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994

[이규태코너] 폭염 경보제

조선일보 | 오피니언 [이규태코너] 폭염 경보제 입력 2004.08.01 18:19:44 | 수정 2004.08.01 18:19:44 하루에 수백 명씩 더위를 먹어 죽어가는 인도 비하르 지방의 한더위는 섭씨 50도 넘는 날의 연속이다. 불교 성지가 집중돼 있는 이 지역에 그 기온이 예보되면 오전 10시부터 통행금지령이 내린다. 해외여행자로서 그 기상 통제에 순응할 수 없어 경찰관서를 찾아가 항의한 적이 있다. 양식화된 서약서를 내밀며 서명하면 통행할 수 있다 했다. 이 폭염으로 사망 또는 인신상의 변고가 있을 때 인도정부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서약내용이었다. 생사 간이 이렇게 가깝게 와 있는 현장임을 절감했으며 부처님이 이곳에서 탄생한 이유를 절로 알 것 같았다. 또한 이 지역에서 연꽃이 성화로 자리잡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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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포크 스푼

[이규태코너] 포크 스푼 조선일보 입력 2004.08.02 18:22 우리나라 장례에서 장지로 가기 위해 출관(出棺)할 때 문턱에 엎어놓은 바가지를 밟아 깨고 나가게끔 돼있다. 고인이 항상 쓰던 밥그릇을 밟아 깨던 것이 깨기 힘들어지면서 바가지로 대체된 것이다. 관북지방에서는 밟아 깨지 않고 사기 밥그릇을 동댕이쳐 깬다고도 한다. 이것은 망인의 넋이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행위로 그 많은 생활도구 가운데 식기나 식구가 그 망인과 가장 밀착돼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식사문화에서 젓가락 숟가락 밥그릇은 개인에 속하는 점유물이다. 내 숟가락, 내 밥그릇이 따로 있으며 아무나 쓰지 못한다. 그 사람과 영적으로 밀착돼 있는, 생활도구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서양의 식사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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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큰코 선발대회

[이규태코너] 큰코 선발대회 조선일보 입력 2004.08.03 18:34 고추 고장인 청양에서 열릴 고추축제에서 코 큰 사람을 선발한다는 광고물이 서울 지하철에 나붙어 논란이 되고 있다. 붉은 큰 고추로 코를 대신한 이 광고물이 겉보기엔 아무렇지 않은 것 같은데 왜 논란의 대상이 될까. 며느리가 진통을 시작하면 시어머니는 산실 앞에 다가가 귀를 기울이다가 아기울음 소리가 터져나오면 ‘고추냐 보리냐’라고 묻게 마련이다. 고추는 사내아이를, 보리는 계집아이를 뜻하는데 성기의 모양을 빗대어 그렇게 불렀다. 모양새가 비슷한 것끼리는 비슷한 효력을 갖는다는 유감주술(類感呪術)로, 갸름한 고추는 사나이 성기와 유감(類感)하고 사나이 성기는 외모 가운데 갸름한 코와 유감한다. 유감주술 법칙에서 ‘고추=코’라는 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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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2인3각 사고

[이규태코너] 2인3각 사고 조선일보 입력 2004.08.04 18:21 옛날 운동회의 인기 종목으로 지네경주(競走)라는 게 있었다. 열한 명씩 나란히 서서 앞·뒷사람의 발을 묶어 앞사람의 어깨를 짚고 “하나 둘! 하나 둘!” 하며 많은 발을 가진 지네처럼 원활하게 달리는 경주다. 이 지네경주의 기본틀은 두 사람이 한 발씩 묶고 세 발로 뛰는 2인3각이다. 각기 성향이 다른 두 사람이 상호보완하고 조화를 이루면 예상 못했던 제3의 창조를 도출한다는 진리를 구현한 것이 2인3각 사고다. 미국의 운동경기에 2인3각이나 지네경주가 필수인 것은 상호조화로 창조도출을 터득시키기 위함이다. 천재의 뇌 속에는 100개의 정보가 차 있다면 범인(凡人)의 뇌 속에는 10개 정도가 고작일 것이다. 단순계산으로 11명의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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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웰빙 제기차기

[이규태코너] 웰빙 제기차기 조선일보 입력 2004.08.05 18:26 남태평양 원주민인 폴리네시안 종족들 간에서 무당굿을 베풀 때 신(神)내림굿이 선행되게 마련인데 이때 무당은 새의 깃털이 꽂힌 공을 하늘에 띄워 머리·어깨·등·배·팔다리로 받아 다시 띄우곤 한다. 하늘에 계신 신명을 몸에 접속시키는 의식에서 제기차기가 비롯됐다는 설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많은 무용·무도·유희가 신명을 중계하는 무당굿에서 비롯됐음을 미루어 제기차기도 같은 맥락일 수 있다고 본다. 이 제기차기의 뿌리를 축국(蹴鞠)에 두는데, 그 이유는 조선시대의 문헌에 축국을 ‘적이’라 음독했으며 ‘저기’가 ‘제기’로 전화했다는 것이다. 중국문헌인 ‘연산총록(燕山總祿)’에 보면 한승직이라는 도사는 축국을 띄워 머리·등·배·팔다리로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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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佛指舍利

