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304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44> 知人之鑑

알 지(矢-3)사람 인(人-0)갈 지(丿-3)거울 감(金-14) '관자'의 '大匡(대광)'편을 보면, 환공은 패왕이 되는 목표를 가진 적이 없고 사직을 안정시키는 것에서 만족하려 했다고 한다. 환공 이전에는 패왕이 없었고 또 제나라가 오랫동안 혼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자'의 내용은 꽤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환공이 패왕이 되고 싶어했든 어쨌든 간에 중요한 것은 환공이 관중을 기용해서 크게 썼다는 사실이며, 그뿐만 아니라 포숙을 비롯해서 寧戚(영척), 隰朋(습붕), 賓胥無(빈서무) 따위 현명한 신하들을 기용하고 또 널리 인재를 찾아서 적절한 자리를 주어 사직을 안정시키고 나아가 패자가 되어 천하를 호령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환공의 주위에는 군주를 가까이에서 모시려고 스스로 거세한 豎刁(수조), 자식..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43> 管仲과 齊桓公

성 관(竹-8)버금 중(人-4)제나라 제(齊-0)푯말 환(木-6)제후 공(八-2) 앞서 '관자'에서는 '習於人事之終始者(습어인사지종시자)' 즉 "인사의 처음과 마침에 익달한 사람"을 성인이라 하였고, '순자'에서는 '終始如一(종시여일)' 즉 "마침과 처음이 한결같음"을 大吉(대길)이라 하였다. 둘은 서로 통하는데, 마침과 처음에 익달하여 한결같이 처신하는 일이 참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어렵기는 하지만,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은 또 아니다. 순자가 말했듯이 "처음처럼 삼가면" 된다. 문제는 삼가는 마음을 자칫 놓치기 쉽다는 데 있다. '관자'의 주인공인 管仲(관중, ?∼기원전 645)은 중국 역사상 가장 탁월한 정치가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그것은 그가 齊(제)나라 桓公(환공)을 섬..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42> 愼終如始

삼갈 신(心-10)마칠 종(糸-5)같을 여(女-3)처음 시(女-5) '事有終始(사유종시)'는 "온갖 일에는 마침과 처음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始終(시종)이라 하지 않고 終始(종시)라 했을까? 대부분 사람은 주로 시작을 먼저 말하고 끝이나 맺음, 마침은 나중에나 드물게 말한다. 더구나 "시작이 반이다"는 말을 곧잘 하지 않는가. 이렇듯 사람들은 시작을 중요하게 여긴다. 또 시작은 쉽게 하면서도 '끝맺고 마치는 일'은 소홀히 하거나 잘하지 못한다. 그래서 끝맺음이나 마침을 앞에 내세운 것이리라. 사람의 일이란 끝맺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그가 죽기 전에는 늘 새로운 일이 시작되기 마련이다. 죽음이야말로 몸이 썩어가는 것 말고는 더는 자신에게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하는 사태다. 살아 있는 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41> 事有終始

일 사(亅 -7)있을 유(肉-2)마칠 종(糸-5)처음 시(女-5) '說苑(설원)'의 '辨物(변물)'에 다음의 이야기가 나온다. 趙簡子(조간자)가 翟(적)나라에서 온 封荼(봉도)에게 물었다. "적나라에서 사흘 동안 곡식이 비처럼 내렸다고 하던데, 사실이오?" "사실입니다." "또 사흘 동안 피가 비처럼 내렸다고 하던데, 사실이오?" "사실입니다." "또 말이 소를 낳고 소가 말을 낳았다고 하던데, 그것도 사실이오?" "사실입니다." 그러자 조간자가 탄식했다. "대단하구나, 妖邪(요사)한 일이 나라를 망하게 할 정도로구나!" 이에 봉도가 대답했다. "곡식이 사흘 동안 비처럼 내린 것은 회오리바람에 날아올랐던 곡식이 내린 것이고, 피가 사흘 동안 비처럼 내린 것은 독수리가 잡아챈 짐승이 하늘에서 흘린 피고,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40> 忠信禮之本也

참될 충(心-4)미쁠 신(人-7)예 례(示-13)갈 지(丿-3)뿌리 본(木-1)어조사 야(乙-2) '禮記(예기)'의 '禮器(예기)'편에 나온다. "先王之立禮也, 有本有文. 忠信, 禮之本也; 義理, 禮之文也. 無本不立, 無文不行."(선왕지입례야, 유본유문. 충신, 예지본야; 의리, 예지문야. 무본불립, 무문불행.) "선왕이 예의를 세울 때, 뿌리를 두고 무늬를 갖추었다. 참됨과 미쁨은 예의의 뿌리고, 알맞은 행동의 결은 예의의 무늬다. 뿌리가 없으면 제대로 서지 못하고, 무늬가 없으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 예의의 뿌리는 참됨과 미쁨이라 했다. 그러나 참됨과 미쁨만 예의의 뿌리가 아니다. 참됨과 미쁨은 모든 덕목을 대표하여 거론된 것일 뿐이다. 그러니 仁(인), 義(의), 敬(경), 愼(신), 信(신)..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39> 儀式과 禮義

