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994

[이규태코너] 소외 생리학

[이규태코너] 소외 생리학 조선일보 입력 2003.10.22 16:14 카뮈 만년의 단편에 ‘요나’라는 작품이 있다. 화가인 요나는 재능을 인정받아 주변에 제자들이 몰려들어 날로 유명해졌다. 한데 지명도에 반비례하여 그의 제작력은 쇠퇴해져 가 드디어 그의 그림은 팔리지 않게 되고 제자들도 하나둘씩 떠나가 아무도 그를 찾지 않게 되었다. 그는 지붕밑방에서 제작에 골몰해 며칠이고 내려오질 않았다. 너무 소식이 없어 친구인 라토가 찾아갔을 때 요나는 무척 통증이 심했던지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자세로 죽어 있었다. 곁에 있는 빈 캔버스에 겨우 판독할 만한 작은 글씨가 씌어 있었는데 그것을 ‘Solitaire(솔리테르·孤獨)라 읽어야 할지 Solidaire(솔리데르·連帶)로 읽어야 할지 몰랐다’로 맺고 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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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오리 박물과

[이규태코너] 오리 박물과 조선일보 입력 2003.10.23 17:04 선조 때 정승 오리(梧里) 이원익(李元翼)을 기리는 박물관이 그의 고향인 광명시에서 오늘 개관한다. 유적과 유물을 보존한다기보다 오리의 인간적 후광을 현대에 비추는 광원(光源)으로서 부가가치가 큰 박물관이랄 수 있다. 택당(澤堂) 이식(李植)이 오리의 종사관으로 있을 때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상전의 당색(黨色)을 살펴보고자 말을 돌려 “율곡을 어떻게 보십니까?”라고 물었다. 율곡을 둔 평가로 당색을 가름해 보고자 함이었다. 대꾸를 사양하자 배신감을 느끼고 하직하기를 청하기까지 했다. 이에 말했다. “가령 두 사람이 취하여 때리고 욕하며 언덕 밑으로 구르며 싸울 때 한 사람이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아 달라붙었다가 한데 섞여 밀고 당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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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에덴동산 복원

[이규태코너] 에덴동산 복원 조선일보 입력 2003.10.24 17:11 16세기에 나온 루터의 성서 속에 에덴동산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해와 달, 별들과 구름으로 둥글게 둘러싸인 가운데 산과 들, 사막, 그리고 강물이 압축돼 그려져 있는데 울창한 숲 말고 두 그루의 나무가 보인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생명의 나무와 지혜의 나무일 것이다. 그리고 말·소·돼지·사슴·코끼리·낙타로 보이는 짐승들이 거닐고, 네 줄기의 강물이 합쳐 흐르고 있다. 창세기에 나오는 비손강 기혼강 힛데겔(티그리스)강 유브라데더(유프라테스)강일 것이다. 그 왼편 지혜의 나무가 있는 쪽에 벌거벗은 아담과 이브가, 그리고 그 곁에 뱀이 목을 쳐들고 있다. 구약성서에 묘사된 에덴을 사실적으로 묘사했음을 알 수 있다. 성서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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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수묵현대화

조선일보 | 오피니언 [이규태 코너] 수묵현대화 입력 2003.10.26 19:05:10 | 수정 2003.10.26 19:05:10 비움과 채움, 흑과 백, 그리고 진함과 묽음이라는 그 단순한 대조 속에 얼마나 많은 인간 상념을 수렴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수묵화다. 영(靈)과 육(肉)의 존재인 인간은 육의 속박을 탈피, 영의 세계로 들려 하는데 바로 그 경계를 나타내는 것이 수묵화란 말도 있듯이 그 수묵화의 현대적 존재방식을 어렵지 않게 직소해주는 김호득 화백이 올 이중섭 미술상을 탔다. 수년 전 뉴욕에서 한국화 전시회를 가졌던 중견 화가의 그림 3점을 사 간 미국인 화상이 밤중에 호텔로 찾아와 사 간 그림을 꺼내놓으며 그리지 않은 부분을 마저 그려달라고 부탁하더라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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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이슬람과 개

[이규태코너] 이슬람과 개 조선일보 입력 2003.10.27 16:29 원님이 심기가 불편한 일을 겪고 등청을 했다. 그 화를 무고한 이방에게 퍼부었고 이방은 역시 무고한 아전에게 전위(轉位)시킨다. 아전은 퇴청하여 그 스트레스를 무고한 아내에게 퍼부었고, 아내는 부엌에 들어가 낮잠 자고 있는 강아지 배때기를 차 깨갱거리게 하는 것으로 해소하려 든다. 이렇게 불평불만이나 화는 힘이 약한 아랫것으로 하향 전위를 하여 무고한 개에게까지 가서 멈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모독·모욕하는 욕말 가운데 가장 보편적으로 끼인 말이 ‘개’인 것도 개가 하위개념에 속하기 때문일 것이다. 영어권에서 흔히 쓰는 욕말이 S.O.B., 곧 선오브비치다. 암캐만 해도 욕이 되는데 그 암캐가 낳은 새끼, 더욱 강조해서 들암캐가 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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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위해(威海) 코리어 타운

