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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캥거루의 보은

[이규태코너] 캥거루의 보은 조선일보 입력 2003.09.29 16:31 「본초강목」자오(慈烏)편에 보면 까마귀는 네 종류가 있는데 그 중 자오는 태어나서 60일간 어미로부터 먹이를 받아먹고 자란 후 그 어미에게 60일간 먹이를 날라다 먹인다고 했다. 이를 반포(反哺)라 하며 새뿐만 아니라 짐승에게 은혜를 갚는 보은의 정이 있다는 개연성의 표현이 돼왔다. 사람과 더불어 사는 개에게 이 보은의 정을 과시한 사례는 허다하다. 로마 사비누스의 개는 주인이 처형당해 강물에 던져지자 뛰어들어 사체를 끌어올리려다 기진하여 더불어 죽고 말았으며, 비극의 왕비 마리 앙투와네트의 애견 디스비는 주인이 갇힌 감옥 둘레를 맴돌다가 인근 세느강에 몸을 던졌다. 술에 취해 들불이 조여오는 것을 모르고 자고 있는데 그의 애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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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감성 경영

[이규태코너] 감성 경영 조선일보 입력 2003.09.30 17:17 지금은 빌딩과 매연으로 시야가 막혀 있지만 옛날에는 경복궁에서 남산 자락이 훤하게 내다보였다. 저녁 무렵 성종(成宗)이 경회루 다락을 거닐고 있는데 남산 기슭에서 멍석 깔아놓고 술잔 주고받는 두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 재상 손순효(孫舜孝) 집이 그 어름이란 것을 알고 있는 성종은 내시를 시켜 확인케 하였다. 돌아와서 손 대감이 막걸리를 바가지로 퍼 수작하는데 안주라고는 오이 조각 한 가지라고 아뢰자 술 한상 차려 내리라 분부하고 그 하사 때문에 내일 감사 입궐하지 말라고까지 분부했다. 군신 간의 정이 배어나오는 한폭 수채화 같은 장면이다. 세조 쿠데타 때 집현전 학사들이 목숨과 바꾸며 완강히 저항했던 데는 불의에 대한 선비정신과 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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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기생 파티

[이규태코너] 기생 파티 조선일보 입력 2003.10.01 16:36 한말까지도 서울에 내외술집이라는 이색 술집들이 있었다. 손님이 들면서 “이리오너라” 하면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방 안에서 “뒤주 위에 놓인 방석 깔고 앉으시오” 하고 소리한다. 앉아서 “술상 내보내라 여쭈어라” 외치면 문을 반만 열고 술상을 내민다. 이렇게 마시고서 “몇 주전자 나왔으며 값이 얼마냐고 여쭈어라” 하고 돈을 놓고 “잘 먹고 간다고 여쭈어라” 하고 나간다. 이처럼 주객과 주모가 내외하여 단 한 번 얼굴을 맞대지 않고 술을 팔고 마신다 하여 내외술집이다. 이 내외술집은 늙어 물러난 퇴기(退妓)가 영위하는 술집으로 비록 물러났지만 기생의 법도를 지켜 내외법을 엄수했기로 생겨난 술집이다. 이처럼 술을 팔면서도 내외법을 엄수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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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WTO 만장일치제

[이규태코너] WTO 만장일치제 조선일보 입력 2003.10.02 15:32 세계무역기구(WTO)의 멕시코 칸쿤 각료회의 결렬 후 이 기구의 무용론이 대두되자 자구책 마련에 분주한데 그중 이제까지 지속해온 회원국 전원의 만장일치 제도를 없애기로 한다는 것이 들어 있다. 소수의 반대국이 있더라도 다수가 지지하면 의결하되 반대국은 그 의결로 받는 불이익도 혜택도 주지 않기로 한다는 것이다. 생업이 농사인 민족은 그 땅에 붙박이로 살아야 하는 정착이 불가피하고 서로 잘 아는 사람끼리 사는 정착사회에서는 소수가 웬만한 이견이나 반대의사를 나타내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게 생각하여 다수에 수렴시키는 것이 미덕이 돼 왔다. 선생님이 “알았습니까”라고 물으면 반 학생들은 비록 모를지라도 “예,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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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스카프 파동

[이규태코너] 스카프 파동 조선일보 입력 2003.10.03 18:12 300만의 이슬람교도가 살고 있는 독일에서 여교사가 베일, 곧 스카프를 쓰고 수업하는 것을 두고 찬반이 달아오른 가운데 엊그제 독일 헌법재판소가 스카프 수업을 합법화했다. 프랑스에서는 이슬람여인들의 스카프 쓴 신분증명의 유무효가 쟁점이 되고 있는 등 세계적 문화갈등의 초점이 되고 있어 이 판결의 귀추가 주목된다. 눈썹 길이의 인종별 차이를 비교 조사해 놓은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사막민족인 아랍인의 것이 제일 길었다. 육상 동물 가운데 눈썹이 제일 긴 것은 사막동물인 낙타다. 모랫바람 끊이지 않은 사막에서 몇천년 살아온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막민족은 얼굴을 가리는 베일을 쓰게 됐다는 것이 기원설이다. 코란 24장에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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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산고 분담 이설(異說)