[이규태 코너]佛指舍利 조선일보 입력 2004.08.08 18:53 석가세존(釋迦世尊)의 다비에서 얻은 유골의 향방에 대해 '장아함경(長阿含經)'은 이렇게 적고 있다. 인근 일곱 나라 백성들이 병사를 이끌고 세존께서 돌아가신 구시(拘尸)국에 들어가 사리의 분배를 강요했다. 이에 이 나라에서 돌아가셨기에 이 나라 사람들이 봉양해야 마땅하다 하고 거부했지만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8개국이 유골을 나누어 제각기 사리탑을 세워 보존한 것으로 돼 있다. 1898년 펩페라는 프랑스 고고학자가 인도 네팔국경에 있는 고분에서 높이 6치 지름 4치의 곱돌 뼈항아리를 발굴했는데 "불타세존의 사리 함으로 명예로운 석가족 사람들과 그 누이 처자들이 더불어 받들어 모시다"라고 씌어 있어 8등분한 불사리 가운데 석가족이 나누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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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물개 요리

[이규태코너] 물개 요리 조선일보 입력 2004.08.09 18:41 복중의 영양식으로 물개 요리집이 생겨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서울 상도동을 비롯 인천 안산 등지에 물개 전문 요리집이 생겨나 물개탕·수육·전골·갈비찜·지느러미찜·튀김·누룽지탕 등 다양한 메뉴 개발로 손님을 끌고있다 한다. 바다의 개에까지 손을 뻗치는 못 말리는 한국의 보양문화다. 중국문헌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보면 옛 신라국의 해중에 물개가 산다했고 ‘임해지(臨海志)’에는 중국의 동해, 곧 황해에 살며 활을 쏴 이를 잡아 신(腎)만을 취한다 한 것으로 미루어 한국해역에 주로 살아온 자원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한말 거문도 어부들은 원양어업으로 울릉도까지 나아가 미역을 따고, 아름드리 나무를 베어 배를 만들어 미역을 싣고 돌아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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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통곡 주점

[이규태코너] 통곡 주점 조선일보 입력 2004.08.10 18:47 중국 난징(南京)의 한 호텔에 실컷 울 수 있는 통곡주점이 개업했다는 신화통신의 보도가 있었다. 그 방에 들면 ‘사나이 우는 것이 죄가 아니다’라는 홍콩 인기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고추에 짓이긴 마늘즙이 놓여 있어 이를 눈두덩에 발라 눈물을 짤 수 있으며, 울다 보면 울음보가 터지고 터지면 파괴본능이 작동하는 것에 대비해 집어던져 깨트릴 수 있게끔 이 빠진 접시들도 쌓아 놓았다 한다. 중국판 ‘접시를 깨자’의 현실화랄 수 있다. 한 시간 우는 데 눈물 값은 50위안(元)으로 우리 돈 1200원꼴이다. 화이트칼라가 주된 고객으로 80%가 여성이라 한다. 공산주의 사회에서 체질화된 가사나, 사회활동에서 여성역할의 평등이 자본주의 사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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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마취 콘돔

[이규태코너] 마취 콘돔 조선일보 입력 2004.08.11 18:37 접경해 사는 이웃 나라끼리는 사이가 좋지 않아 매사에 헐뜯게 마련이다. 좁은 해협 하나를 사이에 둔 영국과 프랑스 간의 적대 호칭은 전통도 유구하다. 십수년 전까지만 해도 입에 올리는 데 용기가 필요했던 콘돔을 프랑스에서는 ‘영국 모자(샤포 앙글레)’라 하는데 영국에서는 ‘프랑스 문자(프렌치 레터)’라 한다. 연전에 영국 가디언지(紙)에 “고문서를 조사해보니 프랑스의 왕제(王制)가 대혁명까지 유지된 데는 영국에서 건너간 콘돔의 공훈이 크다”는 글이 실려 영·불 간에 콘돔논쟁이 붙었다. 이에 프랑스 르 몽드의 칼럼니스트 사로트 여사가 반론을 제기했는데 내용은 이렇다. 많은 사생아 때문에 나라를 어지럽게 했던 루이 14세의 경우가 없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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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게으름뱅이 회의

[이규태코너] 게으름뱅이 회의 조선일보 입력 2004.08.12 18:24 지금 이탈리아의 산중에서 열리고 있는 게으름뱅이 회의는 해프닝이 아니라 게으름의 인식에 역사적 매듭을 짓는 선언(宣言)이다. 그래선지 이 회의에서 제시한 참여자격이 엄하기 그지없다. 게으름의 상징인 낮잠을 자고 싶을 때 자고 싶은 곳에서 자고 싶은 만큼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잘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스승이 있건 없건 식당이건 제청이건 코 골고 낮잠 자는 공자의 10대제자 재여(宰?) 같은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다. 또 다른 자격조건으로 어떤 일에건 먼저 손을 쓰거나 나서지 않으며 실행은 다른 사람 몫임을 체질화한 사람이어야 한다. 어느 한 나그네가 떡 두 개를 싸들고 먼길을 떠났는데 손에 들고 가기가 귀찮아 머리에 얹고 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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