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이야기 1625

[한자 뿌리읽기]<169>川(내 천)

[동아일보] 강은 인간 문명의 시원이자 재앙의 원천이다. 세계의 고대문명이 모두 강을 중심으로 생겨났다. 강은 인간에게 먹고 씻을 수 있는 물과 주변의 비옥한 토지를 제공했다. 하지만 강 주변의 비옥한 토지는 거의 매년 발생하는 홍수의 결과이기도 하다. 홍수는 생활의 터전을 죄다 앗아가는 대재앙인 동시에 비옥한 토지를 제공하는 생명의 원천이기도 했다. 川은 갑골문에서 양쪽의 강 언덕 사이로 흐르는 물(水·수)을 그려 ‘강’을 형상화 했다. 川은 원래의 ‘강’이라는 기본 개념 이외에도, 강 주위로 넓게 펼쳐진 ‘평야’를 뜻하며, 강은 문화권을 경계 짓는 지리적 요소이기도 하지만 다른 문화와의 교류와 교통이 ‘강’을 따라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소통’의 의미까지 가진다. 천(災·재앙 재)는 갑골문에서 강물이 ..

漢字 이야기 2021.09.17

[한자 뿌리읽기]<168>尸(주검 시)

[동아일보] 尸를 ‘설문해자’에서는 누운 사람의 모습이라 했지만, 갑골문은 사람의 다리를 구부린 모습이 분명하다. 혹자는 이를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것이라고도 하지만, 우리나라 남부의 돌무덤에서 자주 발견되는 매장법의 하나인 ‘굽혀묻기(屈葬·굴장)’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이며, 그것은 시신을 태어날 때의 모습으로 되돌림으로써 내세에서의 환생을 기원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尸는 ‘시체’가 원래 뜻이며, 그 뒤 ‘주례’에서의 설명처럼 제사에서 신위 대신 앉히는 사람을 말했으며, 여기서 ‘진열하다’의 뜻이, 다시 진열하는 장소인 ‘집’을 뜻하게 되었다. 따라서 尸는 산 사람보다는 죽은 사람을, 현재보다는 조상 대대로 살아온 ‘집’을 뜻한다. 해서체 이후로는 人(사람 인)과 尸가 혼용된 경우도 보인다. 예컨대 ..

漢字 이야기 2021.09.17

[한자 뿌리읽기]<167>小(작을 소)

[동아일보] 小는 갑골문에서 작은 점을 셋 그렸다. 셋은 많음의 상징이고, 작은 점은 모래알로 보인다. ‘설문해자’에서는 갈라짐을 뜻하는 八(여덟 팔)과 이를 구분 지어 주는 세로획(곤·곤)으로 구성되었다고 했으나, 이는 소전체에 근거한 해석이며 갑골문에 의하면 작은 모래알을 여럿 그렸다. 이후 小가 ‘작다’는 보편적 개념을 나타내게 되자, ‘모래알’은 水(물 수)를 더한 沙(모래 사)로 구분해 표현했다. 少(적을 소)는 小에서 분화한 글자로, 양의 ‘적음’을 나타내기 위해 지사부호를 더해 특별히 만들었으며 춘추시대 이후에야 나타난다. 그 전의 갑골문이나 서주 때의 금문에서는 小로 구분 없이 사용했다. 尖(뾰족할 첨)은 비교적 늦게 출현하며 한나라 때쯤 만들어진 글자로, 小가 위에 大(큰 대)가 아래에 ..

漢字 이야기 2021.09.17

[한자 뿌리읽기]<166>면(집 면)

[동아일보] 면은 고대가옥의 형상을 따서 만든 글자로, 포괄적인 의미의 집을 뜻하지만, 첫째 집이 가져다주는 안락함, 둘째 집을 중심으로 가족과 가문이 형성되었기에 조상의 위패를 모시는 ‘종묘’, 셋째 그곳이 인간이 생활하는 거주 ‘공간’이라는 의미도 뜻한다. 갑골문에서의 면은 선이 부드럽게 처리되어 황토지대에 지어진 동굴집의 입구를 그렸다. 하지만 금문은 지금처럼 담을 쌓고 그 위로 지붕을 걸쳐 처마를 남긴 구조가 보편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家(집 가)는 반 지하에는 돼지 등 가축이, 위층에는 사람이 사는 특이한 구조를, 宮(집 궁)은 집에 창문이 아래위로 난 높은 지상 가옥을 그렸다. 집은 무엇보다 자신을 지켜주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다. 安(편안할 안)은 여성(女·여)이 집에 있을 때 ‘안..

漢字 이야기 2021.09.17

[한자 뿌리읽기]<165>子(아들 자)

[동아일보] 子는 갑골문에서 머리칼이 달린 큰 머리와 몸체를 그려 갓 태어난 ‘아이’를 형상화했다. 금문에 들면서 머리와 두 팔을 벌린 모습으로 변했지만, 머리를 몸체보다 크게 그려 어린 아이의 특징을 잘 나타냈다. 이로부터 子는 ‘아이’, ‘자식’이라는 뜻을, 나아가 種子(종자)에서처럼 동식물의 ‘씨’라는 의미까지 갖게 되었다. 그리고 부계사회가 확립되면서 ‘남자’ 아이라는 의미가 되었고, 다시 ‘孔씨 집안의 대단한 자손’이라는 뜻의 孔子(공자)에서처럼 남성에 대한 극존칭이 되었다. 이는 개인보다는 집안과 공동체가 훨씬 중시되었던 시절 그 가문에서 태어나 그 가문을 대표하는 사람의 지위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子는 ‘성인’이 아닌 ‘아이’가 원래 뜻이다. 예컨대 孔은 아이가 젖을 빠는 모습을 그렸고..

