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994

[이규태코너] 사명대사 사행(使行)벽화

[이규태코너] 사명대사 사행(使行)벽화 조선일보 입력 2005.03.01 18:27 임진왜란중 사명대사가 금강산 표훈사에서 강론하고 있을 때 왜병이 밀어닥쳤다. 그 많던 중들은 모두 도망쳤지만 대사만은 부처님 앉음새인 가부좌(跏趺坐)를 하고 움직이지 않자 적병들은 빼들었던 칼을 꽂았고 합장 경례하는 자까지 있었다. 그 길로 대사는 1000여 승병을 거느린 승군사령관으로 출병을 한다. 여러번 맞싸웠던 적장 가토(加藤淸正)가 서생포에 진을 치고 대사와 담판하자는 전갈이 왔다. 몸에 작은 계도(戒刀)만을 지니고 적진에 드니 칼과 창을 든 군졸로 에워싼 살벌한 분위기였다. 가토가 대사에게 묻기를 “귀국에 제일 값진 보물이 뭐요” 하자, “아주 가까이 그 보물이 있다”고 하니 “뭐냐” 하고 물었다. “황금 천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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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이웃 삼척(三尺)'

[이규태코너] '이웃 삼척(三尺)' 조선일보 입력 2005.03.03 18:18 이웃 사촌이란 말은 익히 알지만 이웃 삼척이란 말은 생소하다. 알고 보면 이웃 사촌과 비슷한 뜻으로 별나게 강한 한국인의 정착(定着)생활에서 생겨난―오늘에 되살리고 싶은 생활의 지혜다. 아침에 일어나면 맨 먼저 집 앞을 쓰는 것이 조상전래의 관행이었다. 한데 자기 집 앞만 쓰는 것이 아니라 이쪽저쪽 옆집 앞도 석자 남짓씩만을 쓰는 것이 관행이었고, 어릴 적 집 앞을 쓸러 나가면 아버지 어머니는 '이웃 3척이다'고 꼭 일렀던 기억이 난다. 눈이 많이 내렸던 어느날 눈 쓰는 것이 신도 나고 또 이웃집 아저씨가 감기로 일어나지 못할 것으로 짐작하고 옆집 앞도 석자만이 아닌 모두를 쓸었던 적이 있다. 쓸고서 칭찬받으려고 어머니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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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6567> 윗물 정화조

[이규태 코너] 윗물 정화조 조선일보 입력 2005.03.06 18:23 영조 때 고급 공무원이랄 호조당상이던 김수팽(金壽彭)이 역시 선혜청의 고급 공무원으로 있는 아우 집에 들렀다가 마당에 염료(染料)인 남(藍) 항아리가 널려 있는 것을 보고 어디다 쓰려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제가 염색으로 살림을 보태고 있습니다" 하자 이 항아리들을 뒤엎어 쏟으면서 "우리 형제가 후한 국록(國祿)을 먹으면서 이런 영업을 하면 저 많은 가난한 백성은 뭣으로 생업을 하란 말이냐"라고 했다. 그 자그마한 돈벌이도 피해야만 했던 전통 공직자 풍토에서 땅을 마련하거나 집의 칸수를 늘리거나 돈을 놓아 늘리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윤석보(尹碩輔)가 풍기 군수로 있을 때 고향에 두고 온 아내 박씨가 가난에 쪼들리다 시집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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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한국인의 손가락

[이규태코너] 한국인의 손가락 조선일보 입력 2005.03.08 18:30 미국의 백인 아이들로부터 따돌림당해온 딸이 공기놀이 하는 것을 보고 앞다투어 놀자고 달려들더라는 이민간 한 어머니의 신문 투고를 읽은 기억이 난다. 그 별난 손가락 재간을 보고 놀고 싶어졌을 것이다. 미국에서 젓가락질을 비롯, 한국아이 하면 연상된다던 손 그림자 짓기와 실뜨기도 손가락 재간의 유전자 때문이다. 영국 의과대학들의 필수교과서인 J Z 영의 ‘인간연구 서설’에 보면 사람이 나무 위에서 살았을 때는 엄지손가락 근육, 곧 무지근(拇指筋)이 발달하고, 지상에 내려와 물건을 들어 나르게 되면서 삼각근(三角筋)이 발달, 파워 그립이 강해지고 손으로 작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손가락의 재간을 좌우하는 장지근(長指筋)이 발달, 프리시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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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일진회

[이규태코너] 일진회 조선일보 입력 2005.03.10 20:02 | 수정 2005.03.10 21:35 10대 전반의 어린 학생들간에 일진회라는 조직 폭력과 집단 성범죄가 번지고 있으며 게다가 전국적인 조직으로 커나가고 있다는 보도는 충격적이다. 미국에서는 교사들마저도 학생들로부터 습격받으면 경고 신호가 경찰에 통달되는 알람시계를 차고 다닐 정도라지만 이 폭력배는 10대 후반의 사내아이들이다. 일진회 조직은 성에 호기심이 갓 작동할 무렵의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저변화하는 연령적 하강과 성적 호기심을 분모(分母)로 남녀를 불문하고 학교 담, 지역 담을 초월한 공간적 확대를 하고 있어 종전의 문제의식으로 다루기에는 한계를 넘었음을 실감케 한다. 거기다 다음 두 가지 차원에서 사회적 정치적 우려마저도 동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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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정치인과 헤어스타일

