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윤의 슬픈 중국 120

‘기억상실 인민공화국’에 맞선 중 지식인 “기록이 저항이다”

‘기억상실 인민공화국’에 맞선 중 지식인 “기록이 저항이다”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입력 2022.06.11 09:00 송재윤의 슬픈 중국: 대륙의 자유인들 중국 헌법 총강 제1조 “사회주의 제도 파괴하는 모든 활동 금지” 명시 10년간 중국에 체류하며 군인, 학생, 모친, 관리 등 다양한 사람들과의 심층 인터뷰로 1989년 톈안먼 대학살의 실상을 예리하게 파헤친 루이자 림(Louisa Lim)은 오늘날의 중화인민공화국에 새 이름을 붙였다. 바로 “기억상실 인민공화국”(the People’s Republic of Amnesia)이다. 중국공산당 정부는 전 인민을 몰아서 망각의 강물 속에 빠뜨린다. 특히 1989년 봄 베이징의 민주화 운동과 6.4 대학살의 기억은 더욱 철저하게 삭제되고 있다. 중공..

톈안먼 33주기 애도의 물결... “젊은이를 어찌 다 죽일 수 있으랴”

톈안먼 33주기 애도의 물결... “젊은이를 어찌 다 죽일 수 있으랴”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입력 2022.06.04 09:00 송재윤의 슬픈 중국: 대륙의 자유인들 톈안먼 기억을 탄압하는 중국공산당...영국 대사 “민간인 사망자 최소 1만명” 33년 전 오늘 중국 정부는 20만 병력을 투입해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자유와 민주를 외치며 평화적으로 시위하던 군중을 학살했다. 실제 희생자의 수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1989년 6월 30일 베이징 시장 천시통(陳希同, 1930-2013)은 학생 38명을 포함한 241명이 사망하고 3000여 명의 민간인이 부상당했다고 발표했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사망자가 천 명을 훌쩍 넘어 수천 명에 달한다고 추정한다. 2017년 10월 공개된 주중 영국대..

다가오는 톈안먼 33주기...인민해방군이 짓밟은 자유화 운동

다가오는 톈안먼 33주기...인민해방군이 짓밟은 자유화 운동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입력 2022.05.28 09:00 송재윤의 슬픈 중국: 대륙의 자유인들 국가의 철학이 바뀌면 국민의 운명이 바뀐다...한반도의 현대사를 보라 “국가의 철학(the philosophy of the state)”이 바뀌면 그 나라 국민의 운명이 바뀐다. 세계 여러 나라의 경제 발전사를 경험적으로 탐구해 온 여러 경제학자의 주장이다. 국가의 철학이 사회·경제적 기본 제도를 결정하고, 그 제도에 따라 국민 개개인의 삶이 바뀔 수밖에 없다. 국가의 철학이 자유와 인권을 제약하면 개개인은 창의력과 자립심을 잃고서 정부의 명령을 맹종하는 노예적 삶을 면할 수 없다. 국가의 철학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할 때, 혁신과 창조..

이념에 빠져 과학 거부하면서 독재자 숭배하는 좌편향 오류

송재윤의 슬픈 중국: 대륙의 자유인들 탈원전 추진한 지난 정권, 원자력 전문가의 경고는 무시 지난 1월 탈원전 정책의 결과 경상북도에서만 피해액이 28조가 발생했다는 연구조사가 발표됐다. 지난 정권이 탈원전 정책을 강행할 때, 원자력 공학과 교수들을 위시한 대다수 전문가 집단은 강력하게 저항하며 비판을 이어갔지만, 대통령과 청와대는 막무가내였다. 최상급 정보와 전문 지식이 모이는 세계 10대의 부국 대한민국 정부가 어떻게 그렇게도 무모한 엉터리 정책을 강행해서 범국민적 피해를 초래하는가? 탈원전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고 집권 후 다짜고짜 밀어붙인 대통령 한 명의 고집 때문일까? 그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참모진의 문제일까? 대통령을 현혹하는 일부 편향된 전문가 집단의 영향력 때문일까? 아니면, 그 모두가..

“자유 지키려면 반지성주의와 싸워야”… 문혁 겪은 중 지식인의 깨달음

송재윤의 슬픈 중국: 대륙의 자유인들 2022년 5월 10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최상의 가치로 내세웠다. 그물코처럼 자유가 공정, 민주, 번영, 연대, 박애 등의 가치를 한 줄로 꿰고 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반지성주의(anti-intellectualism)”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에 따르면, 반지성주의란 과학과 진실을 거부하는 불합리와 소수 의견을 억누르는 다수 폭력이다. 국가원수가 취임사에서 반지성주의와의 투쟁을 선포한 사례는 드물 듯하다. 다만 각국의 지도자들은 정보 왜곡과 다수 폭력에 따른 민주주의의 위기를 거론해 왔다. 일례로 2021년 1월 20일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모든 의견 차이가 반드시 전면전(to..

