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994

[이규태 코너] 쇠약해가는 보리수

[이규태 코너] 쇠약해가는 보리수 조선일보 입력 2003.05.25 19:26 인도 비하르지방에 집결돼있는 부처님 성지를 순례하는 사람들은 순례의 증명으로 세 가지 성부(聖符)를 구해들고 오는 것이 관례다. 그 하나는 부처님이 그 나무 아래에서 깨우쳤다는 부다가야의 성도(成道)성지의 보리수(菩提樹) 나뭇잎이 그 하나요, 부처님이 열반하실 때 그 나무 아래 누웠다는 열반성지의 쌍사라수(雙沙羅樹) 나뭇잎이 그 둘이며, 부처님의 시신을 화장한 다비(茶毘)성지의 다비토(土)가 그 셋이다. 이 세 성부를 품고 죽으면 극락왕생한다하여 워낙 유구한 역사시기에 그 많은 순례자들에 의해 훼손되어 이를 둔 경비가 삼엄했으며 그 성지 인근에 이 엽토(葉土)들이 밀매되고 있음을 보았다. 세계 보호유산인 성도성지의 보리수가 이..

이규태 코너 2022.11.02

[이규태 코너] 개와 살인증언

[이규태 코너] 개와 살인증언 조선일보 입력 2003.05.26 19:38 10여년 전 모스크바 공항에서 주인을 기다리며 2년 동안 보세구역 문전을 떠나지 않았던 개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일본 나고야항에 하역을 마친 독일선박이, 하주가 데리고 탔던 개가 뭍에 나간 줄 모르고 항구를 떠났다. 이 개가 안벽에서 먼 바다만 바라보고 떠나려 하지 않자 하역인부들이 도시락을 나누어 주었고 개는 허기를 메우며 마냥 기다렸다. 개 주인도 대단한 애견가였던지 한 달 후에 개를 찾아 회항을 했고 제가 탔던 배를 보자 달려가 트랩을 올랐던 것이다. 비운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애견은 왕비가 갇히자 옥문 앞을 떠나지 않더니 강제로 격리시키자 탈출하여 센강에 몸을 던졌다. 「개 백과사전」에 보면 조니라는 영국 개 사진이..

이규태 코너 2022.11.02

[이규태 코너] 상트페테르부르크

[이규태 코너] 상트페테르부르크 조선일보 입력 2003.05.28 19:58 러시아의 국민 시인 푸시킨의 시(詩)에 인공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이미지를 읊은 대목이 나온다. 자연과 인간에 역행하여 뻘밭에 만든 이 도시ㅡ그래서 성난 자연이 이따금 홍수라는 형태로 복수하는 도시ㅡ홍수에 약혼자를 잃은 이프게니는 이 도시를 만든 표트르대제의 청동상에 삿대질하고 대어든다는ㅡ. 낙후된 러시아를 유럽의 선진대열에 동참시키려는 웅도 아래 700년 전통의 러시아문화와 생활방식과 관행을 매장하고 이 도시를 만든 다음 서구(西歐) 테크노크라시를 도입하고 독일인 정치가를 등용했으며 왕비와 왕자에게 프랑스말을 상용하도록 시켰을만큼 프랑스문화를 섭취했다. 이 급속한 서구화를 불신한 슬라브 전통주의가 깔린 위에 표트르 혁명 없이..

이규태 코너 2022.11.02

[이규태 코너] 땅굴살이 21년

[이규태 코너] 땅굴살이 21년 조선일보 입력 2003.05.29 19:59 경상도 영천 남라현(南蘿峴)에 제비무덤이라는 예쁜 이름의 무덤이 있다. 이 무덤의 내력을 알기 위해서는 고려 말의 난세로 소급된다. 둔촌(遁村) 이집(李集)은 신돈의 악정을 지탄했다가 일가 멸문(滅門)의 포살령이 내리자 늙은 아버지를 업고 경상도 영천의 막역한 친구 최원도(崔元道)를 찾아갔다. 이 위험인물을 사랑채 땅굴에 숨겨준 최원도는 집안 사람들에게 이를 숨기고자 걸귀 들렸다하여 한 끼에 밥 세 그릇씩 내오라 시켜 이 부자를 먹였다. 이를 맨 먼저 눈치챈 것이 그 집 계집종인 제비였다.행여 누설할까봐 불안해 하는 상전을 안심시키고자 제비는 소복하고서 상전 앞에 사약을 내려달라고 엎드렸다. 마님은 울면서 돌아앉아 독약을 내렸고..