[이규태코너] 위해(威海) 코리어 타운 조선일보 입력 2003.10.28 17:31 한반도에서 가장 가까운 맞바라기, 중국 산둥(山東)반도의 동쪽 끝에 있는 웨이하이(威海)시에 여의도 절반 크기의 코리아타운이 세워진다. 200개 공장, 3000가구의 주택, 100개의 식당에 실버타운까지 계획된 이 웨이하이는 중국고대의 동방 요새요, 여순반도와 연결돼 발해만을 막은 출입 초소일뿐더러 청나라 때 북양함대의 본거지로 일본군에 의해 기습당했던 현장이다. 그래서 바다의 요새라는 뜻에서 고대부터 웨이하이위(威海衛)란 지명을 얻었으며, 중국영토의 동쪽 끝이라 영토에 욕심이 많았던 진시황은 이곳에 들러 문인들과 더불어 동쪽 끝 산에 올라 자신을 칭송하는 비를 세우게 했다 해서 이 지방이름이 문등(文登·원덩)현이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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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세계최대 와불(臥佛)

[이규태코너] 세계최대 와불(臥佛) 조선일보 입력 2003.10.29 17:14 세계 최대의 불상이요,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인 바미안 대불(大佛)이 아프가니스탄 과격단체 탈레반에 의해 폭파당함으로써 세계의 관심이 집중돼 온 가운데 7세기 무렵까지 바미안에 있었던 것으로 기록된 세계 최대 와불(臥佛)의 행방을 찾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 현장법사(玄 法師)가 바미안을 거쳐가면서 상세한 기록을 남겼는데 그중 주의를 끄는 것은 이 대불이 위치한 사찰에 부처님의 열반상인 와불이 있는데 길이가 천척(千尺)이라 했다. 같은 기록에 바이안 대불의 높이를 150척이라 했는데 실측해 보니 53m였음으로 미루어 3척이 1m였음을 감안하면 1000척이었다는 와불의 길이는 무려 333m가 되니 가공할 거대 와불상임을 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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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어머니의 성(姓)

[이규태코너] 어머니의 성(姓) 조선일보 입력 2003.10.30 17:55 성(姓)자를 풀어보면 「女+生」으로 돼 있다. 태어난 어머니의 핏줄이 성이다. 난혼시대에는 낳아준 어머니는 알지만 낳게 해준 아버지는 모른다. 그래서 낳아준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고대 주(周)나라의 후예가 강(姜)씨요, 은(殷)나라의 후예가 사씨이며, 순(舜)나라의 후예가 위씨였고 중국 상고시대의 8대성(姓) 모두가 계집녀(女) 변임은 아버지를 모르고 어머니만 아는 모계사회의 흔적인 것이다. 모권에 대한 부권의 쿠데타로 부계(父系)의 성이 자리바꿈을 했지만 관용 많은 우리 조상들만은 여느 다른 문화권과는 달리 시집 간 후에도 여자의 성을 살려두는 아량을 베푼 것이다. 성의 역사는 세계적으로 중국 다음으로 우리나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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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이팝나무

[이규태코너] 이팝나무 조선일보 입력 2003.10.31 15:02 며칠을 굶고 누워 있던 흥부가 박속으로라도 허기를 채우고자 박을 타는데 쌀이 쏟아져나온다. 나오는 족족 밥을 지어 남산만하게 밥산을 만들어놓고 아들들을 불러댄다. 스물일곱 아들놈들이 달려와 밥산에 철환(鐵丸)처럼 틀어박혀 밥을 먹어대는데 형태는 보이지 않고 바람에 날리는 이팝나무처럼 밥산이 요동칠 따름이었다. 흔치 않은 나무인지라 바람에 요동치는 이팝나무가 감이 잡히지 않을 것이다. 오뉴월이 되면 이팝나무에는 하얀 꽃이 만발, 마치 밥을 지어 들판에 쌓아놓은 형상이다. 밥으로 만든 산을 이팝나무에 비유한 데는 그 꽃이 쌀밥처럼 희다 해서뿐 아니다. 이팝나무라는 이름이 바로 이 쌀밥을 둔 한국인의 비원(悲願)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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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곤륜노(崑崙奴)

[이규태코너] 곤륜노(崑崙奴) 조선일보 입력 2003.11.02 16:28 사회를 안정시키는 수단으로 불평불만을 토로하고 방출할 수 있는 열등 계층을 만들어 두는 것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다. 우리 전통사회에서 백정을 차별하고 천대하며 학대한 것도 바로 그 사회적 기능 때문이며, 미국에서 경제불황과 흑인 린치(私刑)의 빈도가 정확하게 비례한다는 것도 바로 흑인 학대로 불평불만을 방출했다는 것이 된다. 독일에서 바이마르 헌법 이후 많은 중산계급의 욕구불만을 유대인 박해로 방출했음도 그것이다. 시어머니한테 꾸지람 들은 며느리가 부엌에 들어가면 배때기를 찰 애꿎은 강아지가 누워 있듯이 불평불만이나 욕구불만을 전이시킬 열등 대상을 추구하게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남녀노동자가 40만명에 이르고 있다던데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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