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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태극기의 기원

[이규태코너] 태극기의 기원 조선일보 입력 2004.01.27 16:34 제물포조약에 따라 철종의 사위인 박영효(朴泳孝)와 김만식(金晩植) 두 사람이 수신사로 인천에서 일본으로 출발한 것은 1882년 9월 21일이었다. 당시 일본공사였던 하나부사(花房義質)도 동행했었는데 이 선상에서 국기의 필요성을 절감, 박영효에 의해 태극기가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일본측 기록에 보면 이미 그 6년 전인 강화조약 때에 국기의 필요성이 화제가 됐었고 하나부사가 자기 나름대로 청백홍(靑白紅)의 삼파(三巴)무늬의 국기 도안을 그려 사용할 것을 종용했다 한다. 선상에서의 박영효의 국기 도안에 하나부사가 관여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한말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했던 노블 목사의 후손이 보관해온 태극기를 3년 전에 공개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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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심청원(沈淸園)

[이규태코너] 심청원(沈淸園) 조선일보 입력 2004.01.28 16:32 계모가 전처의 아들딸을 학대하는 콩쥐팥쥐형(型) 설화는 세계적인 분포를 이루고 있다. 유럽의 「신데렐라」, 중국의 「엽한(葉限)」, 일본의 「미복속복(米福粟福)」이 그것이다. 그러하듯이 돈 많은 형이 가난한 아우를 학대하는 흥부형 설화, 탐관오리가 정조지키는 미녀를 학대를 하는 춘향형 설화도 그 나라의 여건에 따라 달라진 대로 분포돼 있다. 부모에 대한 효도를 위해 자기희생을 하고 초월된 힘으로 구제되어 해피엔딩하는 심청형 설화도 매 한 가지다. 다만 효도문화권이 한문문화권에 국한된 점, 그리고 효문화가 한국에서처럼 절체절명은 아니었던 점으로 그 살신효행형(殺身孝行型) 설화의 분포는 미미했다. 보도된 바로 중국 동중국해의 돌출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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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三不 공직사회

[이규태코너] 三不 공직사회 조선일보 입력 2004.01.29 15:45 무오사화로 벼슬 세계가 쑥밭이 되자 선비들은 자기 집 문기둥에 거북이 등을 그려붙이고 들어앉는 풍조가 만연했었다. 이 그림을 장육표(藏六票)라 했는데 거북이의 목과 꼬리 그리고 네 발을 등 속에 움츠려 움직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않는다는 처세를 장육표로 표방했던 것이다. 시휘(時諱)에 걸린 말 한마디 했다가는 망신은커녕 멸문을 했기에 장육처세가 시류를 탔던 것이다. 장육을 아호로 선호하기도 했다. 선비 이종준(李宗準)이 아호를 장육거사(藏六居士)로 했는데 사화에 연루되어 함경도로 유배가는 길에 울분의 심경을 바위에 써놓고 간 것이 들통나 팔다리와 목 등 여섯 부위를 촌단당하는 장육처참(藏六處斬)으로 보복받았다. 또 선비들 사회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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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벨기에 영사관

[이규태코너] 벨기에 영사관 조선일보 입력 2004.02.01 18:14 지은 지 100년 되는 고전주의 양식의 벨기에 영사관이 서울 시립미술관으로 거듭난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하 1층~지상 2층 도합 450평의 이 건물은 그동안 낡은 집이면 헐어 없애는 결벽행정에서 용케 살아나 돋보이는 건물이다. 이 건물은 한말 일본 제국주의의 촉수에서 벗어나려는 안간힘의 자국이 남아있는, 역사가 살아있는 건물이기도 하다. 이 집을 지은 초대 총영사인 방카르(한국이름 방갈·方葛)는 한국황실에 협조적이었다.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밀사파견을 은밀히 진행해오던 고종황제는 벨기에 영사관에 사람을 보내어 그 회의에 한국대표를 참석시키는 것을 주선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벨기에 왕실에서는 만국평화회의와의 접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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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강강술래

[이규태코너] 강강술래 조선일보 입력 2004.02.02 18:26 우리 한국문화의 외국과 다른 기본틀의 하나로 ‘돈다(輪)’는 것을 들 수 있다. 아이들이 태어나 맨처음 익히는 동작도 도리도리 하는 목돌림이요, 제 발로 걷게 되면 역시 고추 먹고 맴맴 담배 먹고 맴맴… 하는 도리 춤이다. 성년(成年)이 되기 위한 시련은 나라에 따라 다른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편적인 것이 맴춤이다. 동구 밖 정자나무에 외동아줄 늘여놓고 예비 성년으로 하여금 붙들고 늘어지게 하고서 이를 돌려댄다. 맴돈 끝에 땅에 내려 놓았을 때 어지러움으로 비틀대는 것은 좋은데 쓰러지면 다시 돌려댄다. 단번에 서면 솔맴, 두 번 만에 서면 매조맴, 다섯 번 만에 서면 난초맴이라 하여 성년이 된 후 품값을 매기거나 혼담이 오갈 때에도 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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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두레 부활

