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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반딧불이 計座

[이규태 코너] 반딧불이 計座 조선일보 입력 2002.04.15 20:17 반딧불이도 나라에 따라 국가색을 띤다. 한국 반딧불이는 청백광이 나고 일본의 그것은 황백광 중국의 그것은 적백광이 강하다 한다. 빛은 달라도 반딧불이 발생 설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한을 품고 억울하게 죽은 청소년의 넋이 그 여한으로 완전하게 못 죽고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동양 삼국의 감정공감대의 분모를 그에서 보는 것 같다. 한양 성문 밖 한 부잣집에 숙경이라는 고명딸이 있었는데 어느 봄날 그 마을에 사는 순봉이가 지나다가 초당에서 책을 읽고 있는 숙경이를 보고 상사(相思)에 빠진다. 하지만 늙은 과부 자식인 그인지라 소원을 풀지 못하고 죽으면서 초당 근처를 날아다니는 벌레라도 되게 해달라고 염원하며 죽었다. 그 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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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美國과 米國

[이규태 코너] 美國과 米國 조선일보 입력 2002.04.16 20:22 아메리카가 피렌체 출신의 이탈리아 탐험가 아메리고 베스부치의 이름에서 유래됐음은 알려져 있다. 그는 1499년에 지금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는 남미 베네수엘라를 탐험했고 1501년에는 브라질을 탐험했었다. 독일의 지리학자 뮤러가 1507년에 출판한 '세계지(世界誌)서론'에서 신대륙을 아메리카로 부를 것을 제창, 정착된 것이다. 아메리고의 라틴말 이름 아메리쿠스의 어미를 지명 접미사(接尾 )인 '아'로 바꿔 지명으로 삼은 것이다. 이 아메리카가 한문어권에 도입되면서 여러 갈래의 표기가 생겨났다. 중국의 옛 지지(地誌)인 '해국도지(海國圖誌)'에 미국은 아묵리가(亞墨利加) 미리가(美理哥) 아미리가(亞美里加) 미리견(美利堅·彌利堅·米利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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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시인 대통령

[이규태 코너] 시인 대통령 조선일보 입력 2002.04.17 20:11 방랑으로 여생을 산 생육신 매월당 김시습(金時習)이 음악가요 조각가라면 곧이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는 산문(山門)을 옮겨다닐 때마다 그 산에서 자란 나무로 금(琴)통을 만들고 그 산에서 자란 짐승 심줄로 슬(瑟)을 삼아 삼현금(三絃琴)을 만들며 그 산에서만 나는 소리를 즐겼다. 나무토막 하나를 들고 절방에 들어가 몇 달이고 틀어박혀 이를 깎고 문질러 소나 여인이나 스님상을 조각한다. 더 이상 깎고 보탤 게 없으면 들고 나와 불타고 있는 아궁이에 던져버린다. 이처럼 남과는 아랑곳없이 즐기는 도락예술 도락학문을 세컨드 컬처ㅡ제2문화라 한다. 임꺽정(林巨正)은 소리나 피리를 잘하는 명인을 납치하여 이를 달밤에 부하들을 모아놓고 피로시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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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서울의 지붕위

[이규태 코너] 서울의 지붕위 조선일보 입력 2002.04.18 19:05 미국 장병이나 상사원들은 한국 근무를 위한 사전 교육에서 「한국인의 예스(yes)는 노(no)일 경우가 많다」는 말을 곧잘 듣는다 한다. 이 아리송한 철학적인 말을 이해하는 데 많은 세월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를테면 미국인 존이 한국인 갑순이와 데이트를 하면서 배가 고프냐고 물었다 하자. 요즈음 갑순이들은 조금 달라졌다고 하지만 서먹서먹한 사이일 때일수록 배가 고프면서도 고프지 않다고 대꾸하는 것이 한국인이다. 곧 예스 할 것을 노라고 대꾸한다. 이처럼 체면과 본심과의 괴리가 혹심한 한국인이다. 해외 관광지에서 한국인의 명품 구입률이 높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며 명품을 몸에 지니기를 좋아하는 것도 본질적인 자신과 나타나는 자신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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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주름살 약

[이규태 코너] 주름살 약 조선일보 입력 2002.04.19 19:02 부모의 결혼 60돌인 회혼(回婚)잔치 때 「주름살 펴기」라는 절차가 있다. 할아버지가 됐을 아들들에게 때때옷 지어입혀 노부모앞에 기어나가 아양을 떨게 하는 해프닝이다. 노부모를 즐겁게 해드린다 해서 주름살 펴기라 불렸을 것이다. 처음 수확하는 햇과일은 마을에 일정 연령이 넘은 노인에게 갖다드리는 것이 관행인데, 이것도 주름살 펴기라 했다. 주름살은 바로 인생고(人生苦)의 축적이요 늙음의 상징이다. 주름살 펴기와 같은 뜻인 추신(皺伸)이란 말이 한적(漢籍)에도 있으며 유교문화권에 마음의 주름살 펴드리는 문화가 발달해 있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진시황은 불사약을 구하려 나라를 기울게 했다지만 로마의 네로황제는 늙지 않게 하는 불로약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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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다시「파리의 등불ㅡ」

