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두(牛痘)의 도입으로 알려진 지석영(池錫永)의 형에 지운영(池運永)이라는 천재가 있었다. 흔히들 천재를 시·서·화(詩·書· ) 삼절(三絶)이라 하는데 지운영은 거기에 문·선·광·치·혜(文·禪·狂·痴·慧)가 더해 팔절(八絶)로 불렸던 자유분방한 천재였다. 당시 세도가요 판서였던 민영목이 그의 조카의 과거급제를 위해 답안의 대필을 이 지운영에게 은밀히 부탁했다. 종이 한 장 살 돈 없어 창호에 바람을 못 막을 만큼 가난했던 지운영의 이 대필 거절은 한말에 단절돼가던 선비정신의 명맥을 잇는 쾌사로 자주 거론돼왔다. 이처럼 한말의 세도가 사이에는 과거 출제의 범위를 알고 있었으며 출제 가능의 답안들을 써 들고가 장외에서 신호를 통해 제출 답안을 통고하는 커닝이 성행했음을 알 수 있다. 장외에서 새소리로 답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