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994

[이규태 코너] 무릎 배개

[이규태 코너] 무릎 배개 조선일보 입력 2004.12.16 18:50 동물 가운데 베개 베고 자는 것은 사람뿐이라던데 남미 유인원(類人猿)의 한 종류가 팔베개 베고 잔다는 보고가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인간의 원초적 휴식 자세가 팔베개였음을 암시해준다. '논어'에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세상 부러울 것 없다 한 것을 보면 인간의 가장 축소된 원초적 낙이 팔 베고 누워있는 자세랄 것이다. 그 안식을 공유하는 것이 어머니 팔베개 베고 자라는 모자(母子)간이다. 연인들이 팔베개 베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한적(漢籍)에서는 남성끼리 사랑하는 동성애를 옷소매를 자른다는 뜻인 단수(斷袖)라 하는데 팔베개에서 비롯된 고사다. 한나라 때 애제(哀帝)는 동성인 동현(董賢)을 몹시 사랑했다. 어느날 팔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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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6535> 개성 냄비

[이규태코너] 개성 냄비 조선일보 입력 2004.12.19 19:07 옛날 일상으로 쓰던 일용품을 때 없이 쓰는 물건이라 하여 무시로라 했다. 커다란 발채를 얹은 바지게에 빗자루 방망이 채반 키 단지 질그릇 약탕기 낫 호미 자물쇠 쌈지 골무에 이르기까지 산더미처럼 쌓아 지고 이 마을 저 마을 팔고 다니던 무시로 장수가 있었다. 이 무시로 장수의 상권은 팔도에 판매지역을 분담받고 단골지역 아니면 바늘 하나 팔아서는 안 되며 그 단골지역은 아들 손자에게 물리는 상속 상권이었다. 이 무시로 조직을 관장하는 도가(都家)가 개성에 있었으며 나름대로의 삼엄한 상도(商道)가 있었다. 이 상도는 족(足)-구(口)-친(親)-신(信)-상(商) 5단계로 돼있었는데 현대 경영학에도 많은 시사를 주는 상도다. 곧, 부지런히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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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보신각 종

[이규태 코너] 보신각 종 조선일보 입력 2004.12.21 17:46 기독교나 회교의 교회마다 높은 탑이 있고 탑 맨 꼭대기마다 종을 달아놓은 것은 하늘 높이 계시는 신에게 접근하는 데 탑만으로는 한계를 느끼자 이제 소리로써 교감하고자 종이 발상된 것이다. 초월자와의 교감이라는 차원에서 불교에서의 종도 같지만 땅에서 그다지 높지 않은 다락 위가 종의 정위치란 점이 다르다. 아마도 유명(幽明) 간 교감하는 데 그렇게 높을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서양의 종소리는 귀로 듣는 물리적 소리지만 한국의 종소리는 이미 물리적으로는 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그 여운(餘韻)은 듣는 사람의 심금(心琴)에 주파수가 맞아들어 소리 없음을 듣는다는 경지에 든다. 이처럼 여운을 통해 신불과 공감하기 위해서는 종루가 사람을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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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코이나 경영<6537>

[이규태 코너]코이나 경영 조선일보 입력 2004.12.23 18:50 한국제품의 중국시장 확대와 중국제품의 한국시장 확대가 맞물려 이에 부응하는 경영전략으로 코리아와 차이나를 합성한 코이나 개념이 뜨고 있다. 중국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한국에 들이닥치는 중국시장을 현명하게 접하는 지혜를 터득하기 위해 그들의 경영을 떠받치고 있는 인성(人性)을 알고 양국 간 인성의 조화를 조장하고 충돌을 극소화하는 경영적 접근이 바로 코이나 경영이다. 유교문화라는 공통분모로 조화 측면의 인성도 많다. 이를 테면 그 공통분모로 구동정신(九同精神)을 들 수 있다. 한국인은 혈연·지연·학연의 삼동(三同)이 고작이지만 중국사람은 동성(同姓)·동향(同鄕)·동학(同學) 말고도 동년(同年)·동호(同好)·동행(同行)·동사(同事)·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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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6538> 엘리트 교육

[이규태코너] 엘리트 교육 조선일보 | 오피니언 입력 2004.12.26 18:47:16 | 수정 2004.12.26 18:47:16 세종대왕은 엘리트 교육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었다. 임원준(任元濬)이 신동으로 글을 잘 짓는다는 소문이 자자하자 효령대군의 별장에 불러 ‘옛사람은 일곱 걸음 걷는 동안에 시를 짓는다 했는데 네가 옛사람을 따를 수 있겠는가’하고 ‘봄 구름’이라는 시제(詩題)를 내렸다. ‘가까워 오는 화창한 날씨에/ 멀어만 가는 만리 구름이로다/ 바람은 천리를 헤치고/햇빛에 다섯 꽃색이 영롱하다(중략)/ 용 따를 날을 기다렸다/ 장마비 되어 성군을 받들리라.’ 이에 동반의 벼슬자리로 특채했다. 다섯 살에 ‘중용’ ‘대학’에 통달했다는 김시습(金時習)의 소문을 듣고 세종대왕은 ‘동자의 배움은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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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한국 女强論