漢字 이야기 2021.09.17

[한자 뿌리읽기]<164>女(계집 녀)

[동아일보] 女는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점잖게 앉은 여인의 모습이다. 한자에서 女의 상징은 시대를 따라 변해왔다. 처음에는 인류의 기원이자 무한한 생산성을 가진 위대한 존재로 인식되었다. 여성이 아이를 낳는 모습인 后(임금 후)는 아이를 낳는 여인이 최고임을, 여성이 무기(戌·술)를 든 모습인 威(위엄 위)는 마을의 우두머리가 여성임을 보여준다. 여자가 낳았다(生)는 뜻의 姓(성 성)은 혈통이 모계중심으로 이어졌음을, 始(처음 시)는 인류의 시작이 여자임을 말해 준다. 또 好(좋을 호) 역시 아이(子·자)를 생산하는 여자에 대한 선호를 표현했다. 이는 女에다 유방을 뜻하는 두 점을 찍어 만든 母(어미 모), 비녀를 꽂은 어미(母)를 그린 每(매양 매) 등 어미를 아이를 양육하고 문화를 전승하고 창조해 ..

漢字 이야기 2021.09.17

[한자 뿌리읽기]<163>大(큰 대)

[동아일보] 大는 人(사람 인)과는 달리 크고 위대한 사람을 말한다. 人이 사람의 측면을 그린 것이라면 大는 팔과 다리를 벌린 사람의 정면을 그려 크고 위대함을 묘사했다. 하지만 大에서 유의해야 할 것은 팔과 다리를 크게 펼친 모습 그 자체가 아니라 고대인들이 ‘크다’ 혹은 ‘위대함’을 어떻게 상상했는가에 있다. 大로 구성된 글자의 의미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위대한 인간’이 그 첫째이다. 天(하늘 천)은 원래 사람의 머리를 크게 그려, 머리끝에 맞닿은 것이 ‘하늘’임을 나타냈다. 하지만 여기서의 大는 단순히 덩치가 커서 위대함을 뜻하기도 했겠지만, 힘이 센 사람이 고대 부족사회를 지배했음을 생각할 때 이는 지배자가 하늘에 맞닿을 수 있는 존재요 그만큼 지배자의 권위가 지대해졌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漢字 이야기 2021.09.17

[한자 뿌리읽기]<162>士 (선비 사)

[동아일보] 士의 자형을 두고 어떤 사람은 도구를, 어떤 사람은 단정히 앉은 법관의 모습을 그렸다고도 한다. 하지만 牛(소 우)와 士가 결합된 牡(수컷 모)가 소와 생식기를 그린 것을 보면 士는 남성의 생식기임에 분명하며, 이로부터 남성을, 나아가 지식인을 뜻하게 되었다. 그래서 壯(씩씩할 장)은 강인한 ‘남성’을, 壻(사위 서)는 ‘사위’를 뜻하며, 吉(길할 길)은 집 입구(口·구)에 설치한 남성 숭배물(士)로부터 ‘길하다’는 뜻을 그렸다. 하지만 壺(병 호)와 壹(한 일)은 사실 士와는 관계없는 글자다. 壺와 壹의 士는 원래 호리병의 뚜껑을 그린 것인데 예서로 오면서 잘못 변했다. 壺는 잘록한 목과 볼록한 배와 두루마리 발에 뚜껑을 가진 호리병을 그린 상형자이며, 호리병은 호리병박을 본떠 만들었다. ..

漢字 이야기 2021.09.17

[한자 뿌리읽기]<161>土(흙 토)

[동아일보] 土는 갑골문에서 땅(一) 위에 뭉쳐 세워 놓은 흙의 모습이다. 어떤 경우에는 그 주위로 점을 그려 술을 뿌리며 숭배하던 토지 신의 모습을 그리기도 했다. 황토 대지 위에서 정착농경을 일찍부터 시작했던 고대 중국인들이었기에 흙(土)은 중요한 숭배 대상이자 다양한 상징을 담게 되었다. 먼저, 흙(土)은 여성과 마찬가지로 만물을 낳고 자라게 하는 생산성의 상징이었다. 예컨대, 地(땅 지)는 흙(土)과 여성의 음부(也·야)가 더해져 흙의 생산성을, 坤(땅 곤)은 흙(土)과 번개(申·신)가 더해져 흙의 무한한 에너지를 그렸다. 여기에 在(있을 재)는 풀이 자라나는 모습(才·재)에 土가 더해져, 생명의 존재를 구체화했다. 작물을 잘 기르기 위해서는 흙을 북돋우고 고르게 해 주어야 하는데, 培(북돋울 배..

漢字 이야기 2021.09.16

[한자 뿌리읽기]<160>국(나라 국·에워쌀 위)

[동아일보] 국은 갑골문에서 대부분 네모반듯하게 쌓은 城(성)을 그렸다. 하지만 성 주위를 발로 에워싼 모습을 그려 넣어 성을 만든 목적이 공격이 아닌 수비에 있음을 명확히 하기도 했다. 그래서 국에는 ‘성’과 ‘에워싸다’는 뜻이 생겼고, 나아가 성처럼 주위를 둘러싸 경계 짓는 것도 이것으로 표현했다. 중국은 성을 중심으로 나라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국은 國(나라 국)의 생략된 글자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國은 원래 或(혹 혹)으로서 무기(戈·과)를 들고 성(국)을 지키는 모습이며, 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戈가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그것은 지금과 달리 고대사회에서 국가의 경계가 유동적이었음을, 지킬 수 없을 때에는 곧바로 사라질 수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는 날이 여럿인 창(戈)을 그린 我(나 아)로 ‘우..

漢字 이야기 2021.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