거동 의(人 - 13)법 식(弋- 3)예 례(示 - 13)올바를 의(羊 - 7) '禮記(예기)'의 '禮器(예기)'편에 "觀其禮樂, 而治亂可知也"(관기예악, 이치란가지야)라는 말이 나온다. "그 예의와 음악을 잘 살피면 다스려지는지 어지러운지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예의와 음악은 유가의 정치에서는 매우 중요한데, 그렇더라도 뿌리는 아니다. 우듬지에 불과하다. '좌전'의 '魯昭公(노소공)' 5년에 다음 이야기가 나온다. 노나라 소공이 晉(진)나라로 가게 되었는데, 그는 진나라 교외에서 위로를 받는 일부터 진나라 군주에게 예물을 바치는 일에 이르기까지 예의를 잃지 않았다. 이에 진나라 군주가 女叔齊(여숙제)에게 물었다. "노나라 군주는 예의에 밝지 않소?" "노나라 군주가 어찌 예의를 알겠습니까!"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38> 物有本末

- 것 물(牛-5)있을 유(肉-2)뿌리 본(木-1)끝 말(木-1) "物有本末(물유본말)" 곧 "온갖 것에는 뿌리와 우듬지가 있다"는 말은 뿌리와 우듬지를 잘 가려내는 것이 긴요하다는 뜻이다. 왜 이 둘을 가려내야 하는가? '文子(문자)'의 '上德(상덕)'편에 나온다. "末不可以强于本, 枝不可以大于幹. 上重下輕, 其覆必易."(말불가이강우본, 지불가이대우간. 상중하경, 기복필이.) "우듬지는 뿌리를 강하게 만들 수 없고, 가지는 몸통보다 굵을 수 없다. 위가 무겁고 아래가 가벼우면 반드시 쉽게 뒤집어진다." '문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책이지만, 諸子百家(제자백가)의 사상과 그 흐름을 이해하는 데 매우 긴요한 책이다. 오래도록 僞書(위서)로 간주되었다가 1973년 중국 河北省(하북성) 定縣(정현)에서 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37> 近道

- 가까울 근(辵-4)길 도(辵-9) 이제까지 살펴본 '대학'의 첫 두 문장을 다시 한번 보자. 1-1. "大學之道, 在明明德, 在親民, 在止於至善"(대학지도, 재명명덕, 재친민, 재지어지선) "큰 배움의 길은 밝은 덕을 밝히는 데 있고, 백성들을 가까이하는 데 있으며, 지극히 좋은 것에 머무는 데 있다." 1-2. "知止而后有定, 定而后能靜, 靜而后能安, 安而后能慮, 慮而后能得"(지지이후유정, 정이후능정, 정이후능안, 안이후능려, 려이후능득) "멈출 줄 안 뒤에야 차분해지고, 차분해진 뒤에야 고요할 수 있고, 고요해진 뒤에야 편안할 수 있고, 편안해진 뒤에야 제대로 생각하고, 제대로 생각한 뒤에야 깨달을 수 있다."(논의의 편의를 위해 임의로 번호를 붙였다. 앞으로도 새로운 문장을 제시할 때마다 번호를..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36> 定과 靜과 安과 慮

- 차분해질 정(宀-5)고요할 정(靑-8)편안할 안(宀-3)생각할 려(心-11) '知止(지지)' 곧 "멈출 줄 안다"는 말은 맞닥뜨린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자신은 당장에 이 상황에 대응할 마음가짐도 되어 있지 않으며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모자란다는 사실을 냉철하게 인정한다는 뜻이다. 문제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거나 인정하지 않고서 어떻게 문제의 해법을 찾고 돌파구를 제대로 마련할 수 있겠는가? 문제나 상황을 그대로 인정하면 자신의 무능력이나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하여 부정하거나 숨기려는 사람이 많다. 그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상황 자체가 이미 그런 자신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해서 大人(대인)이 되고 賢者(현자)가 되고 聖人(성인)이 되겠는가? 그들은 인정..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35> 知止而后有定

- 알 지(矢-3)멈출 지(止-0)어조사 이(而-0)뒤 후(口-3)있을 유(月-2)차분해질 정(宀-5) 대체로 예측하지 못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 참으로 난감한 처지에 놓였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머뭇거리거나 허둥대다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 그러고서는 또 일을 그르쳤다는 생각에 걱정과 두려움에 떤다. 상대가 전혀 엉뚱하게 행동하거나 반응하여 그 의중을 가늠하기 어려울 때도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맨다. 밑도 끝도 없이 해대는 욕설이나 비난을 들으면 곧바로 화가 치밀어 오르거나 억울해한다. 오해받아서 일이 꼬였거나 다른 사람과 관계가 뒤틀렸을 때는 만사가 귀찮아지고 사람이 싫어진다. 그런 때에는 그저 그렇게 일어나는 마음을 그대로 두어야 하는가? 그렇게 해도 마음이 편안하다면 그렇게 해도 되겠지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