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 〈629〉 다이가 세상을 떠난 후 양셴이(앞줄 오른쪽)는 황먀오즈(가운데)의 서화와 산문을 즐기고, 딩충(앞줄 왼쪽)의 시사만화에 심취했다. 2000년 봄, 베이징. [사진 김명호] 1935년 12월 양셴이(楊憲益·양헌익)는 이집트를 여행했다. 밤에 안내인과 사막으로 갔다. 피라미드를 보자 술 생각이 났다. 술잔에 어른거리는 은빛의 달을 삼키다 보니, 꿈인지 인간 세상인지 황홀했다. 안내인이 은화 한 닢에 앞날을 봐 주겠다는 바람에 두 닢을 냈다. 눈감고 하늘 바라보던 안내인이 입을 열었다. “앞에 바다가 보인다. 대서양 건너 영국에서 아름다운 금발의 소녀가 초조한 모습으로 너를 바라본다. 두 사람은 본 적이 없지만, 만날 날이 머지않았다. 수많은 사연과 모험이 너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