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304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64> 喩治

깨우칠 유(口-9)다스릴 치(水-5) 사물의 법칙을 알지 못하면 중요한 순간에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일도 쉽지 않다. 결정을 내려도 어긋나기 십상이다. 군자라는 평판이 있다 하더라도 사물의 세계를 모른다면, 그는 한낱 빈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잘 차려입은 허수아비와 같아서 치국평천하는커녕 修身(수신)이나 齊家(제가)의 여부조차 의심스럽다. 한낱 빈껍데기에 불과하면서 스스로 어질고 현명하다며 행세하던 유자들이 전국시대에는 무척 많았다. 그런 유자들을 두고 사마천은 '사기' '貨殖列傳(화식열전)'에서 이렇게 비판했다. "집안이 가난하고 어버이는 늙고 처자는 연약하며, 철이 되고 때가 되어도 제사를 지내지 못하고, 먹고 마시는 것이나 의복이 부족하여 남들과 어울리지도 못하면서 이를 부끄러워할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63> 世上物情

세상 세(一-4)위 상(一-2)것 물(牛-4)형편 정(心-8) '관자'의 '七法(칠법)'에 나온다. "사물의 법칙에 밝지 못하면서 명령을 내리는 것은 돌아가는 바퀴 위에 서서 장대를 메고 그 끝을 바로잡으려는 것과 같다. 사물의 형상에 밝지 못하면서 그 재질을 논하고 쓰임새를 따지는 것은 긴 것을 잘라 짧게 만들어 놓고서는 짧은 것을 이어 길게 만들려는 것과 같다. 법령에 밝지 못하면서 백성들을 다스리고 민중을 하나로 아우르려 하는 것은 왼손으로 글씨를 쓰다가 힘들면 오른손을 쉬게 하는 것과 같다. 교화에 밝지 못하면서 풍속을 바꾸고 교육을 고치려 하는 것은 아침에 나무를 구부려 바퀴를 만들어서는 저녁에 그 바퀴로 수레를 끌려고 하는 것과 같다. 결정하는 일에 밝지 못하면서 민중을 몰아서 나아가게 하려는..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62> 知者樂水

- 알 지(矢-3)사람 자(老-5)좋아할 요(木-11)물 수(水-0) 格物(격물)이 왜 치국평천하에 중요한가? 그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격물은 수신의 처음이다. 수신은 덕을 쌓는 일이고, 덕에는 두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仁(인) 곧 어짊이고, 또 하나는 知(지) 곧 앎이다. 공자는 "知者樂水, 仁者樂山. 知者動, 仁者靜. 知者樂, 仁者壽"(지자요수, 인자요산. 지자동, 인자정. 지자락, 인자수) 곧 "아는 자는 물을 즐기고, 어진 자는 산을 즐긴다. 아는 자는 움직이고, 어진 자는 고요하다. 아는 자는 즐겁고, 어진 자는 오래 산다"고 했고, 또 "仁者, 安仁; 知者, 利仁"(인자, 안인; 지자, 리인) 곧 "어진 자는 어짊을 편안하게 여기고, 아는 자는 어짊을 이롭게 여긴다네"라고도 말..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61> 孔子와 詩

- 성 공(子-1)임 자(子-0)시 시(言-6) "小子何莫學夫詩? 詩, 可以興, 可以觀, 可以群, 可以怨. 邇之事父, 遠之事君, 多識於鳥獸草木之名."(소자하막학부시? 시, 가이흥, 가이관, 가이군, 가이원. 이지사부, 원지사군, 다식어조수초목지명) "너희는 어찌 저 시를 배우지 않느냐? 시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고, 사물을 살필 수 있게 하고, 사람들과 어우러질 수 있게 하고, 응등그러진 마음을 알게 한다. 가까이로는 어버이를 섬기고 멀리로는 임금을 섬길 수 있으며, 날짐승과 길짐승, 풀과 나무들의 이름을 많이 알 수 있다." '논어' '陽貨(양화)'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詩(시)를 感情(감정)의 표현으로 여긴 점에서는 새삼스러울 게 없다. 그러나 시를 통해 어버이를 섬기고 임금을 섬길 수 있다고 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60> 吉凶由人

- 길할 길(口-3)흉할 흉(凵-2)말미암을 유(田-0)사람 인(人-0) 주나라 유왕은 褒似(포사)라는 여인을 총애했고, 포사가 아들 백복(伯服)을 낳자 이미 세운 태자를 폐위하고 태자의 모친까지 내쫓는 무도한 짓을 했다.(앞서 거론한 진나라 헌공이 저지른 일과 비슷한 짓을 먼저 한 셈이다.) 게다가 간사하고 아부를 잘하는 鷁石父(괵석보)에게 국사를 맡겨 백성의 원성까지 샀다. 또한 제후들의 신뢰를 잃는 짓을 거듭하여 견융의 침입 때 아무도 구원하러 오지 않았다. 이것이 유왕이 죽고 주 왕조가 도읍을 옮기면서 춘추시대가 시작된 이유였다. 이렇게 만물이나 현상이 그 자체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고 변화한다는 인식을 거의 하지 못한 때가 고대였고, 춘추시대와 전국시대 들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춘추..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59> 天人感應