“문혁의 광기는 개인 숭배가 원인”...기록하는 자가 역사의 승자

“문혁의 광기는 개인 숭배가 원인”...기록하는 자가 역사의 승자 조선일보 입력 2022.05.07 09:00 송재윤의 슬픈 중국: 대륙의 자유인들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것...주체는 절대다수의 동시대인들 사람들은 흔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말하지만, 오직 기록하는 자만이 역사의 승자가 될 수 있다. 권력자가 제아무리 문서를 조작하고 진실을 은폐해도 역사의 평가를 제멋대로 바꾸기란 쉽지 않다. 기록의 주체는 통치자가 아니라 절대다수의 동시대인들이기 때문이다. 먼 훗날에야 비로소 역사의 진실이 드러날 수 있다는 생각은 근거가 희박한 막연한 믿음일 뿐이다. 어느 시대에 관해서든 역사 탐구의 출발점은 그 시대를 직접 살았던 사람들의 증언이다. 훗날의 역사적 평가는 오늘날 우리가 남긴 기록에 근거할 수밖에..

‘검수완박’ 의회 독주... 중국식 인민 독재와 닮은 꼴

‘검수완박’ 의회 독주... 중국식 인민 독재와 닮은 꼴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입력 2022.04.30 09:00 송재윤의 슬픈 중국: 대륙의 자유인들 공수처의 신설부터 “검수완박”까지 대한민국 헌정사 70여 년의 형사·사법 체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제 곧 물러나는 정권의 여당이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나아가 결국에는 부패, 경제까지 이른바 6대 중대 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을 모두 박탈하겠다는 발상은 기막힌 자가당착이자 우스꽝스러운 행위 모순이다. 지난 5년간 대한민국의 집권 세력은 왜 그토록 무도한 방식으로 무리한 법안을 밀어붙이는가? 그 밑바탕에는 혹시 집권 여당의 뿌리 깊은 서구식 입헌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깔려 있지 않나? 대통령이 “높은 산봉우리의 나라”라 칭..

중국식 ‘정치적 능력주의’가 선거 민주주의의 대안이라는 사람들

중국식 ‘정치적 능력주의’가 선거 민주주의의 대안이라는 사람들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입력 2022.04.22 15:33 | 수정 2022.04.23 09:00 송재윤의 슬픈 중국: 대륙의 자유인들 ‘정치적 능력주의’ 표방하는 중국 모델이 선거 민주주의보다 낫다고? 며칠 전 “슬픈 중국” 시리즈를 열독한다는 한국의 한 대학생이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이 학생은 “홍위병의 잔재가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도 퍼져 있다”며,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서로를 헐뜯고 무시하는 현상이 난무한다”고 했다. 특히 “네거티브 정치의 극을 보여준 지난 대선”에선 “배우자에 대한 끝없는 비방전”과 “내로남불의 난타전”만 연출되었다며 한탄했다. 이 학생은 한국 정치의 근본 문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라 생각하..

전 인민을 생포한 최고 존엄의 정치 방역

전 인민을 생포한 최고 존엄의 정치 방역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입력 2022.04.16 09:00 송재윤의 슬픈 중국: 대륙의 자유인들 웬만한 국가보다 더 큰 2600만 인구의 도시가 봉쇄당했다 현재 진행 중인 중국식 제로-코비드 방역 독재가 세계시민의 경악과 공분을 사고 있다. 상하이는 중국 GDP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2600만 인구의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도시다. 20세기 초반부터 오리엔트의 파리라 불리던 동북아의 경제 허브 상하이가 20일 가까이 봉쇄 상태에 놓여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극단적 봉쇄 정책에도 불구하고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자 중공 중앙은 봉쇄 정책을 전국의 대도시로 확대해가는 추세다. 일본인 은행가의 추산에 따르면, 중국 전역의 23개 도시에서 현재 ..

[朝鮮칼럼] 정권교체 했으니 진영 싸움도 이겼다는 건 착각

[朝鮮칼럼] 정권교체 했으니 진영 싸움도 이겼다는 건 착각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역사학 입력 2022.04.11 03:20 2022년 3월 10일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서울의 한 대학에서 사회과학을 가르치는 K 교수는 몇 년 전 미국 중서부 작은 대학도시에서 안식년을 보냈다. 젊은 시절 그는 자타 공인 운동권이었다. 지금도 그가 대학가 한 소줏집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목청 높여 부르던 노랫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식민지 조국의 품 안에 태어나 이 땅에 발 딛고 하루를 살아도 민족을 위해 이 목숨 할 일 있다면 미국 놈 몰아내는 그 일이어라!” 난생처음 “적성 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