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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시아파(派)

[이규태코너] 시아파(派) 조선일보 입력 2004.04.08 17:34 모든 아랍권 나라들은 헌법에서 하나의 아랍을 지향하고 있다. 한 나라를 이룩하려면 국토·언어·종교·문화·관습 등 다섯 조건이 공통돼야 하는데, 아랍권 나라들은 모두를 갖추고 있지만 다섯 조건 때문에 통일이 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구약성서 때부터 남부족(카하탄)과 북부족(아드난)이 양분되어 피를 섞지 않고 반목을 계속해 왔다는 점이다. 다마스쿠스에서 북부인이 남부인 밭에서 오이서리 했다는 오로지 그 한 이유만으로 수십만명이 살상당한 7년전쟁을 치렀을 정도다. 둘째, 동족결혼으로 부족의식이 강하여 만약 부족외혼을 하면 예배와 생업에서 소외받았다. 셋째, 오등친(五等親)끼리 ‘카므사’라는 결사를 맺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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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나체 식탁

[이규태코너] 나체 식탁 조선일보 입력 2004.04.09 17:40 한동안 서울 상류사회에 불도장(佛跳牆)이라는 초 고가 중국 요리가 유행했었다. 한 그릇에 15만~20만원으로 사슴 힘줄, 잉어 부레 등 금수(禽獸)의 이색 부위를 모아 곤 것으로 망아경에 빠진 선승(禪僧)일지라도 이 요리 냄새를 맡으면 선방의 담을 뛰어넘고 온다하여 불도장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이다. 이처럼 중국의 요리 이름에도 과장표현이 많다. 이를테면 뽀얀 복의 이리 요리를 서시유(西施乳)라 하는데 춘추시대 월(越)나라 미인인 서시의 젖이라 했으니 감각적이다. 기방에서 기녀들을 마음먹은 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스태미나 요리의 이름은 여의채(如意菜)다. 광동 요리에 역아탕(易牙湯)이라는 고급 요리가 있었다. 역아는 제(齊)나라 환공(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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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자이툰병사의 수염

[이규태코너] 자이툰병사의 수염 조선일보 입력 2004.04.11 18:19 이라크와의 친선축구에서 이라크를 응원하러 나온 자이툰부대 병사들이 수염을 기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현지 사람들과의 위화감을 줄이고자 권장된 수염들이다. 세상에서 가장 먼저 수염을 기른 이가 에덴동산의 아담으로 돼 있다. 시인 바이런이 읊기를 아담과 이브가 지혜의 나무에서 열매를 따먹은 직후 남성의 상징으로 아담에게 수염이 났다고 했다. 그 에덴동산이 있었다는 이라크에 파병되는 한국 병사들이 수염을 기른다는 것은 수염의 고향에 들르는 원초적 예의인지 모를 일이다. 이집트의 파라오부터 땅굴 속에서 잡혀나온 후세인에 이르기까지 수염을 기르지 않은 아랍의 제왕이나 지배자는 없었다. 반면에 궁에서 일하는 하인들은 수염을 기르지 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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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여우의 죽음

[이규태코너] 여우의 죽음 조선일보 입력 2004.04.12 17:50 60년대 서울 광화문에 ‘구미호(九尾狐)’로 속칭되는 시골 학교 운동장만한 다방이 있었고 그 다방마담의 별명이 구미호요, 드나드는 아홉 손님에게 동시에 추파를 던진다 하여 얻은 별명이다. 좌우 눈을 각기 다르게 윙크하고, 두손 두 무릎으로 슬쩍 네 손님의 몸에 대고, 입과 허리와 엉덩이로 나머지 세 손님을 관리하는 데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애교가 전달된다. 이렇게 표변 잘하는 것을 여우라 하고 여우 가운데 백여우가 더 여우요, 백여우보다 한 수 위가 불여우이며 변신으로써 도가 틔인 여우가 구미호다. 동물 가운데 변신·변덕·변심뿐 아니라 교활하고 위선·기만·아첨·약은 꾀 잘 부리는 사람을 남녀간에 여우라 한다. 의자왕 때 여우떼가 왕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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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호화주택과 한국인

[이규태코너] 호화주택과 한국인 조선일보 입력 2004.04.13 17:17 인도의 철강갑부가 런던에다 호화주택을 샀는데 1460억원으로 세계 최고기록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여태까지의 기록은 홍콩에 있는 집으로 1300억원이었다. 런던의 타지마할로 불리어온 이 호화주택은 옥탑구조까지 3층으로 어림잡아 5백칸을 넘지는 않는 것 같다. 한데 조선조 중종 때 한양 남산에 9999칸의 거대한 집이 있다고 팔도에 소문났었는데 이 집에 비기면 이 런던의 타지마할은 소인국의 집에 불과하다. 상경한 선비들은 이 거대한 집을 찾아 남산을 헤매기 마련이지만 그 집을 찾아본 사람은 없고 그 집이 있다는 곳에 운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단칸 헛가리집에 ‘허백당(虛白堂)’이라는 당호에 봉착할 따름이었다. 선비요 판서를 역임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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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선량의 조건

