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994

[이규태 코너] 이타이이타이 병

[이규태 코너] 이타이이타이 병 조선일보 입력 2004.06.07 17:31 그리스 신화에서 남편을 빼앗긴 마녀 메디아는 남편을 빼앗아 간 신부에게 노란 독(毒) 가운을 선물한다. 신부가 그 가운을 입자 골격(骨格)의 관절이 틀어지며 서서히 죽어갔다. 복수심에 타오른 간접 살인인 것이다. 그러하듯이 인간의 이기주의로 파괴당해온 자연은 그 보복으로 인류에 메디아의 노란 가운을 입히고 있는 것이다. 고성 병산 마을의 주민 100여명이 그 메디아의 가운이 유발하는 골격계(骨格系) 질환을 앓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인공적으로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노랑을 「카드뮴 옐로」라 한다. 이 중금속은 물에 용해돼 있을 때는 코발트색이지만 이를 화학처리하여 도금을 하면 그렇게 아름다운 노랑이 된다. 질투에 불타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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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아틀란티스

[이규태코너] 아틀란티스 조선일보 입력 2004.06.08 17:56 환상의 섬 아틀란티스로 보이는 구조물이 스페인 남부 바닷가에서 발견되었다는 BBC방송의 보도가 있었다.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대화’편에 나오는 이 섬은 지브롤터 외해에 있었던 9000년 전의 문명국으로, 신전을 중심으로 동심원 구조의 도시가 형성되어 육로와 수로로 이어져 있으며 금은보석으로 보도를 꾸민 지상낙원이다. 해신(海神) 포세이돈이 인간처녀와의 사이에 낳은 열 자녀의 후손들이 그 주민으로, 부유(富裕)에 겨워 신을 믿지 않은 응징으로 화산폭발과 지진으로 바다 속에 가라앉아 버린 것으로 돼있다. 근대에 들면서 많은 탐험가와 고고학자들은 이 황금향(黃金鄕) 아틀란티스를 환상에서 구제하느라 갖은 노력을 다했고 두 가지 가능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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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만두

[이규태 코너] 만두 조선일보 입력 2004.06.09 17:45 역대 청나라 황제의 수라상에 반드시 올라야 하는 음식이 만두였다. 천하통일의 상징음식으로 중국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민족과 각 성(省)의 특산물로 혼합 만두 소를 만들기 때문이다. 원세개가 대통령이 되고 이 만두 먹는 것을 일상화했다 한다. 이처럼 음식을 떠나 민족의 인종·지역적 갈래를 통합하는 정치철학의 상징물이기도 했다. 그렇게 뜻이 큰 만두 소를 우리나라에서는 쓰레기로 채워 만두파동이 파장을 키워나가고 있다. 만두의 뿌리를 「사물기원(事物紀原)」은 촉나라 제갈공명에 소급시키고 있다. 남쪽을 치려 노수(瀘水)를 건너려 할 때 풍파가 일자 사람의 머리 49개를 베어 제사를 지내야 한다 하여 살생을 기피, 양과 돼지고기로 소를 만들고 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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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공비처(公非處)

[이규태 코너] 공비처(公非處) 조선일보 입력 2004.06.10 17:16 대통령 친인척, 국회의원, 장성, 검사, 국가정보원 간부 등 여태까지 비리의 미풍(微風) 지대에도 샅샅이 서릿바람을 넣는 고급공직자 비리 조사처(公非處)를 강화하는 법 개정을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초록이 동색이듯이 비리를 칼질하는 권력은 고위 권력자 앞에서 그 날이 무디어질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제도보다 의지에 있다고 본다. 우리 역사 시기에도 공비처의 제도적 보장은 지금보다 잘 돼 있었지만 고위 공직사회의 부패는 그 실행의지에 따라 좌우됐을 뿐 제도 때문에 맑아지진 않았기 때문이다. 나라의 기강을 잡는 사헌부(司憲府)의 드러내지 않은 별도 조직에 전중시어사(殿中侍御使)라는 병정직이 있었다. 지금 중앙청 종합청사께에 있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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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제비의 곡

[이규태 코너] 제비의 곡 조선일보 입력 2004.06.11 18:13 차에 치인 제비를 두고 뭇 제비들이 날아와 감싸고 안아 일으키려는 과정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 제비의 곡(哭)이 세계적으로 감명을 주고 있다.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하고 희비애로(喜悲哀怒)의 감정이 건포도처럼 말라비틀어진 현대인의 좌표를 지탄하는 제비의 곡이 아닐 수 없다. 흥부전에서의 제비의 보은을 두고 한국인에게 강한 윤리의식의 투영으로 보는 학자도 있지만 제비의 윤리성향은 동서고금에 나타나고 있는 속성이다. 중국 지지(地誌)들에 보면 금효향(禽孝鄕)이라는 지명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 모두 제비의 보은 이야기에서 비롯된 지명이다. 이를테면 이런 이야기다. 봉화현의 처녀 동씨녀(?氏女)가 남쪽 창 위에 깃들인 제비 한 쌍에게 조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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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성화 정신

