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994

[이규태 코너] 歷史 나무

[이규태 코너] 歷史 나무 조선일보 입력 2003.05.01 20:51 갑신정변의 현장 서울 견지동의 우정총국(郵政總局)에 자라고 있는 500년 홰나무가 각광을 받게 됐다. 정변이 일어났던 1884년에 서울을 돌아본 한 일본인이 쓴 '조선경성기담(朝鮮京城奇談)'이라는 견문록이 발굴되었는데 우정국 구내에 자라는 홰나무 곁에 태극기가 게양돼 있었다 했다. 근대사의 대사건을 목격한 고목으로 새삼 주목을 받게 되고 따라서 관광가치가 부가되게 됐다. 이 홰나무 고목이 있었다는 것은 그 현장이 이전부터 관아(官衙)였음을 말해준다. 중국 고대부터 홰나무는 삼공(三公)을 상징, 우리나라 관아들에서도 홰나무 심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다. 우정국이 있었던 동명(洞名)이 궁에 의약을 지어 바치는 전의감(典醫監)이 있었다 하..

이규태 코너 2022.11.04

[이규태 코너] 교보 강남 책방

[이규태 코너] 교보 강남 책방 조선일보 입력 2003.05.02 19:37 모리스 쿠랑의 「한국문화사 서설」에 개화기의 전통 책방 모습이 묘사돼 있다. 광교(廣橋) 인근에서 볼 수 있는 책방은 책을 벌여놓은 판자 뒤에 주인은 비단옷에 관을 쓰고 장죽에 문채 깊이 들어앉아 여간 귀한 손님 아니면 거동하려 들지 않았다 한다. 몰락한 양반이 마지못해 택하는 생업으로 한글로 된 책이나 잡서 파는 것을 수치로 알고 깊이 감추어 두었다가 찾으면 꺼내 팔았다. 이밖에 책세가(冊貰家)라 하여 대본가가 있었는데 대체로 노점에 담배쌈지나 망건 등 잡화를 늘어놓은 곁에 이야기책 몇 권 깔아놓고 화로 냄비 등 물품을 잡고도 빌려주었다.이처럼 전통 책방은 커야 두어칸이요 잡화의 일종으로 파는 반칸도 못되는 노점이 대부분이었다..

이규태 코너 2022.11.04

[이규태 코너] 파티마의 손

[이규태 코너] 파티마의 손 조선일보 입력 2003.05.04 19:42 이란이나 이라크에 가면 여인들의 귀걸이나 목걸이가 사람 손바닥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귀금속 가게의 쇼윈도에도 크고 작은 이 손바닥 펜던트가 걸려있게 마련이며, 시골에 가면 집문 정면에 붉은 손바닥 도장이 찍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불행을 막아주는 부적이었던것이 액세서리로 자리바꿈한 것이다. 이를 '파티마의 손'이라 하는데, 파티마는 바로 이슬람의 창시자요 예언자인 무하마드의 딸이자 이슬람 4대 칼리프(영도자)인 알리의 아내로 아랍 세계에서는 이상적 여성으로 흠모받아 온 인물이다. 무하마드에게는 아들이 없어 덕망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칼리프의 대를 잇게 하여 3대를 내려오다가 무하마드의 혈육인 파티마의 남편 알리가 4..

이규태 코너 2022.11.03

[이규태 코너] 사스와 한약

[이규태 코너] 사스와 한약 조선일보 입력 2003.05.05 19:51 서양의학에서 히포크라테스를 들듯이 동양의학에서는 장중경(張仲景)을 든다. 후한(後漢) 헌제( 帝) 때에 전염병이 크게 번져 장중경 일족 200여명의 3분의 2가 상한(傷寒)으로 죽었다. 심한 열이 나는 돌림병을 상한이라 하며, 지금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스도 상한이랄 수 있다. 장중경은 이를 계기로 두통 오한 발열 체온상승 식욕부진으로 시작 혼수에 빠지는 상한을 파고들어 130가지 약방(藥方)을 수록한 '상한론(傷寒論)'을 지었다. 어느 날 장중경이 동백산에 들어가 약초를 캐고 있는데 한 깡마른 노인이 찾아와 열이 나고 목이 아프고 소화가 되지 않는다고 도와달라 했다. 진맥을 하던 장중경은 놀라 외쳤다. "당신의 맥은 수맥(獸..

이규태 코너 2022.11.03

[이규태 코너] 팡파르없는 凱旋

[이규태 코너] 팡파르없는 凱旋 조선일보 입력 2003.05.06 19:58 임진왜란 때 부사 이정암(李廷 )이 연안성을 지키는데 왜장 구로다(黑田長政)가 해주를 함락한 여세를 몰아 삼천 병력으로 성을 세 겹으로 포위, 좁혀들었다. 복판에 마른 풀더미를 높이 쌓고 그 위에 올라앉은 이정암은 성이 함락되면 불을 질러 타죽을 것이라고 호령하고 군민을 독전했다. 이렇게 나흘 밤낮을 죽기로 싸워 적의 반수가 죽자 시체를 모두어 불사르고 도망쳤다. 연안성이 무패(無敗) 왜장 구로다에 의해 포위당했다는 전갈을 받은 조정에서는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통곡을 하고 있는데 승전보고서가 날아들었다. "적이 아무 날 성을 포위하였다가 아무 날 포위를 풀고 갔습니다"라는 것이 전부요, 장황한 말 한마디 붙임이 없었다..

