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큰놈만 죽기를 싫어하고 작은놈만 죽기를 좋아하겠습니까? 고려 때 문장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 중 ‘슬견설’(蝨犬說)의 한 대목이다. 제목 그대로 이(蝨)와 개(犬)의 죽음을 놓고 생명에는 차등이 없다는 평등사상을 일깨운다. 아주 오래전 휴가 나온 시동생의 군복을 세탁할 때였다. 옷에 이가 많았다. 벌건 연탄 화덕을 꺼내 놓고 그 위에서 옷을 털었다. 타닥타닥 탁! 통쾌했다. 그 후 내가 읽은 ‘슬견설’에서 이규보는 어느 젊은이가 큰 몽둥이로 개를 때려죽이는 것을 보고 경악하자 하필 이글거리는 화로를 끼고 앉아 이를 잡아 태워죽이는 것에 비교하며 생명에는 차등이 없음을 설파했다. “무릇 피와 기운이 있는 것은 사람으로부터 소·말·돼지·양·벌레·개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한결같이 살기를 원하고 죽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