조선일보 | 오피니언 [이규태코너] 성화 정신 입력 2004.06.13 17:19:40 | 수정 2004.06.13 17:19:40 텔레비전으로 레이건 대통령의 장례를 보고 있노라니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성화봉송을 보고 한 말이 생각난다. 「88세의 백인 할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성화를 나르는데 19세의 흑인 젊은이가 그 휠체어를 밀고, 이를 보고 있던 베트남 피난민이 어린 아들을 목말 태운 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여러분, 바로 이것이 미국인 것입니다」라고ㅡ. 지금 우리나라를 돌고 있는 올림픽 성화는 이처럼 인종과 나라를 초월해 이질 요인을 동질로 구심시키는 정신의식으로 그 같은 구심민속은 우리나라에서 다양하게 발달해 있었다. 개성 덕물산에 한 해에 한 번 팔도 무당들이 모여 도당굿을 벌였다. 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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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웅녀(熊女)

[이규태코너] 웅녀(熊女) 조선일보 입력 2004.06.14 18:35 동북아시아에 100여 종족이 명멸했는데 그 뿌리들을 짐승으로 소급하는 데 예외가 없다. 그 종족의 생업과 이 수조(獸祖)와는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대체로 목축을 하고 살아온 종족은 생업에 위협이 되는 늑대를 수조로 삼고, 수렵을 주로 하는 종족은 사냥에 도움을 주는 개를 수조로 삼고 있다. 한데 그 많은 종족 가운데 곰을 수조로 삼은 종족은 우리 한민족뿐이다. 단군신화에서 보듯 태백산에 단군의 아버지 환웅이 하강했을 때, 그곳에 곰과 호랑이가 한 굴에서 더불어 살면서 사람 되길 간절히 원하여, 쑥과 마늘을 먹고 100일 동안 빛을 보지 말아야 한다는 금기를 지킨 곰이 여인 곧 웅녀(熊女)가 된다. 곰은 물에서도 살고 뭍에서도 산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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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닝보(寧波)

[이규태코너] 닝보(寧波) 조선일보 입력 2004.06.15 17:21 한반도 남서해의 해류가 제주도 근해에서 남서쪽으로 흘러가 닿는 곳이 중국 저장성(浙江省) 닝보(寧波)다. 성종 때 제주도에서 벼슬살이 하던 최부(崔溥)가 부친상을 통보받고 배를 탔다가 난파, 이 해류에 휩쓸려 근 한 달 만에 가 닿은 곳이 닝보였다. 유럽열강의 상선들이 집산하는 당시 가장 큰 외항인지라 해적들도 들끓어 그 외해에서 해적의 습격까지 받았다. 금은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며 몸속에 숨겼을 것으로 의심하여 모든 일행을 벌거벗겼다. 최부에게 갓을 벗기려 들자, 선비의 상징이요 벼슬의 동일성인 갓을 벗기는 것은 인격을 배반하고 임금을 저버리는 것이라 하여 완강하게 버텼다. “목을 베어 갓 속을 뒤져볼지언정 벗을 수 없다”고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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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가야산 도깨비불

[이규태코너] 가야산 도깨비불 조선일보 입력 2004.06.16 18:32 충청도 해미의 가야산은 우리나라에서 굴지의 명당이 있다고 구전돼 내린 풍수 명산이다. 흥선대원군이 아버지 남연군(南延君)의 산소를 이 산에 잡은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대원군 집권 시절에 강제 개항을 요구하다가 거절당한 데 앙심을 품은 독일 상인 오페르트가 이 남연군 묘를 도굴하다가 실패했는데 가야산 신령이 양도깨비를 안개로 휘감아 몰아낸 것으로, 이 지방사람들은 민요로 읊었다. 이처럼 신비로운 영험이 깃든 가야산에 1992년 이래 산불이 나기를 100여 차례 거듭하고 있는데 그 화인을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한다. 지난 한 해 뜸하더니 올 들어 또다시 세 차례나 같은 형태로 원인 모를 산불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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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벌레먹는 교장선생

[이규태 코너] 벌레먹는 교장선생 조선일보 입력 2004.06.17 17:40 비극의 왕자 사도세자는 어릴적 아이들과 칼싸움 놀이로 지냈으며, 세자가 휘두른 칼에 피를 보고는 좋아하곤 했다 한다. 또 어릴적 세자를 시중했던 한 상궁은 결벽증이 심해 옷을 두세 번 갈아입히는 등 옷을 두고 까다롭게 굴었다 한다. 세자가 장성해서 주변 사람들은 물론 후궁까지 무고하게 살상하여 아바마마의 눈밖에 났으며, 옷 한 번 입는 데 스무 번을 갈아입고도 성이 차질 않아 스무 번이나 불에 쬐어 입는 등 변태를 유발한 요인이 되고 있다. 140억개나 되는 인간의 뇌세포는 각각 40~100여개의 돌기를 뻗쳐 서로 간에 복잡한 맥락으로 그 사람의 지성 감성 성격을 형성시킨다. 이 맥락 과정에 있는 어린이들의 감각을 통한 인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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