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994

[이규태코너] 연꽃 놀이

[이규태코너] 연꽃 놀이 조선일보 입력 2003.07.29 16:03 옛 조상들의 삼복 중 여름 놀이는 연못가에 가 연꽃 구경하는 일로 집약됐었다. 수렁 밭에서 티끌 하나 없이 피어나는 연꽃을 봄으로써 세속에 오염된 마음을 씻는다 하여 세심(洗心) 놀이라고도 했다. 밤에는 금남의 여인천하가 되는데 연꽃에 빌면 금실이 좋아지고 아들을 많이 낳을 뿐 아니라 낳은 아기가 장수하는 것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연꽃은 한 꽃받침에 두 꽃송이가 피어나기에 좋은 금실을, 연밥에 씨가 많아 다산을, 그리고 연밥의 씨는 수백년 생명을 유지한다 하여 장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알았다. 더러는 연꽃의 연(蓮)이 사랑할 연(戀)과 음이 같고 연의 다른 이름인 하(荷)가 중국발음으로 화(和)와 음이 같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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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수퍼 사랑의 모약

[이규태코너] 수퍼 사랑의 모약 조선일보 입력 2003.07.30 15:17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뜻으로 중국속담에 「독두산(禿頭散) 위에 익다산(益多散)」이라는 게 있다. 촉나라 지사(知事)에 여경대란 노인이 일흔 넘어서 아들을 셋이나 낳은지라 비법을 물었다. 상복한다는 약 부스러기를 마당에 던지는지라 수탉이 집어먹더니 지체 없이 암탉에게 업히기를 며칠을 지속했다. 암탉 머리털이 다 벗겨지도록 사랑했다 해서 독두산(禿頭散)인 이 사랑의 묘약이 역대 중국에서 으뜸 최음제로 손꼽혀왔다. 그 후 종을 죽인 한 귀부인의 재판기록에서 드러난 익다산(益多散)이 독두산을 누르고 판치기에 이르렀다. 여든 살 남편이 한 도사가 처방해준 최음제(催淫劑)를 써보지도 못하고 죽자 그 부인이 75세 된 허리 굽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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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라이벌 죽이기

[이규태코너] 라이벌 죽이기 조선일보 입력 2003.07.31 16:14 후세인의 두 아들 사살 이후 집권시절의 이들 횡포에 관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 장남인 우다이의 라이벌 처치 이야기들은 엽기적이다.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에 의하면 우다이는 자기가 죽이고 싶은 사람을 처치하기 위해 비밀 망나니를 고용했는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은 우다이가 좋아하는 여인과 사랑을 경쟁하는 두 젊은이를 잡아다가 우다이의 개인농장 사자 우리에 몰아 넣었다고 말했다. 사자가 단숨에 한 젊은이의 머리를 물고 흔들어 몸으로부터 이탈시키는 것을 보았다 했다. 사랑의 라이벌 죽이기로 역사에서 기억되는 것은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의 황후인 여후(呂后)다. 호색인 유방은 나이든 여후를 돌보지 않고 젊고 아름다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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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향토문화대전

[이규태코너] 향토문화대전 조선일보 입력 2003.08.01 16:27 조선 팔도 360고을의 모든 것을 한책에 모아 정리한 향토문화의 집대성이 성종때 어명으로 편찬한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이요, 중종때 그간에 달라진 것을 보완한 것이 ‘신증(新增)동국여지승람’이다. 이것은 조선왕조가 이룩한 역사적 문화사업의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큰 사업이다. 이 기록이 없었던들 한국의 지방문화는 절멸했다 해도 대과가 없었을 이 사업은 각 고을의 내력, 살고 있는 성씨, 그 고을 풍속, 산천경관의 내력과 명사가 읊은 시, 특산품, 정자, 학교, 역원(驛院), 절, 사당, 명인의 무덤, 삼국시대 이래의 배출한 명사, 효자 열녀에 이르기까지 망라한 향토문화 콘텐츠였다. 세상이 느리게 변하는 옛날일지라도 100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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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나도밤나무 주의

[이규태코너] 나도밤나무 주의 조선일보 입력 2003.08.03 22:26 나도밤나무라는 키가 훤칠하고 노란 꽃이 눈길을 끄는 관상수가 있다. 한데 잎이 밤나무와 닮았다해서 나도밤나무다. 우리 한국 사람이 그 나무를 밤나무로 하고 싶어 준 이름이다. 나도밤나무뿐 아니라 나도냉이, 나도송이풀, 나도박달, 나도바람꽃, 나도생강, 나도미꾸리 등등 독자적 개성을 과시하느니 이미 알려진 유사성에 동조하여 개성을 접어버리는 한국인의 의식구조가 투영된 것이다. 회의나 세미나에서 반대의견이 나오기 힘든 것도 나도밤나무주의의 표출이요, 학교에서 선생님이 알았습니까 하면 몰라도 예하고 대답하는 것이 선생님에 대한 의리가 돼 있다. 윗사람이 설렁탕 하면 기호와는 아랑곳없이 나도 나도 동조하고 윗사람이 웃옷을 벗으면 나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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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어른아' 증후군