조선일보 | 오피니언 [이규태 코너] 다시「파리의 등불ㅡ」 입력 2002.04.21 18:47:20 전라도 순창에 신경준(申景濬)이라는 과학자가 있었다. 신숙주의 형제인 신말주(申末舟)의 후예다. 각종 수레를 개발하여 교통과 전쟁에 이용해야 한다는 이분의 상소문 속에 하늘을 나는 날틀이 나온다. 임진왜란 때 왜적에게 포위된 진주성 안에 갇혀있던 재간있는 어느 한 분이 하늘을 나는 수레를 만들어 가족과 친지를 성밖으로 탈출시켰는데 그 수레의 성능에 대해 30여리 날았다 했으니 12㎞ 난 것이 된다. 비행기를 발명했다는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 1호기는 1903년 말에 노스캐롤라이나의 사막에서 36㎞ 날았으니 그 수백년 전의 한국비행기의 겨우 3배를 더 난 셈이다. 다시 그 4년 후 플라이어 3호기가 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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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책

[이규태 코너] 책 조선일보 입력 2002.04.22 19:15 천자문(千字文) 배울 나이가 되면 아버지는 글동냥(乞筆)의 기나긴 여로를 떠난다. 대과(大科)는 못되더라도 향시(鄕試)를 거친 진사 생원을 찾아다니며 넉자씩으로 된 천자문 다섯줄씩을 친필로 써달라고 동냥하며 50여 집을 찾아 헤맸으니 대단한 정성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글을 써준 선비는 이 아이의 글 아버지가 되어 서양의 대부(代父)처럼 평생 인연을 갖는다. 책 한 권 되기가 그만큼 어렵고 정성과 정신이 들어가 있으며, 아무리 자질이 못된 아이일망정 공부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고서(古書)를 접하다보면 책장 넘기는 모서리가 종잇발이 서고 닳아 새 종이로 이어놓은 것을 이따금 볼 수 있다. 이를 보장(補帳)이라 하는데 맨 끝장에 보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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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미국속의 이스라엘

[이규태 코너] 미국속의 이스라엘 조선일보 입력 2002.04.23 19:24 애틀랜타에서는 봄마다 세계 굴지의 오페라를 초빙하여 공연을 갖는데 그 전야에 에드몬트 클럽 주최의 대무도회를 열어왔다. 이 클럽은 영국계 신교도들로 미국 속의 귀족을 자처하는 와스프(WASP)의 모임으로 선민의식이 대단하다. 의당히 오페라 출연 가수들을 초대하는 것이 관례인데, 연전에 오페라 「토스카」의 주인공 레온타인 프라이스가 초대에서 제외당한 일이 있었다. 프라이스가 유태인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이런 차별을 받고 공연할 수 없다 하여 철수했는데 미국에서 유태인의 위상을 가늠케 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 유태인 파워는 막강하다. 유태인이 500명 이상 있는 나라가 세상에 70개국에 이르는데, 그 중 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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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보쌈질

[이규태 코너] 보쌈질 조선일보 입력 2002.04.24 18:27 전근대적 결혼풍습인 약탈혼(掠奪婚)이 중국과 러시아 접경에 있는 키르기스스탄에 관행으로 남아있으며 몸값을 두고 갈등이 생기지 않는 한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다는 특파원의 보도가 있었다. 이 나라 사람들의 엉덩이에는 한국사람처럼 몽골반점이 있고 돌잔치며 삼일장 등 유사한 통과의례와 풍습을 지녀 문화적으로 같은 뿌리를 추정케 하는 민족이다. 과부나 처녀·총각을 약탈할 때 커다란 보로 싸매고 온다 하여 약탈혼을 보쌈질이라 하는데 20세기 초만 해도 과부 보쌈은 흔히 있었던 우리나라이기에 관심이 쏠린다. 정조때 문헌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에 보면 노수신(盧守愼)이 남쪽 섬에 유배돼 있을 때 사나이들이 작당, 폭력으로 처녀를 약탈하는 풍속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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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들기름

[이규태 코너] 들기름 조선일보 입력 2002.04.25 19:23 혓바닥에는 각기 다른 맛을 감지하는 미역(味域)이 따로따로 발달한다. 한데 외국사람들에게는 퇴화하거나 미개한데 한국사람에게 별나게 발달한 미역이 두 군데 있다. 그 하나는 발효음식에서 나는 삭은 맛을 감지하는 미역이요, 다른 하나는 기름에서 나는 고소한 맛을 감지하는 미역이다. 고소하다는 말 자체를 가진 나라도 드물다. 영어에서 고소하다는 말은 깨맛같다 하고, 일본에서도 고마아지 곧 깨맛같다 하거나 간바시ㅡ향기롭다고 할 뿐 독립된 말이 없다. 말이 없다는 것은 그 맛을 둔 문화가 미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기적으로 닥치는 기근과 해마다 넘어야 하는 보릿고개 때문인지 우리 조상만큼 야생의 풀을 먹어온 민족도 드물다. 이렇다 할 맛이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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