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994

[이규태코너][6658]전주 서예 비엔날레

[이규태코너][6658]전주 서예 비엔날레 발행일 : 2005.10.07 / 여론/독자 A30 면 ▲ 종이신문보기옛 전라도에는 시종(詩鐘)이라는 낭만적인 지식유희(知識遊戱)가 있었다. 경치 좋은 곳을 찾아 호롱불 받침대를 복판에 놓고 둘러앉는다. 추를 맨 끈을 받침대에 묶고 그 아래 놋쇠 양푼을 엎어 놓는다. 그 끈 중간에 성냥개비처럼 가지런히 깎은 향나무 꼬치를 끼우고 불을 붙인다. 시제(詩題)를 내걸고 향나무 꼬치가 타들어가 끈을 태워 그 추가 엎어 놓은 양푼 위에 떨어져 소리 낼 때까지 시를 지어 써 내야 한다. 시한에 쫓겨서인지 붓글씨가 들쑥날쑥하고 획에 조화가 잡히지 않아 글씨 같기도 하고 그림 같기도 하여, 잘못 쓴 붓글씨를 일러 “시종(詩鐘) 초서(草書) 같다”는 말까지 생겼다. 엊그제 개막..

이규태 코너 2022.10.03

[이규태코너][6659]船上族

[이규태코너][6659]船上族 발행일 : 2005.10.10 / 여론/독자 A30 면 ▲ 종이신문보기파리 센 강변에 늘고 있다는 선상족의 탐방기사가 있었다. 비단 센강변뿐 아니라 대도시를 흐르는 강들에는 이동이 자유로운 선상족이 느는 추세라고 한다. 본이 떠돌며 살아온 이동성 민족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한강에 비기면 강폭이 좁은 이 센 강변만도 선상족이 1000여 가구에 이르고 있으며 우려되는 흔들림이나 습기 바람 추위는 발전된 설비로 여느 아파트와 다를 것이 없고 주말이면 부담없이 훌쩍 떠나는 매력이 선상족 인구를 급증시키고 있다 한다. 60평 남짓의 여유 있는 이 선상족의 뱃값은 3억8000만원으로 싸진 않지만 비싼 편도 아니어서 선상가옥 대지가 풍부한 한강에 시도해볼 만한 주거 벤처가 아닐 수 없..

이규태 코너 2022.10.03

[이규태코너][6660]지진과 동물

[이규태코너][6660]지진과 동물 발행일 : 2005.10.12 / 여론/독자 A34 면 ▲ 종이신문보기일전 파키스탄 대지진이 일어나기 직전 이슬라마바드의 새들이 이전에 듣지 못하던 울음소리를 내며 둥지를 떠나가는 것이 목격되었다는 AFP통신과 로이터 통신의 보도가 있었다. 동물들이 지진을 미리 아는 예지력이 있다는 역사는 지진이 희귀한 우리나라에도 없지 않았다. 고려 충목왕(忠穆王) 4년 수구문 밖에서 늙은 큰 구렁이가 불을 뿜는 이변이 있더니 지진이 일어났다는 고려사의 기록이 있다.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는 지진 직전에 반드시 메기들이 떼지어 떠오르거나 요동치거나 수염에 거품을 뿜는 것으로 알았다. 이를테면 1855년의 대지진이 있던 날 전야에 메기 낚시질 갔던 에도의 후지사키라는 이는 메기떼가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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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6661]怪力 삼손의 저주

[이규태 코너][6661]怪力 삼손의 저주 발행일 : 2005.10.14 / 여론/독자 A30 면 ▲ 종이신문보기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지구인 가자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삼손과 델릴라의 무대다. 신을 저버린 괴력의 삼손이 펠리시테 사람들을 마구 패 죽이고 다니는 횡포를 부리자 그의 애인인 델릴라가 적과 내통, 삼손의 괴력의 비밀을 탐지해낸다. 그것이 두발이었다. 잠자고 있던 삼손은 머리가 깎여 괴력을 잃었고 펠리시테인에게 잡힌 몸이 되어 두 눈알이 도려내지고 가자의 감옥에 갇힌 몸이 되었다. 맹인이 되어 하루 종일 맷돌만 돌리게끔 숙명 지어진 삼손에게 머리가 다시 자라 괴력이 생기는 것을 모르고 펠리시테인은 자기네 축제에 구경거리로 끌고 나왔다. 장님인 삼손은 손을 더듬어 신전의 기둥을 뽑아 엎음으로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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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6662]눈물 흘리기

[이규태코너][6662]눈물 흘리기 발행일 : 2005.10.17 / 여론/독자 A30 면 ▲ 종이신문보기달레의 ‘조선교회사’ 서설(序說)에, 선비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굶기를 밥 먹듯 하고 겨울에 여름옷 걸치고 살던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돌아앉아 눈물 좀 흘렸다는 오로지 그 이유만으로 그 선비가 벼슬사회에서 따돌림받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처럼 사나이로서, 그 더욱 엘리트 신분으로 눈물을 보인다는 것은 인격적인 결함이 돼 왔으며 이 정신적 전통은 지금이라고 달라지진 않았다. 이 울음이 일본에서 일상의 감정적 맺힘이나 응어리를 풀어줘 행복의 길을 틔워 주는 활력소로 각광받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울자’는 뜻인 ‘Nakoyo’ 인터넷운동이 번지고 있다고도 한다. 우리나라는 감정표출을 악덕시해온 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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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6663]馬韓村