- 하늘 천(大-1)사람 인(人-0)느낄 감(心-9)응할 응(心-13) 수신이나 제가에서, 또 나아가 치국평천하에서 이 격물이 처음이 되고 긴요하다는 말은 인간의 사유에서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구체적인 사물의 세계가 인간의 삶과 문명에서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근대 과학과 기술의 발달을 통해 잘 알려져 있으나, 근대 이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더구나 만물이나 모든 현상에는 영적인 어떤 존재가 깃들어 있다고 여기거나 초월적 존재가 인간사를 주재한다고 여긴 고대에는 사물 자체를 이해하고 탐구해야 한다는 인식을 좀처럼 갖기가 어려웠다. 바로 그러한 때에 '격물'을 운운했으니, 그 의미는 결코 심상하지 않다. 고대부터 중세까지 동아시아인은 대체로 하늘과 땅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현상이 인간사와 밀접한 관..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58> 物格 또는 格物

- 만물 물(牛-4)이를 격(木-6) 앞서 살펴본 2-1(지난 6일 자 23면)을 다시 보면 이렇다. "古之欲明明德於天下者, 先治其國; 欲治其國者, 先齊其家; 欲齊其家者, 先修其身; 欲修其身者, 先正其心; 欲正其心者, 先誠其意; 欲誠其意者, 先致其知, 致知在格物."(고지욕명명덕어천하자, 선치기국; 욕치구국자, 선제기가; 욕제기가자, 선수기신; 욕수기신자, 선정기심; 욕정기심자, 선성기의; 욕성기의자, 선치기지, 치지재격물) "옛날에 밝은 덕을 천하에 밝히려 한 이는 먼저 그 나라를 다스렸고, 그 나라를 다스리려 한 이는 먼저 그 집안을 가지런히 했으며,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하려 한 이는 먼저 그 몸을 닦았고, 그 몸을 닦으려 한 이는 먼저 그 마음을 바루었으며, 그 마음을 바루려 한 이는 먼저 그 뜻을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57> 危君之徵

- 위태할 위(卩-4)임금 군(口-4)갈 지(丿-3)낌새 징(彳-12) 獻公(헌공)이 驪姬(여희)를 총애하고 해제를 편애하면서 태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여러 공자를 도망가게 하는 동안, 동쪽 제나라에서는 桓公(환공)이 管仲(관중)을 기용하여 부국강병을 이루고 제후들의 會盟(회맹)을 주도하면서 패자로 우뚝 섰다. 헌공이라 해서 그런 패자가 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헌공 자신이 군대를 통솔하여 魏(위)나라, 耿(경)나라를 멸망시켰고, 태자 신생을 보내 東山(동산)을 정벌하기도 했다. 또 虢(괵)나라를 치기 위해 虞(우)나라에 명마와 진기한 옥을 주고서 길을 빌린 뒤에 괵나라를 멸망시키고 이어 우나라까지 멸망시킨, '假道滅虢(가도멸괵)'이라는 고사성어의 주인공도 헌공이다. 그럼에도 패자가 되지 못한 것은..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56> 驪姬의 陰謀

晉獻公(진헌공)에게도 태자 申生(신생)을 멀리하려는 마음이 있음을 안 驪姬(여희)는 본격적으로 일을 꾸몄다. 여희는 신생에게 이렇게 알렸다. "오늘 군주께서 돌아가신 그대의 생모 齊姜(제강, 제나라 환공의 딸이다)을 보았다 하셨소. 그대는 얼른 제사를 지내시오. 그리고 제사에 올린 술과 고기를 군주께 보내도록 하시오!" 신생은 곡옥으로 가서 제사 지내고, 제사 고기를 헌공에게 보냈다. 이때 헌공은 사냥을 나간 터였다. 여희는 술과 고기를 받아 그 속에 독을 넣었다. 헌공이 돌아오자, 신생을 불러 술과 고기를 바치게 했다. 헌공이 술로 땅에 고수레를 하자 땅이 갑자기 부풀어 올랐다. 신생은 황공하여 궁을 빠져나갔다. 헌공이 고기를 먹으려 하자, 여희가 말리며 고기를 개에게 던졌다. 개가 먹고 죽었다. 술을..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55> 離間

떨어질 리(隹-11) 사이 간(門-4) 기원전 660년, 재위 17년째 되던 해에 晋獻公(진헌공)은 태자 申生(신생)에게 군대를 주어 東山(동산)을 정벌하게 했다. 그러자 대신 里克(이극)이 간언했다. "군주께서 出行(출행)하시면 태자는 머물러서 나라를 살핍니다. 군주께서 출행하실 때 태자가 따라가는 것은 군주를 도와 군사들을 慰撫(위무)하기 위해섭니다. 지금 군주께서 머물러 계시고 태자가 출행하도록 하니, 이런 예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헌공은 아주 불쾌하게 여기며 말했다. "이는 그대가 알 바 아니오. 태자를 세우는 데에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고 했소. 덕이 같으면 나이가 많은 이를, 나이가 같으면 사랑받는 이를, 사랑받는 게 같으면 점을 쳐서 가린다고 했소. 그대는 아비와 자식 사이에 끼어들어 이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