[이규태 코너] 한국 女强論 조선일보 입력 2004.12.28 18:21 70년대 미국 우먼 리브운동의 기수 밀레트는 연설을 마칠 때마다 “카이두 공주 만세!”를 외쳤다. 역시 맹렬여성 저메인 글레어는 카이두를 우먼 리브의 성지(聖地)라고까지 말했다. 그 카이두는 아프가니스탄의 종교도시로 몽골 태종의 종손이 세운 왕국이다. 이 왕국의 공주는 거녀(巨女)로 힘이 세어 자신을 힘으로 이겨내지 못하는 사나이와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카이두 국왕은 공주를 이겨낼 장사를 구하는 방을 이웃나라들에 부치고 도전하는 데 1백필의 말을 걸도록 했다. 말이 1만필이 넘도록 공주를 이겨낼 장사가 나타나지 않다가 파미르의 왕자가 1천필을 걸고 도전해 왔다. 왕이 불러보니 이전에 보지 못했던 미남인지라 은밀히 공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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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세모 고해(告解)

[이규태 코너] 세모 고해(告解) 조선일보 입력 2004.12.30 18:19 80여년 전 일이다. 미국 뉴욕 선지(紙)에 버지니아라는 소녀가 투서를 했다. “기자님, 저는 여덟 살 난 소녀입니다. 알고 싶은 것이 있으니 꼭 가르쳐 주십시오. 산타클로스가 정말 계시는 것입니까”라고…. 이 물음에 대해 신문사는 애정 담긴 답변 사설을 썼다. “이 세상에 사랑이나 남을 배려함이며 진심이 있는 것처럼 산타클로스도 분명히 있다” 하고, 신뢰·상상력·시·사랑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여주고 또한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내 마음의 응어리를 알아 풀어주신다고 했다. 물론 질문을 한 소녀나 사설을 쓴 기자는 이 세상을 떴지만 이 사설은 고전이 되어 지금도 미국 가정에서는 세모에 부모들이 자녀들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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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韓鷄 精神

[이규태 코너] 韓鷄 精神 조선일보 입력 2005.01.02 18:04 닭띠 해 맞아 서울대공원이나 에버랜드에서는 온 세계의 닭들을 모아 구경시키고 있다던데 한국의 역사 속에 살아온 닭들을 모아 보는 것도 무의미하지 않을 것 같다. 가장 오래된 닭은 마한시대의 장미계(長尾鷄)로 꼬리가 5척이나 된다. 가축사의 권위 켈레르는 장미계의 뿌리를 일본에 두고 있는데 8세기나 앞선 한국문헌을 접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적(漢籍)으로 가장 권위 있는 박물지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닭은 조선땅에서 중국으로 건너온 것으로 종류도 많고 약으로도 조선 닭이 제일이라 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이 역사의 닭장에서는 머리에 검은 국화꽃을 이고 있는 듯한 흑봉계(黑蓬鷄)와 꼬리를 하얗게 드리운 백미계(白尾鷄)를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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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동남아 해일 震源考

[이규태 코너] 동남아 해일 震源考 조선일보 입력 2005.01.04 18:15 옛날 문헌을 읽다 보면 허황되고 믿지 못할 전설만 같아도 후세에 일어난 어떤 사실과 연관시켜보면 허황된 기록이 아니었음을 절감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지금 사망자가 15만명대를 웃돌고 있는 동남아 해저지진도 그런 것 가운데 하나다. 그 가공할 해일을 밀어붙인 진원이 인도네시아 본토인 자바(爪?)섬 남서 외해다. 이 해역에는 예부터 이상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15세기 명나라 영락제(永樂帝)는 동남아시아 인도양 페르시아만 아프리카 동해안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인 해상활동을 벌였었다. 30년 동안 일곱 차례의 대선단을 파견한 것으로 미루어 야심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모험을 이끈 분이 정화(鄭和)요, 그와 동행한 마환(馬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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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신종직업 '생활코치'

[이규태코너] 신종직업 '생활코치' 조선일보 입력 2005.01.06 18:07 개개인의 일상생활에 있어 실제와 지혜를 맞춤으로 터득시키는 생활코치가 신종직업으로 뉴질랜드와 미국 등지에서 뜨고 있다 한다. 옛날에는 집안에서 어머니 아버지가 시키거나 더불어 살아가면서 은연 중에 익히던 것들을 부모가 살았던 시대와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가 다르고 부모와 자녀 사이가 괴리되어 마치 테니스나 골프 레슨시키듯 생활을 적성에 맞게 전문화 코치로 하여금 터득시키지 않을 수 없게 된 셈이다. 전통사회에서도 부모가 가르칠 수 없는 특정분야에서는 생활코치가 없지 않았다. 이를테면 시집갈 날을 받으면 예비신부에게 시집살이 레슨을 위해 코치가 고용된다. 이모나 고모가 대신하기도 하나 좀 사는 집에서는 '월하(月下)어미'라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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