[이규태코너][6663]馬韓村 발행일 : 2005.10.19 / 여론/독자 A34 면 ▲ 종이신문보기청동기시대의 마한(馬韓) 수읍(首邑)이던 익산 금마(金馬)에 마한관을 짓고 발굴과 출토품 위주로 마한시대의 생활이나 복식, 사후세계, 일본과의 교류 등을 재생시키는 역사 건설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쌍둥이 타워니 아이 파크니 아파트만 늘려 살벌한 국토에 장려돼야 할 역사촌 건설이 아닐 수 없다. 빈약한 유물인지라 그 규모에도 한계를 느낄 것이나 문헌에서 뒤져 마한의 민속문화도 포괄할 만큼 규모를 키웠으면 한다. 재생시켰으면 하는 마한문화로 신라 화랑제도와 맥을 같이하는 성인식이 있다.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청년의 집에 집단 거주하면서 고행이 수반된 공공봉사 활동을 하게 마련인데 그 마한의 성인식이 ..

이규태 코너 2022.10.03

[이규태코너][6664]식초먹기 유행

[이규태코너][6664]식초먹기 유행 발행일 : 2005.10.21 / 여론/독자 A34 면 ▲ 종이신문보기어릴 적 서리짓 하다 들키면 아버지에게 넘겨지고 아버지는 그 배상과 응징을 하고 나서 어머니에게 넘긴다. 어머니에게 가면 뒤란으로 데려가 코를 틀어막고 식초 한 숟가락 강제로 먹는 절차가 반드시 따르게 마련이었다. 그로써 마음속에 도사린 사악한 마음을 해독할 수 있다고 믿었었다. 음식에 식초를 치면 살균이 된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 문헌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에 식초는 사독(邪毒)을 죽인다 했고, 식물에 도사린 독뿐 아니라 마음속에 도사린 사심도 해소시키는 것으로 알았던 데에서 못된 짓을 하면 식초를 먹였음 직하다. 초를 한자로 ‘醋’로 쓰는데, 초가 식독(食毒)을 처리(조치·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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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6665]‘보리밭’ 음악회

[이규태코너][6665]‘보리밭’ 음악회 발행일 : 2005.10.24 / 여론/독자 A30 면 ▲ 종이신문보기‘보리밭’을 지은 천재 음악가 윤용하(尹龍河)와는 세 번 만남이 있었다. 그 첫 만남은 공전의 재해를 몰아왔던 사라호 태풍 때였다. 의연금품을 모집하는 신문사 데스크에 노숙자 차림과 다름없는 허술한 중년 신사가 나타나 입고 있던 겉저고리를 벗어 놓고 돌아서 나가는 것이었다. 주소 성명을 묻자 돌아보지도 않고 고개를 흔들며 사라졌다. 소매나 깃이 헐어 너덜너덜한 그 저고리 속주머니 위를 보았더니 ‘尹龍河’라고 박혀 있었다. 후에 들은 것이지만 그에게는 여분의 옷이 없어 한동안 윗옷 없이 살았다고 한다. 그 낡은 옷이 도움이 돼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마음의 질(質)을 선택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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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6666]6666 발행일

[이규태코너][6666]6666 발행일 : 2005.10.26 / 여론/독자 A30 면 ▲ 종이신문보기오늘로 ‘이규태 코너’가 6666회를 맞았다. 시작한 지 22년 반을 넘겼다. 6자를 나란히 4개 써놓고 보니 만물의 원리를 풀이하는 64괘(卦)가 연상된다. 진시황이 학자를 생매장하고 책을 모조리 태웠을 때 유일하게 타지 않고 남은 책이 64괘를 적은 책으로, 진리는 권력 위에 있음을 강조할 때 자주 인용돼왔다. 6666으로 나타내는 64수는 중국만이 아닌 범세계적 길수(吉數)다. 공자는 중국의 시조 황제(黃帝)의 64대 후손이요, 천자가 죽어 나갈 때 64명이 들고 나간다. 부처님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이 64개 자질을 갖추었으며 예수 그리스도가 아담의 64세 손이라는 사도 누가의 발언이며 서양 장기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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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6667]명가 宗婦 잔치

[이규태 코너][6667]명가 宗婦 잔치 발행일 : 2005.10.28 / 여론/독자 A30 면 ▲ 종이신문보기이름을 떨친 명인 명가의 가풍을 지탱해온 종부(宗婦)들을 모시고 기리는, 이전에 없던 잔치가 내일 전통의 고을 전주에서 벌어진다. 이순신 권율 등 명장, 유성룡 등 명신, 김종직 김인후 김집 등 선현, 유형원 홍대용 등 실학자, 기건 등 청백리 겸 전라감사, 김구 박은식 이시영 등 임정요인, 이준 등 순국 열사, 유인석 등 의병장,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등 의사 40명의 명인 명가 종부들을 모시고 가풍과 가격(家格)을 계승 지탱하는 데 대한 애환을 서로 나누고 남원 춘향이와 장수 논개와의 유명(幽明) 간의 만남을 한다. 드러나 있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의 역사적 인물이나 인격 형성의 요람은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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