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윤의 슬픈 중국 120

마오쩌둥 “고작 260명 죽인 진시황이 무슨 잘못인가”

마오쩌둥 “고작 260명 죽인 진시황이 무슨 잘못인가”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송재윤의 슬픈 중국: 문화혁명 이야기 정치의 정면(正面)은 아름답다. 불의에 항거하고, 부정을 일소하고, 최선의 정책을 입안하는 호모폴리티쿠스(Homo Politicus)의 적극적인 사회 개혁의 활동이다. 정치의 배면(背面)은 추하다. 동지를 배반하고, 정적을 제거하고, 대중을 현혹해서 권력을 탈취하는 야심가들의 권모술수, 사기꾼들의 무도(無道) 작란(作亂)이다. 고대의 유가(儒家) 경전은 정치의 두 얼굴을 동시에 보여준다. 예컨대 엔 문명을 개창하고 교화를 실현한 상고 시대 성왕(聖王)의 행적이 통치의 전범으로 제시돼 있지만, 동시에 폭군의 학정(虐政), 혼군(昏君)의 패정(悖政), 권신(權臣)의 전횡 또한 낱낱이 기..

세계적인 반중 감정...6·25전쟁과 문혁 때부터 시작됐다

세계적인 반중 감정...6·25전쟁과 문혁 때부터 시작됐다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송재윤의 슬픈 중국: 문화혁명 이야기 현재 중국은 외교적으로 1978년 개혁개방 이래 최대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세계 각국의 반중 감정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PEW 연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세계 각국에서 중국을 싫어하는 인구의 비율은 일본 85%, 호주 81%, 스웨덴 85%, 덴마크 75%, 한국 75%, 영국 74%, 미국 73%, 캐나다 73%, 독일 71%, 프랑스 70% 등을 보인다. 이들 국가들의 반중 감정은 코로나 19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2017년 이래 점점 강화되는 추세다. BBC의 조사에 따르면, 반중 감정은 독일 35%, 캐나다 51%, 호주 47%였고, 2019 PEW..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역사를 조작하는 권력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역사를 조작하는 권력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송재윤의 슬픈 중국: 문화혁명 이야기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조지오웰의 에서 “오세아니아” 진실부(眞實部, Ministry of Truth) 기록 관리원 윈스턴(Winston)이 고문을 당하며 되뇌인 영국사회당 “잉쏙(Insoc)”의 구호다. “미친” 윈스턴을 “치유하기 위해” 그를 고문하는 진실부의 오브라이언(O’Brien)이 그에게 속삭인다. “현실은 외부에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게 아니라 오직 마음속에만 있는 거란다······. 당이 진실이라 주장하면 그게 바로 진실이란다.” 1948년 완성된 조지 오웰의 소설 속의 디스토피아는 문화혁명 시기 중국..

허울좋은 이름 ‘혁명’… 실상은 권력 찬탈

허울좋은 이름 ‘혁명’… 실상은 권력 찬탈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송재윤의 슬픈 중국: 문화혁명 이야기 인간의 정치사에서 혁명(革命, revolution)만큼 오용되고 남용된 단어가 또 있을까? 모든 혁명은 급진적 변화를 수반하지만, 모든 정치 급변이 혁명일 순 없다. 그럼에도 혁명이라 불리는 순간, 최악의 정치투쟁도 숭고한 운동으로 미화되고 정당화된다. 이름에 속아 실체에 눈을 감는 호모 로퀜스(Homo Loquens, 언어적 인간)의 어리석음이다. 신석기혁명, 산업혁명, 과학기술 혁명 등은 단기간에 급진적으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키는 고전적 의미의 혁명이었다. 그 결과 장기 지속되는 사회·경제적 구조의 대규모 변동이 발생했다. 반면 문화혁명은 1966년에서 1976년까지 불과 10년에 ..

권력자를 비난한 죄? 자유를 위해 순교한 시민들

권력자를 비난한 죄? 자유를 위해 순교한 시민들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송재윤의 슬픈 중국: 문화혁명 이야기 현직의 최고 권력자가 풍자 전단을 뿌린 무(無)권력의 일개 시민을 특정해서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려 했던 까닭은 과연 무엇일까?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비판 세력을 위축시키기 위함일까? 사적인 모욕감을 못 견뎠기 때문일까? “최고 존엄”의 모독을 용납할 수 없는 측근 간신모리배의 과잉 충성이었을까? 법원, 검찰, 경찰의 수뇌부가 모두 최고 권력자의 사람들이다. 연약한 개인이 혼자 법정에서 최고 권력자를 이길 순 없다. 때문에 공화국의 시민들은 공동의 이슈가 떠오르면 집체적인 저항권을 행사한다. 수많은 시민들이 그 문제의 전단을 뿌리면서 “나를 잡아 가라!” 외친다면, 권력자는 궁지에 몰리고 만다..

