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994

[이규태 코너] <6576> 예리코

[이규태 코너] 예리코 조선일보 입력 2005.03.27 19:02 | 수정 2005.03.28 06:28 예루살렘을 나와 동쪽으로 차를 몰면 은전 30량에 예수 그리스도를 판 배신자 유다가 목매어 죽었다는 올리브 고목이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베드로는 적기를, '유다는 엎어져 죽어 있었다'고 했다. 하늘을 보고 죽을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담긴 자세다. 이 배신자의 동산에서 조금 더 가면 세례 받은 예수가 사탄의 유혹을 받았다는 황야에 이른다. 옛 유대인들은 1년에 한 번 이 황야에 양 한 마리 몰고 와 자신의 죄를 실어 이 황야에 내모는 속죄의 의식을 베풀었다. 스케이프고트ㅡ바로 속죄양(贖罪羊)의 고향인 것이다. 그 황야에 그리스도가 40일간 단식하며 유혹을 물리친 사순산(四旬山)이 솟고 그 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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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선·후배 문화

[이규태코너] 선·후배 문화 조선일보 입력 2005.03.29 18:22 국세청장 인사에서 청장과 행시 동기생 6명이 동반 퇴진하고 차장인사로 행시 선배 20여명의 진퇴가 거론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비단 국세청뿐 아니라 검찰청 등 법조인사를 비롯, 공무원 인사에서 후배의 승진에는 동기나 선배가 퇴임하는 관행이 지배해 왔고 후배에게 길을 터준다는ㅡ본인에게는 잔인한 미덕이 돼왔다. 하지만 이는 구시대의 미덕이요, 없어졌어야 했을 관행이다. 미(美) 건국시대의 정신지도자 프랭클린은 유럽에서 신대륙에의 이민이 붐을 이루고 있을 때 이민조건을 이렇게 고시(告示)했다. "신분이나 학벌·문벌에 안주하거나 위아래를 따지는 사람은 미국에 발붙일 수 없으며 뭣인가를 할 수 있으면서 서로 평등하게 공존할 수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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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반폭탄(反爆彈) 인간 띠

[이규태 코너] 반폭탄(反爆彈) 인간 띠 조선일보 입력 2005.03.31 18:55 독일, 구소련의 군사지역을 폭탄투하 훈련장으로 이용하려는 데 반대하는 인간 띠가 보도되었다. 저항수단으로 손에 손잡고 목숨을 무기로 영역을 지키려는 인간 띠 역사는 유구하다. 기원전 400여년 스파르타가 아테네를 침공해 성을 포위했을 때 피리 부는 여인을 앞세운 아테네 아녀자들이 손에 손을 묶고 성을 나와 성 둘레를 싸고돌았다. 이 인간 띠를 두고 크세노폰은 '스파르타의 그 강한 군율(軍律)이나 화살도 인간 전선 앞에서는 무력했다'고 적어 남겼다. 이 아테네 인간방패는 그 후 유럽의 반전(反戰) 무저항운동 수단으로 자리매김해 내렸고, 독일의 반폭탄(No Bombs)이라는 인간 글씨도 그 흐름이다. 약소국가였던지라 우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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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수직(垂直) 녹화시대

[이규태 코너] 수직(垂直) 녹화시대 조선일보 입력 2005.04.03 18:31 | 수정 2005.04.04 07:38 독일 쾨니히스베르크에 있는 철학자 칸트의 산책로는 유명하다. 몇 분의 착오도 없이 매일 같은 지점을 통과하기에 주민들은 그로써 시간을 가늠한다 하여 시계선생이라는 별명까지 얻고 있다. 칸트는 산책에서 돌아와 그날 관찰한 자연의 추이를 일기에 적었다. 어느 담벼락의 민들레 싹에 연둣빛이 더했다든지 어느 집 벽체에 포도덩굴의 감김새가 세 번에서 다섯 번으로 늘었다든지…. 그 일기에 보면 그의 산책길의 담벽이나 벽체는 꽃들이 만발하고 푸른 잎으로 싸여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철학적 사고에 열중해 있을 때 칸트는 무의식중에 이 집 담벼락의 화분을 들어다 저 집 벽체에 걸어놓기도 하고, 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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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교황 한국관계사

[이규태 코너] 교황 한국관계사 조선일보 입력 2005.04.05 18:36 | 수정 2005.04.05 18:46 예수 그리스도의 수제자인 베드로는 바위(반석)란 뜻이다. '그대는 베드로다. 나는 그 바위(반석) 위에 나의 교회를 지을 것이다'라고 예수가 말하므로 예수의 후계자로 지목, 초대 교황으로 삼고 천국에 드는 문지기로서 그 열쇠를 맡겼다. 그 베드로의 후계자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했다. 이 교황과 한국과의 최초 만남은 고려시대 당시 교황인 인노켄티우스 4세의 특사와 고려 왕족과의 몽골에서의 만남일 것이다. 몽골 3대 군주인 정종(定宗)의 대관식에 교황은 수도승 카르피니를 파견했는데 당시 몽골에 인질로 잡혀가 대관식에 참석했던 고려 왕족 왕순과 왕전 두 사람을 만났던 것 같다. '고려 사신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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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낙산사의 파랑새

