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994

[이규태코너] 운석 인명사고

[이규태코너] 운석 인명사고 조선일보 입력 2003.10.10 16:10 지구 둘레에는 하루에도 수만 개의 별똥들이 날아들고 있지만 대기권에 들면 마찰로 닳아없어져 지상에 떨어지는 것은 극소수로 해마다 7개 전후라 한다. 중국의 북쪽 변방을 지켜주는 신당인 북진묘(北鎭廟)에 가면 보천석(補天石)라는 바위 덩어리가 있는데 신화시대에 하늘이 뚫려 내려앉은 바위로 신성시해 왔다. 중국에 가는 조선 사신 일행들이 들러 이 보천석 가루를 긁어온다 했는데 바로 그 돌가루가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민속에 별똥은 같은 무게의 은값과 맞먹었다 했는데 전지전능의 천제(天帝)께서 내린 이 별똥가루를 먹고 낫지 않는 병이 없었다고 알려져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보천석은 바로 중국 고대에 낙하된 운석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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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하이힐 무해론

[이규태코너] 하이힐 무해론 조선일보 입력 2003.10.12 18:01 중국의 선각자 노신(魯迅)이 하이힐을 두고 새로운 형태의 전족(纏足)이라 하여 계몽운동을 펴고 있을 때 런던 번화가에서 패션 모델 바버라 로크우드양이 졸도 급사했다. 심장마비도 아니요 뇌출혈도 아니며 음독도 아니어서 온 세상의 관심거리로 부각, 영국 의료진이 그 사인규명에 동원됐었다. 그녀와 사귀던 남성들이 클로즈업되기도 했지만 단서를 잡을 수가 없어 한 신문은 ‘금세기 최대의 완전범죄’라고 대서특필까지 했다. 의료진의 종합조사 결과가 페인 박사에 의해 스코틀랜드 야드(경찰청)에서 발표되었는데 로크우드양을 살해한 범인은 그녀가 신고 있는 하이힐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충격받은 부인들의 열화 같은 관심에 응해 페인 박사는 의학전문지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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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의족 마라톤

[이규태코너] 의족 마라톤 조선일보 입력 2003.10.13 17:39 80년대 초 미국 뉴멕시코에 우주인 ET가 하이웨이에 나타났느니, 개가 티셔츠를 입고 하이웨이를 달리고 있다는 제보가 언론 방송에 답지해 보도 항공기가 뜨는 소동이 벌어졌었다. 알고 보니 두 다리 잘린 베트남 참전용사가 고고한 미대륙 횡단 마라톤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보브 위랜드라는 이 용사는 오로지 두 팔만으로 4454㎞의 미대륙을 3년8개월6일 만에 주파해낸 것이다. 88서울올림픽이 있던 해 봄에는 로스앤젤레스 마라톤에 출전, 풀코스를 74시간8분26초 만에 주파했다. 하루 전날 심판도 없이 출발, 1마일에 2시간꼴로 달려 경쟁자 없이 3일간을 달린 끝에 역시 심판 없는 골인을 했었다. 이로써 위랜드는 80년대 미국의 3대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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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왕과 사랑

조선일보 | 오피니언 [이규태코너] 왕과 사랑 입력 2003.10.14 16:43:32 | 수정 2003.10.14 16:43:32 네덜란드의 요한 프리소 왕자가 사랑을 위해 왕위계승권을 포기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왕위계승자의 배필은 정부와 의회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이 왕자의 연인이 악명 높은 갱단의 두목과 깊은 관계였던 전력이 있어 승인받지 못할 것이 뻔하므로 예비 왕관을 던져버린 것이다. 이미 쓰고 있던 왕관을 버리고 사랑을 선택한 대영제국 에드워드 8세의 그것과는 권위나 무게를 비할 바가 못 되지만 그 인간적 선택에 매력을 느끼게 한다. 흥미 있는 것은 왕자의 연인이, 왕관을 버린 사연을 두고 기자들이 묻는 말에 “푸른 드레스를 입겠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황태자 시절의 에드워드 8세, 곧 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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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신저우(神舟) 5호

[이규태코너] 신저우(神舟) 5호 조선일보 입력 2003.10.15 16:29 어제 발사한 중국의 유인 우주선은 구소련과 미국이 61년에 성공시킨 이래의 시도로, 성공하면 3대 우주대국으로 발돋움하는 파워게임 측면에서 세상이 지켜보고 있다. 중국의 우주개발은 군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으며 그에 대한 정보는 일체 기밀이요, 무인 우주선을 쏴올렸을 때도 성공 후에야 국영통신이 보도했었다. 이 유인 우주선 이름이 선저우(神舟)요, 그 계획도 선저우 계획이다. 미국 우주선과 그 계획이 그리스 신화의 태양신인 아폴로였듯이 선저우도 중국 고대신화에서 따온 이름이다. 중국 신화에서 천계에 사는 신선으로 도교에서 최고위의 신격을 누리고 있는 것이 서왕모(西王母)다. 그녀가 사는 땅에 천년 걸려 꽃이 피고 천년 걸려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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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스와핑