[이규태코너] '어른아' 증후군 조선일보 입력 2003.08.04 16:35 미국 동부에 살았던 아메리카 인디언인 이로쿠 어족은 50명의 추장협의체로 통치됐다. 그 추장들은 어머니들에 의해 선출되고 어머니들의 경고를 세 번 받으면 갈아치우는 등 모계정치로 연구대상이 돼왔다. 모권이 강하다 보니 자식들을 고생시키는 외적 막는 일보다 자식들 응석을 받아 하고 싶어하는 대로 놓아 길렀기에 몸집은 어른이면서 생각이나 하는 일은 어린애 같은 「어른아」를 양산했고, 그것이 이 인디언의 멸망요인으로 지적돼왔다. 한데 현대는 이 이로쿠 어족의 어른아화(化)를 뒤따르고 있다 해도 대과가 없다. 과거의 정부들은 옛날과 달리 의식주의 최저보장을 비롯, 의료나 어린이 노인부양 빈곤까지 도맡아야 한다. 마땅히 자신이 해야 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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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제자식 죽이기

[이규태코너] 제자식 죽이기 조선일보 입력 2003.08.05 16:35 혈연의 친근을 따지는 삼촌(三寸) 사촌(四寸) 하는 촌수호칭이 있다. 이촌(二寸)은 형제자매 동기 간이요, 일촌(一寸)은 부자 모자 간이기에 따질 필요가 없는 지친이라서 그런 말이 없다. 시어(詩語)에 반촌(半寸)이란 말이 나오는데 자식이 부모 대하는 것은 일촌지친(一寸之親)이지만 부모가 자식대하는 사랑은 그보다 더 가까워 반촌지친(半寸之親)이라 했을 만큼 세상에서 그 이상 가까운 사이가 없는 것이 부모와 자식 사이다. 그러하기에 신은 아브라함의 믿음을 시험하고자 그의 귀여운 늦둥이 외아들을 타는 불위에 얹는 희생을 요구했고 이스라엘의 영웅 에프타가 개선하는 날 맨 먼저 달려와 안기는 자를 희생하는 조건으로 이스라엘의 지배자가 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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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대통령 통치학

[이규태코너] 대통령 통치학 조선일보 입력 2003.08.06 16:33 우리나라에도 대통령학을 전공하는 학자가 있고 책이 나오기도 했다. 대통령학 연구소도 있고 예비 대통령들을 고객으로 하는 벤처기업까지 생겼다. 학문하는 데도 관련자료가 보다 많을수록, 보다 자상할수록 좋다. 한데 통치자료는 부정적 평가를 받을 소지가 있으면 없애거나 숨기거나 변조하기 일쑤이기에 후대를 위해 도움이 못 돼 왔다. 김대중·김영삼·전두환 전 대통령의 통치자료들을 기증받은 연세대에서는 노태우·최규하·박정희 전 대통령의 자료도 교섭, 통치학의 연구센터로 키워나갈 참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중국에는 통치에 지혜를 주는 역대 제왕들의 치적과 그에 대한 잘잘못을 비판한 논찬(論贊)을 가한 북송 사마광(司馬光)의 ‘자치통감(資治通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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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우초(愚礎) 방일영

[이규태코너] 우초(愚礎) 방일영 조선일보 입력 2003.08.08 16:15 태어난 생년(生年) 생월(生月) 생일(生日) 생시(生時)가 같은 것을 통사주(通四柱)라 하고 큰일을 하고 영화를 누린다 하여 우러렀던 희귀인간이다. 계해(癸亥)년 계해(癸亥)월 계해(癸亥)일 계해(癸亥)시에 태어난 우초(愚礎) 방일영(方一榮) 전 조선일보 회장이 그런 분이시다. 한국전쟁 때 수복 후 사옥(社屋)을 들르니 쥐들만이 부산히 오가는 폐허요, 가진 것이라고는 손목시계가 전부였다는 무일푼의 백지 위에 세계적 규모로 조선일보를 키워놓은―어리석지 않은 초석이요, 유명을 달리하고 보니 그의 통사주는 조선일보를 중흥시킨 네 기둥으로 버티고 있음을 알게 된다. 통사주 가운데 한 기둥은 도량(度量)이다. 그 속에 들면 우거진 거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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