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994

[이규태코너] 동독 향수

[이규태코너] 동독 향수 조선일보 입력 2003.08.21 16:45 통일 이전의 동베를린 지역에서 살던 가정과 서베를린 지역에서 살던 가정을 번갈아 민박한 적이 있다. 독일의 가정교육은 철저하여 아이들이 밤 9시에는 텔레비전 앞을 떠나는 것으로 듣고 갔는데 서독 가정의 아이들은 들었던 것과는 달랐고 동독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손님 있는 곳에 나타나지 않았다. 의식주도 윤택과 근검의 차이가 완연하여 서독 가정에서는 고급 와인의 선택을 요구하는데 동독 가정에서는 한국사람은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전통 마늘음식을 작은 그릇에 덜어놓았다. 근검과 인정을 느껴 전통을 살려 근검하느냐고 물었더니 벌이가 적어 그렇다 하고 정은 가난을 찾아간다는 독일속담이 있다고 했다. 동독 가정에서는 보험혜택, 특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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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커진 유방

[이규태코너] 커진 유방 조선일보 입력 2003.08.22 16:19 | 수정 2003.08.22 19:01 브레이지어를 만드는 한 속옷 업체에서 지난 6년간 매출 성적으로 미루어 보아 한국 여인의 유방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다. 브레지어의 소형 컵은 매출이 줄고 중형과 대형 컵이 늘어난 것이다. 유방을 크게 보이려는 가수요도 없지 않을 것이나 유방이 커진 데는 문화적 변수도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원숭이(類人猿)의 경우 젖 먹임만 끝나면 부풀었던 유방은 줄어든다. 곧 동물학적으로 유방은 수유 기능이 전부이지만 사람의 유방은 해부학적으로 따져 젖과 관련된 조직은 극히 적으며, 그렇게 크게 부푸는 데는 다른 기능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된다. 모유로 아기를 기를 때 유방이 작으면 젖이 적을 것으로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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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캘리포니아 선거

[이규태코너] 캘리포니아 선거 조선일보 입력 2003.08.24 18:16 미국 1개 주의 선거가 세계적 관심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상품이 부실하면 반환하는 리콜을 하듯이 거액의 재정적자로 불신을 산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리콜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가 수반되었다는 차원에서 관심을 끌고 있기는 하지만 난립한 지사 후보들의 면면이 점입가경이다. 왜냐하면 입후보자가 적지 않이 158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선거, 더 나아가서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를 하게 하는 난맥상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된 이유로 등록 절차가 간단하다는 것을 든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65명의 추천자와 350달러의 등록비만 내면 지사 후보로 출마할 수 있다. 현 지사의 리콜이 전제된 선거이기에 정당 단위의 예비선거가 없어 후보자를 거를 수 없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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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성불사의 풍경

[이규태코너] 성불사의 풍경 조선일보 입력 2003.08.25 16:03 서양화는 화면에 그리지 않은 부분이 조금도 없이 그리는데 동양화는 그리지 않은 부분이 그린 부분보다 많게 그린다. 그래서 서양화는 그릴 형상분을 예상하고 그리는데 동양화는 그리지 않을 여백(餘白)을 예상하고 그린다. 서도에도 비백(飛白)이라 하여 먹이 묻지 않은 여백 부분을 감안하고 휘필을 한다. 창(唱)도 목소리가 스러져 단절되어 소리가 없다가 다시 살아나는 창법이 있는데, 그 소리 없는 묵음(默音)과정은 듣는 이의 마음속에서 강렬한 소리로 연계된다. 이처럼 쇤목 짠목 자지러진목 등은 소리 없으면서 소리를 듣는 여백이라는 한국미의 표출이다. 조선춤에서 한을 나타낼 때는 그 절정에서 나풀거리는 동작을 멈칫하는데, 그동안 그 한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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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화성 접근

[이규태코너] 화성 접근 조선일보 입력 2003.08.26 16:40 오늘 27일 지구의 이웃별인 화성이 6만년 만에 초(超)접근을 한다 하여 이를 구경하고자 세상이 떠들썩하다. 지구 궤도는 원형인데 화성의 그것은 타원형이라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데 그 많은 세월이 필요했다.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금성 빼놓고는 버금으로 밝기에 동남 방향에서 찾아보기 쉬운 이 화성은 불처럼 붉은 색을 띠어 화성(火星)이요, 옛 조상들이 이 별을 형혹(熒惑)이라 불렀던 것도 불빛이 집 안팎에서 붉고 붉은 것은 사람을 미혹(迷惑)시킨다 하여 얻은 이름이다. 동적(動的)인 것을 좋아하는 서양의 점성술(占星術)에서 화성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한 통계학자가 유럽사상 위대한 장군 3142명과 스포츠 챔피언 1485명의 탄생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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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지우제(止雨祭)