[이규태코너] 스와핑 조선일보 입력 2003.10.16 16:26 쓸모없어진 생활용품을 주차장에 늘어놓고 행인에게 파는 미국의 차고 세일에 가보면 스와핑 리스트라 하여 유모차며 타이프라이터 등 교환하고 싶은 물품을 적어 붙여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스와핑은 물품 교환을 뜻했던 것이 아내나 남편의 성(性)까지 바꿔 엔조이하는 퇴폐교환으로까지 진전한 것은 60년대 들어서였다. 미국의 지하신문에 보면 스와핑 광고가 나있는데 이를 보고 연락해서 만나 A의 차에 B의 아내가 B의 차에 A의 마누라가 타고 나가는 것이 광고 스와핑이다. SFL(성 자유연맹) ASFM(미국 성자유운동) 등 대규모 알선단체에 가입해 그 주선으로 파티에서 만나 이루어진 것이 파티 스와핑이다. 월 회비 50달러 안팎으로 한 달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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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프로야구와 저주

[이규태코너] 프로야구와 저주 조선일보 입력 2003.10.17 16:07 미국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영웅인 베이브 루스의 자서전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선수들 간의 미신으로 구장에 오고가다가 빈 통을 보면 그날 안타를 친다는 것이 상식이 돼 있었다. 담당심판이 할개눈이라든지 검은 고양이를 보아도 행운의 조짐으로 알았지만 빈 통 실은 수레를 보는 것만큼 확실한 행운의 보장은 아니었다. 자이언츠팀 전원이 타격 부진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선수들은 부진을 떨쳐버리는 징크스로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땅에 던져도 보고, 방망이를 합쳐 눈감고 집어서 쳐보기도 했으며, 토끼 앞다리를 품고 출장하기도 했지만 부진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빈 통을 가득 실은 마차를 보고 들어온 선수들이 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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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계룡시

[이규태코너] 계룡시 조선일보 입력 2003.10.19 16:43 계룡산 신도안이 시로 승격, 월말에 시의원 선거를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조선조 국초에 수도가 될 뻔했고 유사종교의 집산지이기도 한 계룡의 내력을 더듬어 봄으로써 한국인의 도참(圖讖)의식을 가늠해 보는 것도 무위하지 않을 것 같다. 계룡이라는 이름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계룡산을 멀리서 보면 그 산 모습이 제(帝)자형으로 보이고, 분리해 보면 상제봉(上帝峯)을 복판에 두고 금계산(金鷄山)이 좌청룡, 일용산(日龍山)이 우백호를 이루고 있다. 곧 상제를 받들고 있는 좌청룡 우백호의 가운데 이름을 따 계룡산(鷄龍山)이 됐다고도 하고 신도안의 동서에 두 야산이 있는데 풍수형으로 보아 동쪽에 있는 것이 금계포란(金鷄抱卵)형이요 서쪽에 있는 것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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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최치원 기념관

[이규태코너] 최치원 기념관 조선일보 입력 2003.10.20 16:02 당나라의 멸망을 재촉한 황소(黃巢)의 난은 10년에 걸쳐 중국 동서남북을 거의 휩쓸었었다. 황제는 망명하고 장안을 점령한 황소는 황제로 등극한다. 이 대란(大亂)의 와중에 신라의 서생 최치원은 어린 몸으로 당나라에 유학하고 있었다. 당시 절도사 고병(高騈)의 참모랄 종사관으로 있었는데 천하를 호령하고 있는 황소에게 격문을 지어 보냈다. 기개도 대단하려니와 명문으로 손꼽히는 이 ‘격황소서(檄黃巢書)’는 ‘광명 2년 7월 8일에 황소에게 고하노라’로 시작되고 있다. 그는 불의 불충한 반란의 괴수들로 안녹산까지 거론하며 매도하고서 “하물며 너는 그들만도 못한 천한 것으로 하는 짓도 불지르고 살상하고 겁탈하는 것을 즐기고 다녔으니 천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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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생선 왕국

[이규태코너] 생선 왕국 조선일보 입력 2003.10.21 15:56 여러 가지 제사가 많은 성균관 곁에서 푸줏간이 발달했듯이 로마의 푸줏간도 신전 옆에 자리했다. 제사에 필수인 희생 동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그러하듯이 로마의 생선가게는 위(胃)의 신인 에스토마신의 신전 옥상에 차려져 있었다. 지중해에서는 2만종의 생선이 잡히는데 이 에스토마 신전에 오를 수 있는 생선은 선택받은 굴지의 생선이었던 점으로 미루어 고대 희랍·로마사람들은 어류의 혜택만큼 생선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플라톤은 “고상한 사람에게 고기잡이는 할 짓이 못 된다”고 했고, 로마의 호머는 “비린 식물 생선은 난파한 사람이나 어쩔 수 없이 먹는 식품”이라 했다. 구약성서에도 물속에 사는 것들은 모두가 더러운 것들로 더욱이..

이규태 코너 2022.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