[이규태코너] 낙산사의 파랑새 조선일보 입력 2005.04.07 18:33 | 수정 2005.04.07 19:21 중생의 고통의 소리를 보고 구원의 손길을 뻗는 보살이라 하여 관세음(觀世音) 또는 관음(觀音)보살이라 한다. 서양에 마리아신앙이 있었다면 동양에는 관음신앙이 있었다. 이 관세음보살은 아무 데서나 사는 것이 아니라 여덟 군데에 국한해 살고 있다. 남인도 코몰린만의 포탈라, 티베트 수도 달라이라마의 궁전이 들어선 포탈라산, 실론 푸탈람항인 포탈라, 중국 절강성 주산(舟山)열도의 한 섬인 보타산(普陀山), 중국 열하성(熱河省) 승덕(承德)에 있는 보타락사(普陀落寺), 일본 기이(紀伊)반도의 보타락(普陀落)과 닛코(日光), 그리고 한국 동해안 낙산(洛山)이다. 낙산의 원명은 보타락가산으로, 약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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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니트족(族)

[이규태 코너] 니트족(族) 조선일보 입력 2005.04.10 18:12 | 수정 2005.04.10 19:06 초상난 데 춤추고 불난 집 부채질하는 놀부 심사는 알려져 있지만 이본(異本)에 나오는 놀부 게으름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버선 신고 토씨 끼는 일은 종년 불러 시키고 밥상 앞에서는 입만 벌리고 있어 첩더러 찬을 날라다 넣게 했다. 뒷간 갈 때는 종놈 등에 업혀 간다. 잘 살게 되면 남의 안중에 없는 자기 본위가 되고 자기 위주가 되면 무력(無力) 무위(無爲) 무심(無心)이 뒤따라 인간 폐물이 된다. 이 같은 놀부 게으름이 로마제국을 망치게 한 로마병(病)이 됐고, 러시아에 볼셰비키혁명을 유발한 오브로모프병(病)의 요인으로 거론됐다. 한말 극동에 눈길을 돌린 러시아 제국주의는 황제의 시종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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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비만(肥滿) 개그

[이규태 코너] 비만(肥滿) 개그 조선일보 입력 2005.04.12 18:28 미국에서는 링컨 대통령을 상징적 인물로 내세운 추(醜)한 미국인협회, 나폴레옹을 내세운 작은키 연합, 포드 대통령을 앞세운 왼손잡이 협동조합, 마릴린 먼로를 앞세운 아름다운 비만동아리 등등 인체의 외모를 둔 편견과 차별에 대한 투쟁을 21세기의 인권과제로 삼고 있다. 간호대학생으로 살이 쪘다 하여 퇴학시킨 데 대한 비만 재판도 얼마 전에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요즈음 비만 남녀를 두고 웃기는 개그가 뜨고 있다던데 편견의 인권처리 단계 이전인 낙천(樂天)처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 된다. 과체중인 비만과 풍만(豊滿)은 같지 않다. 풍만이 선호된 시대와 날씬이 선망되는 시대는 끝바꿈해왔다. 로마의 황제들을 줄줄이 사랑의 포로로 사로잡..

이규태 코너 2022.10.07

[이규태 코너] <6584> 호호 다이어트

[이규태 코너] 호호 다이어트 조선일보 입력 2005.04.14 18:46 | 수정 2005.04.14 19:33 웃음이 생체에 주는 생리적인 효과를 배경으로 웃어서 살을 빼는 호호 다이어트가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늘어가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인생에는 우울하고 고독하고 고민하는 음성적인 면과 즐겁고 활달하고 낙천적인 양성적인 면이 복합된 양면이 있어 음성 면이 활성을 띨수록 과식이 유발되고, 양성 면일수록 과식을 거부한다는 생리가 모여서 깔깔대는 호호 다이어트 클럽을 탄생시켜 미국에만도 1000여개, 전 세계적으로 3000여개로 확장일로에 있다 한다. 우리 조상들 웃으면 허파에 바람이 들었느니 사람 싱겁다느니 비하를 하고 함부로 웃지 못하게 했음은 본능적인 욕구일랑 억제하는 것을 덕목으로 삼은 유교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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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남북 합작 벼농사

[이규태 코너] 남북 합작 벼농사 조선일보 입력 2005.04.17 20:05 다음은 시베리아 개발 시대의 러시아 민화 한 토막이다. 가난한 농부 파홈은 시베리아에 가면 땅을 공짜로 주는데 해뜰 때 떠나 해지기 전까지 출발점에 돌아오기만 하면 걸었던 거리 안의 모든 땅을 준다는 말을 듣고 찾아간다. 출발은 쉽지만 땅 욕심으로 되돌아서기는 어렵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되돌아섰지만 하늘은 붉게 물들고 허겁지겁 출발점에 이르렀을 때는 해가 진 다음이요, 파홈은 기절했고 그가 묻힌 곳에는 그렇게 죽은 무덤이 수천 기나 되었다. 중국 압록강 대안인 봉황성(鳳凰城)과 통원보(通遠堡)를 지나면 답동(畓洞)이란 마을에 이른다. 논을 뜻하는 답(畓)이란 한자는 중국에 없는, 한국에서 탄생한 한자인 데서 짐작가듯 이 답동은..

이규태 코너 2022.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