[이규태코너] 지우제(止雨祭) 조선일보 입력 2003.08.27 17:06 폭염으로 만여명이나 죽은 프랑스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못박힌 십자가를 세우고 기우제를 지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지우제(止雨祭)를 지내야 할 만큼 장마 그친 이후로도 한달 남짓 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입추(8월 8일) 지나 닷새를 비가 내리면 흉년이 든다 하여 지우제를 지냈는데 처서 지난 어제오늘도 비가 내리고 내달 초까지 오락가락하여 가을이 짧아질 것이라 한다. 일조량이 예년보다 반감하여 벼가 평균 7㎝나 덜 자라고 고추 등 농작물은 썩어 문드러지는가 하면 포도나 배,사과 등 과일은 단맛이 들 겨를이 없었다. 남태평양의 열기단(熱氣 )과 시베리아의 냉기단(冷氣 )이 부딪히는 목에 한반도가 자리하여 기후가 모질었기로 조상들은 자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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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청와대 시계

[이규태코너] 청와대 시계 조선일보 입력 2003.08.28 17:42 구멍난 전대 둘러메고 문전 걸식하는 심봉사는 비록 노끈으로 얼기설기 여몄을 망정 갓은 꼭 쓰고 다님으로써 6대 당상(堂上)이 난 명문의 후광(後光)을 과시했다. 황성의 맹인잔치에 모여드는 장님들 통성명하는 대목에도 서한(西漢) 적에 제위(帝位)에 올랐던 왕망(王莽)의 후예라느니 진(晋)나라 귀족 사씨(謝氏)도 허리 굽혀 드나들던 명문의 후손이라느니 사대(事大) 후광으로 스스로를 부각하고 있다. 장바닥을 누비는 각설이도 정승판서 아들로서 팔도 감사를 마다하고 돈 한 푼에 팔려서 각설이로 나섰다지 않던가. 노론(老論)이 득세했을 때는 장안의 부인들 머리쪽을 처져 지어 노론 패션을 유행시켰고 소론(少論)이 득세했을 때는 머리쪽을 바싹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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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폭염과 노인

[이규태코너] 폭염과 노인 조선일보 입력 2003.08.29 15:50 폭염으로 수백 명씩 죽는다는 인도 비하르 지방은 섭씨 50도가 넘으면 오전 10시부터 통행금지를 한다. 외국인은 인도정부가 생사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계약서에 서명해야 다닐 수 있다. 죽기 직전 나무그늘에 내다버리는 이 폭염 희생자는 제대로 먹지 못하는 노약자들이며, 말이 끄는 버스를 타면 베로 둘둘 만 송장을 들고 타는 손님이 적지 않고, 송장도 한 사람몫의 삯을 내야 하며 손님들은 자연스레 무릎에 그 송장을 가로놓게 했다. 생사간이 이렇게 접근돼 있는 지역도 없을 것이요, 이곳에서 불교가 탄생한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한데 폭염으로 프랑스에서 1만여명이나 죽었다는 보도는 많은 사람을 의아하게 한다. 인도와 달리 더위를 쫓는 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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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섹스 숭배문화

[이규태 코너] 섹스 숭배문화 조선일보 입력 2003.08.31 17:23 | 수정 2003.08.31 19:34 옛 깐깐한 선비들 길 가다가도 방앗간이 나타나면 길을 짐짓 돌아갔다. 방아 찧는 행위가 성교행위를 유감(類感)시킨다는 것이 그 우회의 이유다. 길 가다가 흘레하는 개를 보거나 논둑길 가다가 업은 메뚜기만 보아도 집에 돌아와서 샘물 떠오라 시켜 부정 탄 눈을 씻었다. 이를 세안(洗眼)이라 했으며 우연히 음담패설을 듣거나 요염한 여인의 목소리만 들어도 돌아와 귀를 씻었으니 이를 세이(洗耳)라 했다. 서유구(徐有矩)의 「임원십육지」는 실학서적으로 18세기에 관습화돼 있던 성문화를 담고 있다. 그 과학 서적에 나타내지 않을 수 없는 여성의 국부를 「동리도화(洞裏桃花)」, 곧 뒷동네에 피는 복사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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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현해탄의 곡소리

[이규태코너] 현해탄의 곡소리 조선일보 입력 2003.09.01 16:05 정월 대보름날 밤 마을마다 이웃 마을과 돌팔매질로 편싸움을 벌여 사상자를 내곤 했다. 정겹고 친근해야 할 이웃마을끼리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수백년 관습화되어 내려온 데는 그럴 필요성이 잠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물줄기로 위아래 마을이 논물을 대야 하기에 보(洑)싸움으로 적개심이 팽배하고, 방목하는 소가 이웃마을 밭에 들어가 작물을 해치기도 하려니와, 오이·대추·닭 서리는 이웃마을이 대상이다. 터질 것 같은 풍선에 바늘 구멍을 내어 폭발을 사전에 막듯 한 해 동안 축적되고 팽배한 이웃간의 증오심을 발산시켜 원점회귀를 시키는 관행이 편싸움이다. 이같이 이웃이나 마을끼리, 정치적·사회적·경제적으로 부풀어오른 불평불만이나 증오심을 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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