[이규태코너] 산고 분담 이설(異說) 조선일보 입력 2003.10.05 16:14 미국에서 아내가 아기를 낳을 때 남편이 분만실에 들어가 산고(産苦)를 더불어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1970년대에 산고 분담 남편이 10%에 불가했는데 지금은 85%가 진통하는 아내를 부축, 마음놓고 힘을 쓰게 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한데 일전 영국 BBC방송이 캐나다 토론토 대학 연구진의 연구결과를 보도했는데 남편보다 훈련된 조산원이나 경험있는 여성이 함께 있어주는 것이 보다 출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보도했다. 산고(産苦)의 원인제공을 한 장본인인 남편에게 분만 고통을 분담시키는 것은 합리적으로 세계에 공통된 민속으로 정착해 내렸다. 유럽 피레네 산맥지방에서 남편은 입덧도 같이하고 분만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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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柳京 체육관

[이규태코너] 柳京 체육관 조선일보 입력 2003.10.06 16:44 어제 분단 후 1100명이라는 가장 많은 남한 사람이 육로로 평양에 들어갔다. 고 정주영씨가 세워준 평양의 체육관 개관잔치에 참석하기 위함이다. 평양 보통강변에 세워진 이 체육관은 1만2300석으로 정식 이름은 ‘유경(柳京) 정주영체육관’이다. 이 호칭에서 낯선 것은 유경이다. 이미 체육관 곁에 서 있는 호텔 이름도 유경이요, 베이징(北京)에 진출한 북한 업체들에도 유경이란 이름이 선호돼왔다. 중국 사신 예겸(倪謙)이 읊었듯이 ‘언덕을 넘으면/모두가 평평한 땅 평양(平壤)이라/고을 이름도 아늑하고 좋아라’ 했듯이 평평해서 평양인 이 고을의 옛 지명으로 기자(箕子)가 나라를 세웠다 하여 기성(箕城) 낙랑(樂浪) 장안(長安) 등의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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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쓰레기 고고학

[이규태코너] 쓰레기 고고학 조선일보 입력 2003.10.07 15:52 광화문전 육조(六曹)거리의 동쪽 뒤꼍을 흐르는 청계천 상류에 혜정교라는 다리가 놓여 있었다. 태종실록 13년 기사에 보면 아이 넷이 이 다리 위에서 전통 골프랄 수 있는 타구(打毬)를 치고노는데 치는 공마다 하나는 태종, 하나는 효령군(孝寧君), 하나는 충녕군(忠寧君) 하는 식으로 왕족의 이름을 붙여 치는 것이었다. 그중 친 공이 혜정교 다리 밑에 빠지자 한 아이가 효령군이 물에 빠졌다고 외치는 것을 때마침 그 다리를 지나가던 효령군의 유모가 듣고 효령군의 장인인 대사헌 벼슬의 정역(鄭易)에게 고했고, 정은 이를 형조에 고발, 아이들을 잡아 가두고 요언률(妖言律)로 다스리려 했다. 이에 너그러웠던 태종은 이 아이들이 겨우 열 살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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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조혼 문화논쟁

[이규태코너] 조혼 문화논쟁 조선일보 입력 2003.10.08 16:36 루마니아에서 12세 집시 신부와 15세 집시 신랑의 조혼을 두고 유럽연합(EU) 의회가 인권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하고 내외에서 저항 운동이 번지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더욱이 신부 아버지는 이미 신부가 7세 때에 신랑측으로부터 금화 500개를 받았다 하여 매매혼의 잔재로 지탄이 가중되고 있다. 집시족 자체에서도 조혼 반대 클럽에 가입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비정부조직을 타고 국제화로 연소해 나가고 있다 한다. 1930년 당시 한국 형무소에 복역 중이던 여자 살인범 수는 47명이었다. 당시 남자 살인범 수는 53명이었으므로 남자 100명에 여자 88명꼴로, 고율이다. 세계 평균은 남자 100명에 여자 4명인 데 비겨 한국의 여자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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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제주 말축제

[이규태코너] 제주 말축제 조선일보 입력 2003.10.09 16:04 제주도에 유배살이했던 선비 김정(金淨)이 제주도 조랑말이 집단으로 정연하게 보조를 맞추어 땅을 다지는 것을 보고 ‘조선 사람이 저 제주말만 같았더라면ㅡ’ 하고 그 집단질서를 부러워하는 글을 남겼다. 고대 한국의 기록에 키 작은 과하마(果下馬)가 나오는데 그 혈통을 이어받고 있는 것이 제주도 조랑말이다. 이 조랑말 타고 금강산 유람을 했던 영국의 할머니 탐험가 이사벨라 버드 비숍의 조랑말 찬(讚)을 들어보자. ‘소인국의 말 같지만 그 강인한 내핍성과 끈기와 운송력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먹이라고는 지푸라기 썬 여물이 고작인데 200파운드가 넘는 무거운 짐을 지고 하루 30마일을 걸어내고도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서양말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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