가짜뉴스로 조리돌림, 재판 전에 인격살해...광풍은 계속된다

가짜뉴스로 조리돌림, 재판 전에 인격살해...광풍은 계속된다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송재윤의 슬픈 중국: 문화혁명 이야기 지금 이 세상에선 과연 피의자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나? 법 앞의 평등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존중되고 있나? 무죄추정의 원칙은? 죄형 법정주의는? 허위선동, 악성루머, 가짜뉴스에 조리돌림 당하고 포승줄에 꽁꽁 묶여 검찰의 포토라인에 섰던 그 수많은 피의자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들은 왜 재판을 받기도 전에 그토록 가혹한 인격살해의 형벌을 당해야만 했나? 어떻게 국가 기관과 공적 매체가 그토록 야만적인 집단린치를 주동할 수 있나? 문화혁명은 50년 전 중국의 흘러간 레퍼토리가 아니다. 바로 지금 문혁의 광풍은 “에코 챔버(echo chamber)”에 갇혀 있는 네..

반동세력 타격!… 저우언라이가 기획하고 마오가 승인한 정치 학살

반동세력 타격!… 저우언라이가 기획하고 마오가 승인한 정치 학살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1970년 “일타삼반운동” 당시 비투당하는 피해자들의 모습. 사진 속 피해자의 목에 걸린 팻말엔 “삼반분자 주자파, 반군세력의 검은 배후 왕광빈”이라 적혀 있다./공공부문 송재윤의 슬픈 중국: 문화혁명 이야기 문혁의 광풍 속에서도 1970년대가 밝았다. 중국현대사에서 1970년대는 천번지복(天飜地覆)의 격변을 예고하고 있었다. 굵직한 사건만 몇 가지 짚어보자. 1971년 9월 13일 중공중앙의 2인자 린뱌오(林彪, 1907-1971)의 일가족이 타고 있던 비행기가 몽고와 소련 접경에서 추락한다. 1972년 2월 21일-28일 닉슨은 베이징을 방문해서 마오쩌둥과 접견하는 세계사적 이벤트를 연출한다. 1976년 1..

붉은 전문가 아니면 타도...지식분자는 인간 아닌 소·뱀 귀신

붉은 전문가 아니면 타도...지식분자는 인간 아닌 소·뱀 귀신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송재윤의 슬픈 중국: 문화혁명 이야기 1949년 이래 중국현대사는 지식인 수난의 역사였다. 사회주의 혁명의 이름 아래 사상, 언론, 양심의 자유는 억압되고, 학술 탐구의 중립성은 철저하게 훼손됐다. 1950년대 이래 숙청된 지식인들 중에는 작가, 언론인, 철학자, 문학비평가, 역사학자 등 인문계열의 인텔리들뿐만 아니라 물리학자, 화학자, 생물학자, 석유화학자 등 자연과학자와 전문기술자들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1950년대부터 마오는 “붉고도 전문적인”(又紅又專) 인물의 배양을 요구했다. 양자를 똑같이 중시한 듯하지만, 실제로는 과학적 전문성보다 이념적 선명성이 더 중시됐다. 문화혁명의 개시와 더불어 중국의 모든 ..

“나는 결백하다” 스스로 목숨 끊어 저항하는 사람들

“나는 결백하다” 스스로 목숨 끊어 저항하는 사람들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송재윤의 슬픈 중국: 문화혁명 이야기 “진정 심각한 철학적 질문은 단 하나, 그것은 자살이다.” 1940년대 초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가 1942년 발표한 의 첫 문장이다. 당시 그는 독일군이 점령한 파리의 지하에서 반(反)나치 ‘레지스탕스’ 운동에 참여했다. 카뮈의 관찰에 따르면, 현실의 ‘부조리’에 직면한 많은 사람들은 환각에 취하거나 종교적 광신에 빠지거나 자살을 선택한다. 카뮈는 자살이 소극적 도피일 뿐이라 생각했다. 진정한 자유인은 큰 바위를 밀고 산으로 올라가 추락하는 신화 속의 시지프스처럼 성실하게 현실의 부조리에 맞서 싸워야만 한다. 때문에 카뮈는 무신론자에게도 자살은 부당하..

“무고한 사람이 희생되더라도 악질을 놓치면 안 된다”

“무고한 사람이 희생되더라도 악질을 놓치면 안 된다”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송재윤의 슬픈 중국: 문화혁명 이야기 “죄의유경(罪疑惟輕).” “죄에 조금이라도 의혹이 있으면 형벌을 가볍게 한다”는 의미다. 장에서 명신(名臣) 고요(皐陶)가 순(舜)임금의 치덕을 기리며 남긴 말이다. 상고(上古) 시대의 통치자도 형벌 적용에선 최선의 신중함을 기했음을 강조하는 유가(儒家) 경전의 근거다. 근대 형법에 따르면, 어떤 피의자든 유죄 확정 이전엔 범죄자로 취급될 수 없다. “무죄추정의 원칙,” “죄형법정주의,” “증거재판의 원칙”은 근대 형법의 3대 기둥이다. 개인의 존엄과 인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과연 그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나? 문화혁명 당시 “무죄 추정..