[이규태 코너] 정치인과 헤어스타일 조선일보 입력 2005.03.13 18:05 | 수정 2005.03.14 09:53 몇 년 전 미국의 한 경매장에서 조지 워싱턴의 적갈색 머리다발이 경매됐었다. 워싱턴이 독립운동의 리더십을 결집시켰던 동적 헤어스타일을 대통령이 되면서 신뢰를 결집시키는 정적 이미지로 바꾸고자 잘라낸 머리로, 그의 아내가 여성계의 자선기금으로 550달러에 기부한 것이다. 이처럼 정치가는 이미지 창출이나 이미지 전환을 위해 헤어스타일을 바꾼다. 링컨 이미지라 하여 복판이 솟구친 헤어스타일을 만드는데, 레이건 대통령이 이 링컨 이미지로 호감을 샀던 것은 알려진 이야기다. 케네디가 인기를 폭발시킨 데는 그의 차양 머리가 일조를 했다. 멀리 내다볼 때 손을 들어 볕을 가리듯 그 헤어스타일이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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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趙大妃(조대비)

[이규태코너] 趙大妃(조대비) 조선일보 입력 2005.03.15 18:17 조 대비(趙大妃)의 성대한 회갑잔치 모습을 그린 여덟 폭 병풍이 해외에서 발견되어 그 융숭함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렇게 융숭한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순조(純祖)의 왕세자는 왕위에 오르지 못 하고 죽어 익종(翼宗)으로 추존받았으며, 그의 왕비인 풍양 조씨 조 대비도 헌종(憲宗)을 낳았을 뿐 왕비로서의 영화를 누리지 못하고 3대를 내려 누린 안동 김씨 세도에 깔려 한을 품고 살아 왔다. 철종이 병석에 누워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소문이 나돌 무렵, 조 대비는 그의 친정조카인 조성하(趙成夏)로부터 편지 한 통을 은밀히 전해 받았다. 그 편지는 조성하의 장인인 이호준(李鎬俊)이 전한 것이요, 이호준과 막역한 사이인 흥선대원군의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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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6572> 기러기 아빠의 회초리

[이규태 코너] 기러기 아빠의 회초리 조선일보 입력 2005.03.17 18:49 | 수정 2005.03.17 19:01 잘잘못을 가리고 따지는 부성원리(父性原理)와 잘잘못 가리지 않고 포용하는 모성원리(母性原理)의 조화로 아이들은 건전하게 자란다. 20세기는 신을 죽이고 아버지를 죽인 세기라는 말도 있듯이 부성원리가 증발되고 없는 데다 더더욱 해외 유학한 아들에게 기러기 아빠의 부성원리는 전차(戰車) 앞에 쳐든 당랑(螳螂)의 도끼가 아닐 수 없다. 그 기러기 아빠가 해외로 날아가 성적과 품행이 나빠진 아들의 종아리를 때린 것을 아들이 학교 선생에게 고발하고 학교에서는 폭행죄로 경찰에 고발, 기러기 아빠가 시한부 접근 금지형을 받은 사례가 보도됐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한국 어머니가 일하러 나간 사이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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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독도 이면사

[이규태코너] 독도 이면사 조선일보 입력 2005.03.20 18:09 | 수정 2005.03.20 19:29 독도의 섬 이름에 대한 세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섬 모양이 독(瓮)을 엎어놓은 것처럼 생겼다 해서 독섬, 섬 전체가 바위로 돼있다 하여 돌섬이 돌을 독으로 발음하는 경상도 사투리로 독섬, 망망대해에 외롭게 솟아있다 하여 독섬이 독도(獨島)로 한문 표기됐다는 것이 사학자 최남선(崔南善), 신석호(申奭鎬)의 설이다. 일본에서는 내내 마쓰시마(松島)로 불러왔던 것을 100년 전 독도에서 물개잡이를 해오던 나카이(中井)라는 일개 일본 어부가 무국적의 무인도임을 전제, 일본 국토로 편입시켜 자기에게 임대해 달라는 청원을 일본 정부가 허가하면서 울릉도의 일본 호칭인 다케시마(竹島)로 섬 이름을 바꿔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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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6575> 작약도

[이규태 코너] 작약도 조선일보 입력 2005.03.24 18:48 | 수정 2005.03.24 20:06 흥선대원군의 천주교 박해 때 베르뇌 등 프랑스 성직자 등의 학살을 응징하고자 출병했던 프랑스 동양 함대의 정박기지가 인천 앞바다 작약도였다. 나무가 울창하여 목도(木島)로 불렸던 것을 이 함대에서 나무가 무성하다는 뜻인 부아제 섬으로 불러 지금 국제해도에는 그렇게 이름이 올라 있다. “조선 국왕이 우리 동포에 손을 썼다는 것은 국왕으로서 최후의 날이다”고 호언 장담하고 7척의 군함으로 편대, 작약도에 진을 침으로써 야기됐던 병인양요(丙寅洋擾)는 강화도 상륙작전에서 대패, 서책(書冊) 등 문화재만 약탈하여 되돌아가고 말았다. 쇄국의 문을 끈질기게 두드렸던 독일 함부르그 상인 오페르트의 3차에 걸친 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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