[이규태코너] 선량의 조건 조선일보 입력 2004.04.14 18:21 선량으로 뽑히기 위해 입후보한 사람을 캔디디트(candidate)라 한다. 그 말뿌리를 더듬어 오르면 흰 옷 입은 사람이란 뜻이다. 고대 로마 선거에서 입후보자들은 모두가 ‘토가’라는 흰색 장옷을 입고 선거에 임했던 데서 비롯된 말이다. 속임수·비굴·변절·거짓이 없다는 유권자와의 결백 약속을 흰 옷으로 상징한 것이다. 1806년 미국 대통령에 출마한 브라이언은 이 ‘토가’를 입고 유세를 하여 인기몰이를 했던 일이 있다. 이렇게 하여 당선되면 그 소매에 푸른 끝동을 다는데 그것이 바로 선량의 의무를 상징했다. 푸른 하늘은 그것을 가리는 한 점 구름이 없어야 하듯이 진실하고 공평하며 사욕을 버려야 한다는 끝동 색이요, 푸른빛이 여느 빛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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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통촉대신’

[이규태코너] ‘통촉대신’ 조선일보 입력 2004.04.15 17:55 안방에 방영되는 사극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임금 앞에 엎드려 “통촉하옵소서” 하는 것이다. ‘아랫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살펴주옵소서’라는 완곡한 반대의사 표시다. 정착사회인지라 내 소견을 극소화하는 것이 현명한 우리나라에서 통촉을 바라는 것은 눈밖에 나는 소외 언행이다. 더욱이 임금 면전에서 절체절명인 하명을 반대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을 속칭 ‘통촉대신’이라 했다. 태종11년 임금은 윤락촌인 창기(娼妓)를 폐하려 한다 하고 대신들의 의견을 물었다. 세상이 공감하는 명분 있는 악이요, 그 더욱 임금의 뜻이 그러하다는데 반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모든 대신이 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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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全羅黃道 慶尙靑道

[이규태코너] 全羅黃道 慶尙靑道 조선일보 입력 2004.04.16 18:43 임진왜란 때 일본에 와 있던 포르투갈 사제(司祭) 루이스 프로이스가 써 남긴 조선 견문기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조선 침략을 위해 도요토미(豊臣秀吉)가 갖고 있던 조선팔도 지도는 여덟개 나라로 분할되어 있었으며 ‘그 나라마다 붉은나라 하얀나라 파란나라 자주나라 등의 색이름이 붙어 있었다’ 했다. 대마도주 무네(宗)씨가 도요토미에게 바친 이 지도에 따라 왜장들도 색깔 이름으로 불렀다 했다. 색깔로 표시한 이번 총선 개표결과 지도를 보노라니 바로 임진왜란 때 색깔지도를 보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그렇게 한 당색 일색으로 한 도(道)가 통일될 수 있는 것일까. 경상청도(靑道) 전라황도(黃道)라 불러도 통할 것만 같다. 방목형(放牧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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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어린이 인주

[이규태코너] 어린이 인주 조선일보 입력 2004.04.18 18:20 경주 박물관 미술관 신축예정지에서 신라시대의 일곱 살쯤 돼 보이는 어린이 유골이 발견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고로 죽었을 경우와 제사의식으로 인신공양됐을 경우를 생각할 수 있는데 후자일 확률이 높다. 그 이유로 그 발굴 지점이 옛 왕궁터라는 것을 들 수 있다. 삼국시대에 큰 공사를 할 때에는 인주(人柱)라 하여 산사람을 생매장하는 관습이 있었기 때문에 왕궁을 지을 때 희생한 인신일 확률이 크다. 삼국시대 둑인 김제의 벽골제(碧骨堤) 수문 돌기둥 아래에서 인골이 많이 출토되었는데 축조할 때 희생시킨 인주일 것이다. 신라 경덕왕 때 봉덕사의 종을 만드는 데 실패를 거듭한지라 신명의 노여움 때문이라 하여 어린이를 희생하고서야 종이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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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하마스 저격과 미국

[이규태코너] 하마스 저격과 미국 조선일보 입력 2004.04.19 17:30 팔레스타인 저항단체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야신에 이어 란티시가 이스라엘의 표적 저격으로 잇따라 살해되자 아랍권에 팽배해 있던 감정적 적대가 전세계로 번져나가고 있다. 영국 이탈리아 포르투갈 중국 러시아 일본이 잇따라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테러와의 전쟁 중인 미국만이 이 표적 테러를 「이스라엘은 테러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는 명분으로 옹호하여 팔레스타인에서는 미국이「말리는 시어미」로, 보다 증오의 표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국민 가운데 유대인이 500명 이상인 나라는 70개 국에 이르고 이스라엘 건국 이전에는 100개 국에 산재해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개화기에「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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