이규태 코너 2022.11.03

[이규태 코너] 초파일과 미국 거북

[이규태 코너] 초파일과 미국 거북 조선일보 입력 2003.05.07 19:39 생명을 존중하는 불교행사가 방생(放生)이요, 방생에서 선호되는 생물이 거북이다. 불교설화에서 탄생된 용궁, 그 용궁과 이승의 메신저가 거북이기에 불심을 의탁하는 데 선택받음 직하다. 한데 서양문화가 토종문화를 무차별 포식하듯 미국 미시시피 거북이 토종 어류를 무차별 포식하고 있어, 오늘 초파일에 그 미국 거북의 방생을 금함으로써 거북이와 한국 문화의 수천년 밀월에 조종을 울린 셈이다. 고구려 건국신화에서 쫓기는 주몽이 시엄수(施掩水)에 이르러 수신(水神)인 하백녀의 외손자임을 고하자 거북들이 나와 등으로 다리를 놓아 피신시켰다. 아버지 눈을 뜨게 하고자 공양미 3백석에 팔려 인당수에 투신한 효녀 심청을 등에 태우고 용궁까지 ..

이규태 코너 2022.11.03

[이규태 코너] 내나무 심기

[이규태 코너] 내나무 심기 조선일보 입력 2003.05.08 19:42 엊그제 서울 뚝섬 3600평 땅에 내 나무 심기가 벌어졌었다. 개인이나 가족, 모임들이 자신들의 염원이나 사연을 담은 묘목을 심어 싱싱하게 자라는 그 나무에 자신의 운명이나 희망을 의탁하는 자연회귀운동의 일환이랄 수 있다. 이를 주관하는 당국에서는 도시의 자투리 땅이나 빈터만 있으면 나무를 심어 생태계를 복구하는 그린 트러스트 운동의 첫발이라고 하지만 우리 조상들의 수목을 둔 오래 잊혀진 전통과의 접목이라는 차원에서 각광을 대보고자 한다. 딸을 낳으면 그 딸 몫으로 오동나무를 밭두렁에 심고 아들을 낳으면 그 아들 몫으로 선산에 소나무를 심었다. 이를 그 아기의 운명과 동일화시켰다 해서 「내 나무」라 했다. 아기가 자라면서 앓으면 내..

이규태 코너 2022.11.03

[이규태 코너] 잡초 정치인

[이규태 코너] 잡초 정치인 조선일보 입력 2003.05.09 19:44 작물의 자양을 빼앗고 볕과 물을 가로채 잘 자라지 못하게 한다 하여 잡초는 뽑아 없애야 하는 악의 대명사다. 노 대통령이 제거돼야 할 잡초 정치인 네 유형을 제시, 이메일로 띄운 것이 정가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인들 할 말이 많겠지만 잡초도 할 말이 없지 않다. 잡초 정치인의 긍정적 측면도 많기 때문이다. 어릴 적 논둑에서 꼴 베면서 부르던 노래가 있다. 「보리뺑이―개자리/달구지풀―제비꽃/각시제비―민둥뫼/졸랑제비―왕제비―.」 이 모두 시골에 흔했던 잡초 이름들로 꼴 벨 때 베어서는 안 되고 나물 캘 때 캐어서는 안 되는 잡초들이다. 이 잡초가 자라는 곳에 다른 잡초가 자라지 못하고 작물에 꾀는 벌레를 쫓기 때문이다..

이규태 코너 2022.11.03

[이규태 코너] 文一平

[이규태 코너] 文一平 조선일보 입력 2003.05.11 20:21 서울 망우리 묘지공원에는 건국훈장을 받은 12분의 애국지사 묘역이 있다. 3·1운동 민족대표 한용운(韓龍雲)·오세창(吳世昌)의 무덤을 지나면 호암(湖岩) 문일평(文一平)의 무덤에 이르는데 그 기록비(記錄碑) 전면에 '조선 독립운동은 민족이 요구하는 정의 인도로서 대세 필연의 공리요 철학이다'고 새겨져 있음을 본다. 기미년 3월 12일 호암이 손수 짓고 손수 보신각 앞에서 낭독한 '다시(又)독립선언서'로 불리는 '애원서' 속의 한 구절이다. 호암은 이 사건으로 8개월의 옥고를 치렀다. 그 이전에 중국 남경에 건너가 임시정부 대통령인 박은식(朴殷植), 국무총리인 신규식(申圭植)과 비밀결사(同濟社)에서 일했고 김규식(金奎植)·조소앙(趙素昻)·..

이규태 코너 2022.11.03

[이규태 코너] 장승배기 공원

[이규태 코너] 장승배기 공원 조선일보 입력 2003.05.12 20:06 전통 사회에서 탕녀의 애인은 정부(情夫) 간부(間夫) 애부(愛夫) 기둥서방이 있고 애정행위도 눈흘레-입마치-젖쥔치-새후르기-거드모리 등 다양하기 그지없다. 변강쇠전의 옹녀가 이 네 서방을 거느리고 열두 잡질을 다했다.이 천하의 탕녀 옹녀가 천하의 탕남 변강쇠를 만나 함양 지리산에 들어가 살림을 차린다. 잡질 빼놓고 할 줄 아는일이 아무것도 없는 강쇠란 놈, 나무해 오라 시키면 노변에 있는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하는 장승만을 쑥쑥 뽑아와 때곤 했다. 장승은 절이나 신당 같은 신성지역 표시요, 마을의 경계표시로 이정표 구실을 한 데다, 병이나 불행을 몰아오는 액귀·병귀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기도 했다. 옛날 아이 못 낳는 여인은..

이규태 코너 2022.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