[이규태코너] 두레 부활 조선일보 입력 2004.02.03 17:53 민주주의가 피부에 와닿게끔 저변화하려면 지방자치제에서 마을 단위의 향촌자치제로 하향해야 한다. 이 향촌자치제의 핵심이 우리나라에서 전통도 유구한 두레다. 흔히들 농가의 경작면적 단위로 노동력을 추렴하여 공동작업을 하는 협동 관행으로만 알고 있지만 우리 전통농촌의 정치·경제·사회·문화가 이 두레에 조화롭게 수렴돼 있어 그 자체가 한국 풀뿌리 민주주의의 미래상이기도 하다. 대전시에서는 산하 79개동에서 의사·약사·종교인·교사·교수 및 복지단체에서 일하는 인사 등 30명 안팎의 인원으로 두레를 만들어 한 마을에 사는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기초생활자 등 사회적 노약자를 돕고 봉사하는 옛 두레의 복지정신을 부활시키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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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화이 클라이

[이규태코너] 화이 클라이 조선일보 입력 2004.02.04 16:07 인간은 울면서 이 세상에 태어난다. 셰익스피어는 바보들만 사는, 그래서 태어나기 싫은 세상에 강제로 밀려나는 것이 억울하여 운다고 했다. 이렇게 태어나 거의 1년 동안은 모든 의사표시를 오로지 단일회로인 울음으로 나타낸다. 하지만 그 울음소리를 알아듣는 요즈음 어머니는 동서할 것 없이 드물다. 개 울음소리를 번역하는 기계까지 팔리고 있는 작금에 갓난아기 울음을 번역하는 분석기가 시판되고 있다 하여 이상할 것이 없다. 옛날에는 아기가 어떠할 때 어떻게 울면 뭣 때문이라는 육아의 지혜가 대대로 어머니에게 전승됐었다. 시집 갈 날을 잡으면 유모나 이모가 성교육과 아기 기르는 법을 가르치고 시험을 치렀다. ‘아기가 울어대면 …’ 하고 운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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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변강쇠의 고향

[이규태코너] 변강쇠의 고향 조선일보 입력 2004.02.05 18:19 판소리 「변강쇠가(歌)」의 여주인공 옹녀의 고향은 평안도 월경촌(月景村)이다. 과부살이 들어 만나는 서방마다 첫날밤에 변사하자 사내놈 하나도 남아나지 않겠다 하여 추방을 당한다. 그러다 개성 청석관에서 빌어먹으러 가는 천하의 잡놈 변강쇠를 만난다. 두 남녀가 만나 수인사를 하고 배필 삼아 신랑의 고향인 삼남을 돌아다니는데 옹녀는 들병장사 막장사 넉장질로 돈푼 모아놓으면 강쇠란놈 고누두기 윷놀기에 막쳐먹기 돈치기 의복전당 술먹기에 계집 치기로 일삼는다. 이에 옹녀가 산중에 들어가 살면 노름도 못하고 강짜도 못할 테니 산속에 들어가 살자고 하여 지리산속을 찾아든다. 첩첩 깊은 골짝에 빈집 하나 있어 들어가 사는데 임진왜란 때 부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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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블루 마케팅

[이규태코너] 블루 마케팅 조선일보 입력 2004.02.06 18:22 폴 발레리의 ‘예술론’ 가운데 화가 모네로부터 들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적고 있다. 모네가 백내장 수술을 받았을 때 메스로 불투명해진 수정체를 적출해 낸 순간 이전에 본 적 없는 푸른 빛이 나타나는 것을 감지했다는 것이다. 어느 특정한 물체의 빛깔이 아니라 ‘찢어진 감각 틈으로 새어나온 생명의 빛깔을 훔쳐본 것 같았다’고 모네는 말했다 한다. 생명이란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고 무색·무취·무미의 것인데 그것의 빛깔을 푸르게 보아낸 모네다. 우주공간에서 지구를 바라본 최초의 지구인인 가가린의 첫 마디는 지구가 푸르다는 것이었다. 모네가 훔쳐본 푸른 빛깔이나 가가린이 멀리서 보아낸 푸른빛은 공통성이 있는 것만 같다. 생명의 원천은 공기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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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향탕(香湯)

[이규태코너] 향탕(香湯) 조선일보 입력 2004.02.08 16:30 중국 서안(西安) 근교에 화청궁(華淸宮)이라는 이궁이 보존돼 있다. 당 현종(玄宗)이 양귀비를 데리고 이 온천 이궁에서 겨울을 나게 마련이었다. 양귀비 전용의 옥련탕(玉蓮湯)이 있는데 옥으로 새긴 연꽃 틈으로 물이 솟고 물에는 조각된 오색의 물고기와 용이 떠다니게 했다. 탕 물에는 용뇌향(龍腦香)을 풀어 방향이 물씬했으며 물갈이할 때 버려지는 이 온천물 받아 향수로 팔아서 치부를 했을 정도였다. 15세 미만의 사내아이 30명으로 이루어진 보이 소프라노의 합창을 들으며 양귀비와 현종은 이 향탕에서 지새우느라 안록산의 반란이 무르익어가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양귀비가 죽음을 당한 후 현종은 이 옥련탕을 찾아와 용뇌향의 환상 속에 지새웠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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