이규태 코너 2022.11.02

[이규태 코너] 지참금 파동

[이규태 코너] 지참금 파동 조선일보 입력 2003.05.30 19:21 인도에 스물한 살 난 사르마라는 처녀가 여권(女權)의 우상으로 뜨고 있다. 인도의 유구한 악폐인 신랑집의 과도한 지참금 요구를 거절하고 신랑을 경찰에 고발한 것을 횃불로 하여 지금 인도에서는 지참금 거부의 여권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한다. 한 집 연간수입의 5배나 되는 지참금 관습은 법으로 금한 지 오래지만, 그 때문에 살해되거나 자살한 여인 수가 작년만 해도 7000명을 넘고 금지법 어긴 시어머니들로 감옥은 만원이라 한다. 남녀의 성비(性比)에 있어 여자가 희소한 지역에서는 남자가 장가가는 데 막대한 지참금이 요구되었다. 고구려는 역학적으로 성비를 8대2로 합리화했을 만큼 여자가 희소했다. 그래서 형제가 한 아내와 사..

이규태 코너 2022.11.02

[이규태 코너] 날개접는 콩코드

[이규태 코너] 날개접는 콩코드 조선일보 입력 2003.06.01 19:18 8시간 걸리는 대서양을 초음속으로 3시간에 가로지른다는 것은 요원한 꿈이었다. 인류문명사의 전환점으로 대서 특필될 그 꿈을 이룬 초음속여객기 콩코드가 개발 중지된 것은 오래요, 다니고 있는 콩코드마저 11월을 기해 운항을 중지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잘못된 판단을 뜻하는 '콩코드 패러시'라는 말까지 생겼듯이 손님도 없고 만들어야 사가지도 않으며 개발비도 못 빼냈기 때문이다.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세상사는 데 그렇게 빨리 가는 것에 가치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며 과학 발달의 한계를 말해주는 것이 되어 주의를 끈다. 원유를 나르는 탱커도 큰 것이 40여만톤으로 알고 있는데 기술적으로 100만톤 아니 그 이상 짜리도 만들 수 있을..

이규태 코너 2022.11.02

[이규태 코너] 병역기피 문신

[이규태 코너] 병역기피 문신 조선일보 입력 2003.06.02 19:45 몸을 쪼아 그림을 그려넣고 글을 새기는 문신의 목적은 다양하다. 우리 욕말에 경칠놈이라는 것이 있는데 경( )이 바로 문신(文身)으로 조선조 초만 해도 죄인에게 가하는 형벌 가운데 하나였던 데서 비롯됐다. 이를테면 절도에는 훔칠 도(盜)자를 팔뚝에 문신하고 공공재산을 빼내면 도관전(盜官錢), 마소의 도살을 범하면 재우마(宰牛馬)라 문신하므로써 전과를 평생 나타내며 살게 했다. 고려 예종(睿宗) 때처럼 이마에 경을 치게 한 적도있다. 이 경치기가 노비(奴婢)의 도망을 막기위한 수단이 되어 종들의 팔뚝에 낙동이노(駱洞李奴)니 제동박비(齊洞朴婢)니 문신을 하기까지 했다. 연비(聯臂)라 하여 뜻을 같이 하는 결의(結意)나 사랑의 불변을 ..

이규태 코너 2022.11.02

[이규태 코너] 복제 노새

[이규태 코너] 복제 노새 조선일보 입력 2003.06.03 19:42 수나귀와 암말이 교배해서 낳은 노새는 저희 암수끼리 새끼를 낳지 못하는 가엾은 일대(一代)동물이다. 프랑스에서 정관수술한 사람을 '노새인생'으로 빗댄 이유가 이에 있다. 이 노새의 철천지원이 풀렸다. 지난 월말에 나온 미국과학지 '사이언스'에 복제 기술로 노새를 낳게하는 데 성공, 노새의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평야가 많은 서양에서는 빨리 달리는 말을 치지만 산이 많은 동양에서는 끈기있고 힘이 센 노새를 쳤다. 중국의 명산 태산(泰山) 북쪽 기슭에 백라장군묘(白 將軍墓)로 불리는 노새무덤이 있는데, 당나라 현종(玄宗)이 태산에 제사지내고자 산 밑에 이르자 인근 백성이 상서롭다는 흰 노새를 바쳤다. 이를 타고 오르는데 평지..

이규태 코너 2022.11.02

[이규태 코너] 마스터 유전자

[이규태 코너] 마스터 유전자 조선일보 입력 2003.06.04 19:34 뱃속의 간을 마음대로 꺼내어 청산유수에 설레설레 씻어 햇볕에 널어 말려서는 다시 집어넣기도 하는 첨단의학의 선구자가 판소리 '별주부전'의 토끼다. 이처럼 오장육부를 갈아끼워 생명을 연장이처럼 오장육부를 갈아끼워 생명을 연장시키는 발상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았다. 이집트의 지옥왕 오시리스는 사람이 죽어서 지옥에 들면 오장육부를 따로따로 꺼내어 선악의 저울로 잰다. 그럼, 이승에서의 크고 작은 죄과가 오장육부에 분류되어 드러나게 돼있다. 심지어 멋을 내고자 머릿기름을 낭비한 것이며 약자를 구박한 일까지 드러난다. 선(善)의 무게가 더 나가 재생판정을 받으면, 상한 오장육부를 장기창고에 들어가 갈아끼우고 이승으로 나간다. 이 맞춤장기로..

이규태 코너 2022.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