 모습. 그로부터 '목적'이라는 단어가 탄생했다면 과언일까. 이 단어 모르는 사람도 별로 없다. 활이나 총을 쏠 때의 과녁, 나아가 제 스스로의 지향이 종국에 닿아야 할 곳이라는 뜻이다. 과녁이라는 단어가 순우리말일 수도 있지만, 목표로 정한 가죽(革)을 뚫는다(貫)의 뜻으로 생긴 貫革(관혁)이라는 한자어에서 비롯했다고 보인다. 활이나 총 등 살상을 위한 무기를 겨냥할 때 가장 중요한 곳이 눈일까, 그래서 그를 가리키는 눈, 즉 한자 目(목)이 등장한 것일까. 이런 의문이 생긴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추정이 가능한 스토리도 전해진다. 양견..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73.조짐(兆朕)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73.조짐(兆朕)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10. 7. 16:05 중국 전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 그는 '짐(朕)'이라는 글자를 황제의 1인칭 호칭으로도 통일했다. 이 ‘조짐(兆朕)’이라는 단어 뜻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에 나타나 앞으로의 상황을 미리 보여주는 사물이나 현상이다. 굳이 풀 필요도 없을 만큼 우리에게는 친숙한 단어다. 그러나 왜 두 글자의 조합이 그런 뜻을 얻었는가를 물으면 답이 궁색해진다. 앞의 兆(조)라는 글자는 億(억)보다 큰 단위라는 뜻이다. 특히 돈을 헤아리는 단위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에 앞서 이 글자가 가리켰던 대상은 점 등을 칠 때 그 자리에 나타난 흔적이다. 초기 동양사회에서 점을 칠 때 썼던 물질은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72.파체(破涕)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72.파체(破涕)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10. 1. 18:48 고대 상례의 여러 대목 중 '졸곡'이라는 절차를 적었던 . 이전에 ‘울음’이라는 주제로 쓴 글에서 먼저 소개했던 단어다. ‘깨뜨린다’는 새김의 破(파)에 ‘울음’을 지칭하는 涕(체)를 붙였다. 필자가 근무하는 출판사에서 낸 소설의 제목(이규진 저, )도 이리 썼다. 조선의 땅에 내려앉은 천주교의 빛을 그린 소설, 좋은 내용이니 사서 읽어보시길…^^. 말이 담은 뜻은 ‘눈물을 거두다’다. 권유 형태로 써도 무방하다. ‘이제 눈물을 거두시길…’이라는 뜻으로 말이다. 슬픔, 차마 이기지 못할 깊이로 그것이 닥쳤을 때 사람들은 운다. 기뻐서도, 허탈해서도 울지만 그 울음이야 슬픔에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 때와..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71.요령(要領)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71.요령(要領)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9. 24. 18:29 과거 중국에서의 태형 모습. 우리가 자주 쓰는 '요령'이라는 단어는 옛 형벌과도 관련이 있다. 뭔가를 잡아내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사람에게 “요령 없다”는 말을 쓴다. 핵심, 중요한 무엇, 문제를 풀어가는 실마리 등의 뜻을 지닌 단어가 요령(要領)이다. 그런 요령 없다고 여겨지면 당장 날아오는 게 핀잔이다. “요령부득이네…”라는 끌탕과 함께 말이다. 글자의 새김으로 보면 얼핏 이해는 간다. ‘중요하다’는 의미의 要(요), ‘옷깃’을 가리키는 領(령)과 함께 붙어 있으니 ‘중요한 옷깃’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의문도 살짝 든다. 要(요)가 왜 ‘중요하다’는 새김을 얻었으며, 조금은 생뚱맞은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70.추성(秋聲)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70.추성(秋聲)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9. 17. 19:34 북송의 문호 구양수는 가을의 소리를 탁월하게 묘사했다. 그의 작품 '추성부(秋聲賦)'를 상상해서 그린 그림. 쓰르라미라고 부르는 매미의 한 종류가 있다. 정식 명칭은 쓰름매미다. 일반 매미보다 몸집이 좀 작다. 이 쓰름매미의 한자 호칭은 寒蟬(한선)이다. 이슬 내리는 가을에 우는 매미라서 아마 ‘춥다’는 뜻의 寒(한)이라는 글자에 매미(蟬)를 갖다 붙인 듯하다. 일반 매미를 가리키는 경우도 있다. 날씨가 차가워진 무렵 매미의 울음소리는 현저하게 줄어든다. 가을의 쌀쌀함이 매미의 울음소리를 줄어들게 만드는 큰 요인이다. 그래서 날씨 차가워진 뒤 울음 멈추는 매미를 통틀어 寒蟬(한선)이라고도 부른다. 사..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69.정야사(靜夜思)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69.정야사(靜夜思)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9. 3. 18:08 산 위에 두둥실 떠오른 한가위 보름달. 이백의 '정야사'는 그 보름날의 정서를 절절하게 표현한 명시다. 이제 곧 추석이다. 이 중추가절(仲秋佳節)을 맞을 때면 곧 떠오르는 게 고향이자 가족이다. 객지에 멀리 떠도는 이 있으면 그는 한가위 보름달을 보면서 먼저 고향과 부모님, 그리운 형제자매를 떠올린다. 고향에 머물지 못하면서 외지에 나가 떠도는 나그네의 심정을 가장 아리게 만드는 시절이 바로 한가위, 추석이다. 그래서 먼 객지의 나그네 몸으로 한가위 보름달을 올려보며 고향을 그렸던 시를 적어본다. 당나라 최고의 가객, 이백(李白)이 지은 고요한 밤의 생각, 즉 ‘정야사(靜夜思)’다. 이 시는 중고교..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68.추(秋)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68.추(秋)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8. 27. 16:28 가을걷이, '추수'의 행위를 표현한 옛 그림.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시간을 ‘해’라고 한다. 한자로는 연(年)·세(歲)라고 적는다. 두 한자는 농작물이 잘 익었음을 뜻한다. 유년(有年)이라고 할 때는 ‘풍년(豊年)’, 대풍작을 이야기할 때는 ‘대유년(大有年)’이라고 적는 이유다. ‘망세(望歲)’라고 적으면 농작물 작황이 좋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주기적으로 운행하는 하늘의 별에 가을 서리를 합친 ‘성상(星霜)’도 한 해를 뜻하는 단어다. 추위와 더위를 한 데 붙여 만든 ‘한서(寒暑)’도 마찬가지 뜻의 단어다. 사계(四季) 또는 사시(四時) 중의 봄과 가을을 뽑아 엮은 ‘춘추(春秋)’도 덧없이 흐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